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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Apr 04. 2020

구수한 영어 발음.

내 발음이 어때서!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찾기 시작하는 세대인 내 또래들.

나 역시도 내가 기억하는 과거와 지금이

너무 달라 자동 비교가 되곤 한다.

다만 입 밖으로 꺼내서 굳이 꼰대, 옛날 사람, 탑골이란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


난 중학교 1학년 때 영어를 처음 배우는 세대였지만 그나마 교육열이 있었던 엄마 덕분에

초등학교 6학년때(라떼는 국민학교였지만)

조금 공부를 하고 갔다.

수능 시험에서 다른 영역은 뭐 할 말이 없지만 영어는 1개 틀려서 상위 한자리 일 정도로

난 영어를 편애했다.


내 편애와는 다르게 처음 외국 사람하고 만나서 이야기했던 게 영문과 대학 면접 전형 때였다.

나이 드신 교수님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처음으로 외국 사람과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형식적으로 보는 많은 학생들과 면접에 약간 지친 듯한 인상을 줬던 분하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아무 말도 못 했다.

정말 읽기 하고 독해만 죽어라 했던

교육의 피해자였던 셈이다.


그 날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다.

어버버하다 끝났는데, 같이 면접 봤던 애들은 프리토킹이 가능했었다.

난 그 대학을 떨어지고, 다른 대학의 영문과를 합격했지만 뜬금없이 간호장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간호대를 진학하고 1년 다니고 그만뒀다.


집안 사정 때문에 휴학을 하다 그만두기는 했지만, 부모님 간병을 하며 있던 병원 생활과 태움이라는

간호사 내의 괴롭힘 문화에 울던 간호사를 실제 보고 1년 다니다 말기를 정말 잘했다 싶었다.

다시 영어를 가르치는 2020년으로 돌아와서.

나름 외국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발음 공부를 했던 덕분에 발음 나쁘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한계를 자주 느낀다.


경험 부족도 있지만,

2-3살부터 영어를 접하고, 영어유치원에 원어민 과외를 하는 친구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나보다 발음이 좋다.

아이들도 알고, 학부모님들은 더 잘 안다.

게다가 난 호주에서 1년 6개월, 태국에서 창업해서 있을 때 친한 친구들이 영국친구들이

많아서 발음이 많이 섞였다.

영어를 뭐 그리 잘하지 못하지만, 미국 발음 싫어하고 영국 발음이 멋지다 생각했던 1인이었다.


얼마 전에 한 남자아이를 가르치는데 Little log 를 읽을 때, 리틀 로그라고 T 발음을

ㄹ 가 아닌 ㅌ 발음으로 굴리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리를' 이라고 굴려서 그게 맞다며 내 발음을 교정해 주려고 했다.


화면에는 아이 혼자 앉아 있지만 그 뒤에서 아이의 엄마하고 아빠가 계속 아이한테 뭔가 지시를 하고

있어서 그들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더 당황했다.


"왜 그 발음이 맞다고 생각해?"라는 내 질문에

"유치원에서 미국에서 온 티처가 리를 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게 맞죠"라고 대답했다.


"영국에서 온 티처는 없어?"라고 묻자,

"네! 우리나라는 미국 영어를 배워야 하잖아요."


우리나라가 미국 식민지도 아닌데 왜 미국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확고하게 말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마도 미국을 좋아하는 부모님한테 혹은

미국 원어민 쌤을 고용한 유치원 측의 괴변일지도.


짧은 시간 동안 화상 수업을 해 주는 그 와중에, 부모님이 내가 안 보이는 사각지대에서

나를 쳐다보고 평가하는 그 중요한 시간에 아이한테 미국에서 살 것 아니면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영어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네가 방금 말한 '리를' 발음은

미국 발음으로 아주 훌륭했고,

내가 말한 '리틀' 역시 틀린 것이 아닌 발음이라고 말을 하고 다른 내용을 설명하고 끝냈다.


아이들과 친해지고,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질문도 많아졌지만 내 발음을 갖고 말을 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선생님 발음 조금 이상해요. 우리 학원 쌤하고 틀려요"라는 말에

"oo야. oo엄마하고 선생님하고 한국말할 때 같아?"라고 물어보면


"아뇨! 우리는 구미 살고 선생님은 서울 살잖아요. 틀려요."

"그래. 그 차이야. oo 유치원 선생님하고 나하고 영어 배운 곳 틀려서 그래"

"아~~~~"

이렇게 대화를 끝내곤 한다.


사실 고민이다.

혀를 굴리고, 최대한 미국 발음 비스므레하게 하면 아이들이 잘 따라오는데

기존에 내가 공부했던 영국 발음 비스므레하게 하면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것보다 제대로 된 회화 공부는 20살 넘어서 시작한 나한테 원어민 발음을 원하는

부모님들을 만날 때는 그저 교사를 바꾸시면 어떨런지..이게 목까지 올라온다.


내가 다닌 회사의 시스템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제도가 학부모가 원하면

매일 교사 변경이 가능하다. 교사를 선정할 때 프로필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난 정말 자유롭게 썼다.


"처음 배워서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계속하다 보면 알게 되는 교육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내 학생들은 정말 편한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오고,

진도에 연연해하는 학부모님 안 계신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장사꾼들이 자주 하는 말이.

'네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팔아라'



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부자 될 생각이 없어서 그냥 내 발음대로 할까 싶다.

다만 티칭 스킬과 아이들 영어 학습 관련된 자료는 더 많이 찾아봐야겠다 싶은 요즘이다

실력이 없으니 상냥하고 다정한 선생님만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더 재미있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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