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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Aug 07. 2018

진짜 손님 가려내기

진상인 듯 진상 아닌 진상

두 부류의 고객이 있다.


1. 신발을 사러 온 사람

   1)신던 신발이 너무 낡아서 꼭 사야한다

    2)둘러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은 사겠다

    3)친 따라 왔지만  마음에 드는  신발 있으면

         산다.

    4)다다익선 - 신발은 많을수록 행복하다

    5)스트레스 푸는데 쇼핑이 쵝오!


2. 구매 의사 없는 사람

    1)같이 말할 사람이 없는 외톨이

    2)고객 대접 받으며 갑질하고 싶다

    3)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백화점에서

       돌아다니며 매장마다 방문한다

    4)온라인  쇼핑몰에서 본 마음에 드는 신발,

        실물과 사이즈  확인하러 온다.

    5)갈 곳이 없어 시간 보내러 온다.


첫 장에 고객이 센스 없다며 괜찮은 신발을 추천해

달라는 말에 이것저것 권해도 핀잔만 남기고

떠났던 이야기를 썼었다. 노력을 해도 안되는..

내 센스의 문제 혹은 판매 스킬의 부족이 아닌.

처음 매장에 올 때부터 살 마음이 없는, 고객으로 위장한 사람들에 대해  먼저 쓰려고 한다.


1)같이 말할 사람이 없는 외톨이.


아이들이 떠난 빈 둥지에 혼자 남아 느끼는 외로움을 뜻하는 '빈 둥지 증후군'을 앓는 많은 여사님들이 매장에 와서 신발을 고르며 신발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신발에 대한 질문 잠깐 하고, 쭉 자신과 아이들 자랑을 한다.

가족사가 끝나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내 의견을 물어본다.

자신과 의견이 맞으면 대화는 더 길어지고, 뜻이 다르면 다른 이슈로 넘어간다.


신어보고 싶다는 신발은 발이 아닌 손에 들린 채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 외로운 사람들은

이야기 중간에 신발이 필요해서 오늘 꼭 하나는 구입해야 된다는 뉘앙스를 계속 풍긴다.

왜?

자신의 말동무를 붙잡아둬야 하니까.


손님이 없으면 대형 매장의 미끼 상품처럼 다른 고객들이 텅텅 빈 매장에 부담스러워 들어가지

않으려는 심리를 역 이용하기 위해 마케팅의 일환으로 대화에 동참한다.

사람들이 모여 들고, 진짜 구 하려는 고객이 들어오면 이 분하고는 작별을 고한다.

이 분 역시 단독 말동무를 공유해야 하니 다른 말 벗을 찾아 떠난다.


가끔 30-40대의 주부들도 오지만,

가볍게 수다 후 사라진다.


2)고객 대접 받으며 갑질하고 싶다


얼마 전에 무릎 꿇린 직원 앞에 당당히 서 있던 모녀의 모습을 뉴스에서 봤다.

이를 풍자하는 드라마와 개그 프로를 보면서 항공기를 회항시키고, 물잔을 집어 던진

재벌 이외에도 서비스 사업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갑질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밖에서 멀쩡히 걸어오다가, 백화점 유리문을 통과함과 동시에 슈퍼맨이 변신하듯

고객이라는 얼굴 철판 갑옷을 갈아입고 등장한다.


원래 인성이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서비스 산업에서 직원의 인권은 무시된  채 교육된 과장된 친절함을  악용할 수록 뭔가를 얻어냈다는 '카더라' 경험담이 공유되면서 갑질은 더 심해지는 듯 하다.


 부류는 들어 올 때부터 거들먹거린다.

직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검지로 신발을 가리키며 자신의 사이즈를 말하고, 쇼파에 앉아 다른

스타일의 신발을 집어서 보고 툭 던지듯 진열대에 둔다.

고객이 물어 본 사이즈를 찾아 신겨주면, 다른 것도 이것저것 신어보고 매장 내를 돌아다닌다

                                           

                                  "발 아파"


                           "디자인이 왜 이래"


투정부리며 자신이 신은 신발보다  진열된 다른 신발에 눈이 고정되어 바쁘게 찾고 있다.

그러다 매장에 사이즈가 없어 주문해야 된다고 안내하면 그제서야 그 신발에 집착을 보인다.


다음에 올 테니까 갖다 두라고 말하고 떠나는 고객을 붙잡고, 결재 해야 된다고 말하면 화 내기 시작한다.

물건도 못 가져가는데 왜 돈 먼저 내야 되냐고.

자신은 꼭 올꺼니까 물건 갖다 두라고 한다.


처음 보는 이 고객이 언제 올 지, 다시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후 재고로 안고 있어야 되는 리스크에

결재 없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그들의 찬란한 갑질은 시작된다.


