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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Apr 28. 2020

학부모와 대판 싸운 썰.

그래도 좋았다.

설마 했는데 분노조절장애가

의심되는 학부모와 대판 싸웠다.

이런 식으로 하면 클레임을 걸 수밖에 없다는

말을 여러 번 하는 그 여자한테

그렇게 하라고 여러 번  말했다.


우리 시스템이 좋은 게 학부모가

 언제든 교사 변경이 가능하지만

치사한 건 나한테 배정된 학생을 거절하기 힘들다.

특히 이미 배우기 시작한 학생은 내가 회사에 요청해도 사유가 없는 한 불가하단다.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애가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정말 만만하다 못해

가마니로 보이는지 화면에 나타나서부터 누워서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수업을 듣는다.


"배고프니?"

"빨리, 빨리, 수업이요"


짜증이 났지만 최대한 냉정하게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 아이한테 쉬운 진도였다.


진도를 어려운 단계로 바꿔줄까라고 하면

귀찮다 하고, 수업 내내 아는 체하면서


"됐고! 그것도 됐고요! 아~~!! 넘어가요. 빨리 끝내요... 이제 됐나? 그럼 빠이"


이러고 화면에서 사라졌다.


본사 내 담당한테 연락을 취했다.

조만간 화를 많이 낼 수 도 있으니까

무서운 남자 쌤으로 교체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돌아온 대답은 나보고 알아서

수업을 끌어가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부모한테 전화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한데요.

아이 수업 태도가 불성실하고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조만간 화를 많이 낼 거

같아서 미리 연락드렸습니다.

죄송한데 교사 변경 부탁드립니다"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그러죠' 딱 한마디 후에

교사 변경해줘서 이 아이를 안 보게 됐다.

이게 어제 있었던 일이었고.


오늘 수업에 만난 남자 꼬맹이는

수업 시간에 껌을 씹었다.

껌을 짝짝 씹으면서 영어 발음을 하니

그게 잘 될 일이 있나.

"껌을 뱉고 수업해야지.

그렇게 하면 발음이 잘 안 들려"


오물거리고는 숨기려는 듯 작은 입 어딘가에 껌을 붙였다가 발음할 때 혀가 움직이면서 껌이 조금씩 보였다.

발음 하나 하고 껌을 숨기면서 뭉그적 대고,

정말 끝까지 껌을 뱉지 않고 수업을 마쳤다.

평상시에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체를 좋아하는 아이가 귀여웠었는데

오늘은 끝까지 껌 씹으며 화면에 나타난 모습부터 뭉그적 대는 모습까지 그리 좋지 않았다.


문제는 이 학생이 내가 가르치는

100명의 학생 중에 유일하게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챙길 것이 따로 있었는데,

내가 가끔 실수로 본 프로그램대로 안내를 한다.


그때마다 학부모는 잘 챙겨달라 하고,

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썼다.

오늘도 항의 메시지를 받고, 껌을 씹으면서 뱉으라는 말에도 끝까지 오물거렸던

아이 모습까지 오버랩되어서 전화를 했다.


무엇보다 항의 강도가 조금씩 세지는 모양새가 나중에는 크게 혼을 내겠구나 싶었다.

전화를 걸어 아이 챙기는데 최대한 노력을 해도 실수할 수 있다고 유의해 달라는 말이었는데 이 학생의 엄마. 그러니까 이 여자는 갑자기 화를 냈다.


"워킹맘이라 바빠 죽겠는데, 애들 챙겨주라는 거 그거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실수할 수 있다는

말을 어떻게그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나요?

교사 자질이 있나요? 당신 아르바이트야?

어떻게 이렇게 당당해"


라고 언성을 확 높여서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내 의도는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실수할 수 있으니까 이해를 좀 해달라는 뜻이었는데

누가 챙겨야 하냐는 말로 시작해서 자기 말만 했다.

내 말은 하지도 못했고, 그 여자 말이 끝나서 내가 설명을 하려면 다 자르고 지 말만 하고 있었다.


기분 나쁘다며 본사에 교사 변경 요청하라고 해서, 그게 안되니까 당신이 좀 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더 뻔뻔하단다.


내가 가능했다면 수백 번도 하고 남았을 텐데 그게 안되니까 내가 부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뻔뻔하다는 말은 억울했다.


당신이 내 말 끝까지 듣지 않고 나를 뻔뻔한 자질 부족 교사로 만든 당신의 분노조절장애

피해자라는 나라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자꾸 그렇게 말을 자르고 언성만 높이니까 오해가 쌓이지 않냐고 하냐 말에


"당신 변명 듣고 싶지 않아"

"그럼 본사에 제가 교사 변경 요청하겠습니다. 끊겠습니다"


그리고 끊었다.

변명이라니!

그리고 내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데 더 할 말이

어디 있을까?


바로 그 여자한테 전화가 왔다.


"당신 말만 하고 끊는 거 뭐 하는 거야! 무슨 매너야! 내가 이거 그대로 본사에다 말할 거야. 클레임 걸 거라고!!"


그래서 내가 이야기 듣고 싶지 않다고 해서 끊었다고 설명을 하자


"댔고! 댔다고! 내가 오늘 당신이 말한 이 말 그대로 클레임 걸 테니까 그렇게 알아"


일부러 말을 자르면서 지 말을 다 하고는

전화를 동시에 끊자고 한다.


"먼저 끊으세요. 그리고 클레임 거세요. 거시라고요."


전화가 끊겼다.


본사 담당한테 전화 내용과 모든 내용을 쭉 말했다.

한숨 쉬는 그분한테는 죄송했지만,

난 속은 후련했다.


가르치기싫었던 학생하고의 작별이 너무 좋았다.

남은 학생들한테 더 잘해줘야지.


나를 지치게 했던 원인을 제거해서 그런지

앞으로 더 에너지 업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내가 지치고 회의감이 들었던게

이런 학생들 때문이 아니었나싶다.


아.. 클레임이 들어오면 교사 등급은 최하위를 받는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운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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