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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Apr 19. 2020

영어 말고 아동심리?

무관심이 더 필요한 아이들도 있지 않을까요.

정말 다양한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 특성상 100여 명의 아이들과

매주 만난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공부보다는 시간 때우러 오는 아이

엄마 등살에 억지로 하는 아이

영어가 좋아서 배우고 싶은 열정 만땅인 아이

많이 특이한 아이.


나 역시 어떤 과목은 엄마 등살에,

어떤 수업은 어거지로 하기도 했다.

그나마 영어 시간은 다른 나라 말이라 호기심에 열심히 공부했었다.


오늘은 많이 특이한 아이들에 대해 말하고 싶네요.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나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고 '나'에 한정된 책 읽기였지

단 한 번도 아동심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본 적이 없다.


20살 넘어서 '설득의 심리학' 책을 읽고 정말 뒤통수 맞은 듯 얼얼했었다.

내 행동이 이렇게 누군가한테 읽혀서 이용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 반, 경의로움 반이었다.

그래서 심리 관련 서적도 많이 읽고,

 유튜브 강연도 꽤 찾아봤었다.


여러 특이한 아이 중에

수업 내내 "야야야야야"라고 말하는

남자아이가 있다.

옆에서 할머니가 '선생님한테 그러면 안되지' 이러지만

수업 시간 내내 이 아이는 "야야야야"만 한다.

결석도 안 하고,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해도 "야야야야"만 한다.

그나마 해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Hello! 와 Bye! 를 외쳐서

만나고 헤어질 때만 의사소통이 되는 아이다.


다른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말을 시켜도 대답도 안 하고, 화면을 가끔 쳐다보지만 나하고 말을 거의 안 한다.

장난감 관련돼서 질문하면 그것만 대답을 한다.

영어 학습도, 서로 대화도 없다.



만나자마자 하소연하는 아이도 있다.

7살인 여자아이가 무슨 사연이 그리 많은지 수업 시간 내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영어 수업임을 알려줘도,

예쁘게 치장을 한 자신의 액세서리와 옷차림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할 말이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루가 바쁘겠네"

라는 말에 아이가 조용히 나를 응시하고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아니요. 외로운데요. 그것도 많이요


아이들의 언어가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요즘 아이들과 내 언어 사이에 별 차이가 없을 때가 있곤 하지만 그 날은 정말 할 말이 없었다.

7살 아이가 외롭단다. 그것도 미친 듯이 수다를 떨어서 영어 공부할 시간도 없어 보이는 아이가.

너무 벙쪄서 뭐라고 말을 하고 수업을 마쳤다.

나중에 녹화된 영상을 보니, 당황한 내 표정과 그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아이 얼굴이

나란히 보이고 있었다.



6개월 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회복지사를 하는 언니를 만나 커피 한잔을 했다.


특이한 아이들에 대해 말을 하니,

언니는 영어뿐만 아니라 상담한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라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서 영어 하나 가르치고 대화하기도 바쁜 판에

무슨 상담인가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엇을 하던 난 아이들을 고치려는 마음이 1도 없다.

부모가 못 고치는데 일주일에 잠깐 보는 내가 무슨 수로 아이들을 훈육할까 싶다.


어릴 적에도 잠깐 만나는 어른들이

이렇게 하지 마라. 기집애가 그러면 못쓴다 등.

정말 나한테 과자 하나 사주지 않으면서 훈수질하는 어른들이 정말 극혐이었다.


그래서 특이한 아이들한테 영어 교육이 전혀 안되고 있지만,

학부모님들은 교사 변경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것 역시 신기하다.

그런 아이들한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아동심리 관련 책을 보고 강연도 들으면서 배경지식을 쌓으면

지금보다는 대처를 더 잘할까?


그런데 어찌 보면 그 아이들이 바라는 건 지금 내가 아이들을 대하는 무관심이 아닐까?

요즘 보면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이 아이들을 망치기도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별생각 없이 아이들을 만나 영어 설명하고, 딴짓하면 딴짓하는 대로 쳐다보고

비명을 지르면 스피커 볼륨을 줄이고 난감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캠 앞에 앉아 있었다.


오늘 언니가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고,

어찌 보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일 수도

있으니까, 심리공부를 해서 아이들한테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선생이 되라는 말씀에

머리가 복잡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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