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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구슬주
Apr 10. 2024
라디오가 일상으로 들어왔다
풍요로워졌다.
인터넷을 끊고,
고정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이 있어
핸드폰 데이
터
용량만 늘렸다.
약정된 데이터를 다 써도 저속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핫스폿이
되지
않는
다.
화상으로 수업 자료를 공유하면서
수업을 진행해야 돼서 데이터 사용에
민감하게 되었다.
TV도 없앴기 때문에
집에 적막이 흘렀다.
그러다 동생이 이사 가면서
두고 간
앤틱 한 느낌이 나는 스피커가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 블루투스 기능으로 음악을 틀어두려고
전원을 켰더니 라디오가 나왔다.
집
안
구석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담당하던
스피커의 대단한 발견이었다.
언제 구매했는지 조차도 기억에
없을 정도로 구석에 있었던지라
사용 설명서를 기대할 수 없었다.
작동법을 알기 위해 이것저것
누르다 보니 대충 감이 왔다.
어릴 적 라디오에는 AM / FM 두 개
중에 고를 수 있었는지 FM 방송들만 나왔다.
그 시절에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던
FM 만 들었다.
적막을 깨기 위해 라디오를 켜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느낌 감정은 향수였다.
중, 고등학교 때 정말 많이 들었었다.
영어를 좋아해서 아침 6시에 방송되는
굿모닝팝스를 들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타고난 저녁형 인간이었기에 항상 실패했다.
그래서 녹음이 되는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어떻게든 아침에 일어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잤다.
그렇게 녹음한 테이프를 바로 들으면
좋겠지만 자꾸 미루다 보니 테이프가
쌓이고, 새로 녹음할 테이프가 필요한
시점에는 다 듣지 못한 녹음본 위에
새로운 방송을 녹음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녹음도, 방송 듣기도
포기했다.
놀랍게도 지금도
아침 6시에 굿모닝팝스
방송을 한다.
실제 들은 적은 없고 다른 방송 사이에
하는 광고를 통해 알게 됐다.
나이는 먹었지만 생활 패턴은 중, 고등학교
방학 때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
대신,
그동안 해외를 다니면서 만난
사람
들 덕분에 방송을 굳이 듣지 않아도
소통이 될 정도로 영어가 늘었다.
TV, 비디오, 넥플릿스에 빠져
잠시 잊고 살았다.
어쩌다 다시 라디오로 돌아왔을 때,
DJ는 바뀌어 있었지만 프로그램은
여전했다.
배철수 님은 여전히 그 시간대에
같은 시그널 음악으로 만날 수 있다.
라디오를 들으면 좋은 점
은,
1.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알고리즘 늪에 빠지지 않는다)
2. 다른 일과 병행이 된다.
(설거지, 청소, 공부 등 귀로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3. 외롭지 않다.
(고요한 일상에 잔잔한 BGM을 깔아준다)
4. DJ를 통해 다른 사람 이야기에 빠져든다
(TV 속 한정된 연예인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5. 어릴 적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음악의 역할이겠지만,
내 10대, 20대, 30대 때 거리에서 나온
노래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가슴 뭉클해질 때도 있고,
그렇게 밖에 못했는지 자책할 때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만나지 않지만
당시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도
잠시 생각이 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대략 오전 10시)
가수 이현우 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꿈"이라는 노래와 함께 세련된 도시 오빠
이미지로 10대 20대의 맘을 울렁이게 했던
가수는 이제 편안한 목소리로 시청자의
사연을 읽어주고 노래를 소개한다.
남들은 한창 움직일 시간이겠지만
나한테는 하루의 시작인 그 시간.
저음에 무심하듯 툭툭 내 뱉는
특유의 묵직한 진행이 나한테는 딱이었다.
DJ 혼자 진행하는 대부분의 시간도
좋지만
매주 화요일에 게스트 하고
시청자가 보내 준
실수담을
재연하며 이야기 나누는 코너를 좋아한다.
기억에 남는 사연은
사연 보낸 사람이
사회 초년생일 때
회의 때 부장님이 낸 의견에
"별룬데"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근데 그걸 부장님이 듣고는
의견을 말할 때마다
"ㅇㅇ씨가 별로일 수 있지만"
"ㅇㅇ씨. 이것도 별론가?"
라면서 계속 물어본다고 한다.
잘못했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말로 끝을 냈는데,
DJ 하고 게스트가 정말 맛깔스럽게
재연하고 이야기해서 많이 웃었다.
11시가 되면,
주파수를 바꿔서 이석훈 DJ 목소리를
찾아 떠난다.
SG워너비 음악을 엄청 애정하지는
않지만 이석훈 님을 좋아한다.
선한 교회 오빠 얼굴과
상반된
선 굵은 문신과 살짝 화난 근육.
감미로운 목소리로 불어 제끼는 발라드에
깐족이면서 장난치는 모습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작가의 역량이 크겠지만
노래 선곡도 좋고
사연 소개하면서 보여주는
따뜻한 공감을 들으면서
하루의 다정함을 충전한다.
그 이후에는 보통 밖으로 많이 나간다.
그렇게 백수의 일상을 보내고
저녁이 되면 다시 라디오를 켠다.
밤 12시가 되면
2시간 동안 음악만 틀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때 나오는 노래가 아주 기가 막히다.
지금은
TV
에서 들을 수 없는
오래된 노래들이 나오는데
듣다 보면 여러 상념에 빠져
허우적대다 잠든다.
그렇게 라디오로 시작해
라디오로
하루를 마감한다.
인터넷과 TV를 없애지 않았다면
결코 내가 만날 수 없었던 익숙하지만
신선한 세상을 만나
조금은 디지털 디톡스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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