이 때 경력직과 신입 직원의 판매 스킬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신입은 갑질 당하는 거고, 경력직은 둥글게 하지만 단호하게 하나의 결론을 내 준다.

          

               "No Pay , No get it"

           결재 안하면 물건은 없는거여!


신발이 아닌 인력꾼이 딸린 가마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3)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백화점에서 돌아다니며 매장마다 방문한다.


육상 트랙에서 달리기를 하는 러너(Runner)들 처럼 일정 시간 혹은 정기적으로 불규칙한 시간에 백화점에 와서 걷고 또 걷으며 물어봤던 제품 가격 묻고 또 묻는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쇼파에 앉아 수다를 떤다.

쇼파에 공간이 없는 날에는 신발을 살 것 처럼 매장에 들어와서 한 사람은 사지도 않을

신발을 이것 저것 신어보고 다른 친구들은 쇼파에 앉아서 품평을 한다.

대체로 이들은 무리를 지어 다닌다.

자식들한테 인터넷에서 구매해 달라고 할거라며 사진을 찍어간다.

구매하지 않은 신발은 사진을 찍어서는 안된다고 안내해도, 너가 뭐라고 하든 내가 필요한 건

다 찍어갈테다.

뭐 이런 마음으로 사진 찍고, 사이즈 물어보고 떠난다.


몇 일뒤에 와서는 친해졌다 생각하는지 사람이 많아 앉을 곳이 없다며 매장 쇼파에서 놀다 간다.


4)온라인 쇼핑몰에서 본 마음에 드는 신발, 실물과 사이즈 확인하러 온다

우리는 제품의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신경을 쓰는 건 당연 매출이다.

브랜드 가치(Brand Value)를 떠나 판매액의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우리가 팔아야 장땡인 구조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본 스타일을 보러 매장 방문하러 온 사람들은 자신의 발 사이즈 신발을 요청하고, 웹상에서 발견 못했던 다른 제품을 발견하면 신어보고 사진 찍어간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업자의 제품을 구입하고  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한다.


알지도 못하는 고객의 사이즈를 찾아주는 내 육체적 노동,

제품 정보,자신과 제품이 어울리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내 정신적 수고스러움과

시간을 착취하고 그들은 유유히 떠난다.


온라인 쇼핑몰보다 더 싸게 팔면 될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입점된 매장은 백화점의 공간과 기자재를 쓰기 때문에 본사에서 책정된 가격을 손 댈 수 없다.

거기에 매장이 원활하게 운영되게 최소 2-3명의 교육된 직원을 배치해야 되서 인건비도 온라인보다 더 지출될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몰  판매 가격하고 같거나 약간 비쌀 수

있다.

그럼에도 직원의 수고스러움은 생각하지 않고 단돈 5천원에도 발길을 돌려버리기 일쑤다.


소비자한테는 스마트 쇼일 수 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원들한테는

이런 민폐가 없다.


쇼핑의 판도가 바뀐건 사실이다.

온라인 쇼핑이 저렴하고 편리하니까 좋다.

자주 신는 신발의 브랜드라면 매장 방문하지 말고, 온라인에서 구입하자.

처음 신는 브랜드라면 매장에 방문해서 판매원의 조언도 들어본 후 착화하고  비싸더라도

구입했으면 한다. 추후 수선을 맡기러 올 때도 편하고, 낯선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사용한 값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뺏기고, 열심히 일한 노력에 대한 보답이 없을 때 사람들은 쉽게 분노한다.


판매하는 사람들 역시 그들의 노력을 소비자의 스마트 쇼핑이라는 경제적 관념으로만  접근해서 희생시키지 말자는 이야기다.


 5)갈 곳이 없어 시간 보내러 온다.


말 그대로 갈 곳이 없는지 혼자 와서 둘러보고 간다. 묻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어보지도 않는다.

매장에 와서 신발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간다.

신상품이 진열된 날은 더 열심히 쳐다보고 간다.

어떤 날은 매장 쇼파에 앉아서 전화 통화만 30분 하고 떠나기도 하고, 친구랑 약속이 있는지

매장에 앉아서 친구한테 매장 이름을 알려 준 후에 기다렸다가 같이 떠난다.

얼굴은 알지만 속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매장 방문해서 구입하지 않는 모든 고객이 다섯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다.

실제 착화 후 이상하거나 불편해서 다른 매장으로 가서 구입하는 고객도 있다.

여러개 신어봤는데, 내 발이랑 맞지 않고 진열된 제품은 좋아 보였는데 막상 신어보니 별로 일 수 있다.

이건 당연하다. SF 영화처럼 신발 신자마자 내 발에 맞게 자동사이즈 조절되는 것이 아니니까.


두 부류 중에 남은 한 부류는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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