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되서 어디 사겠니? 사랑 말고 할인을!
어떤 목적으로 백화점에 왔을 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제품을 구매해서 판매자한테 월급을
주는 고마운 존재들에 대해 적으려 한다.
1)신던 신발이 너무 낡아서 꼭 사야한다.
고퀄(High quality)의 신발일지라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낡아서 발에 너무 익숙해진 신발은 오래된 친구와 같지만 본의 아니게 작별을 고할 시점이 생긴다.
그래서 신발 제조업자와 판매업자가 벌어 먹고 산다.
더 이상 수선도 불가능하다 판정 받은 신발을 신고 와서 비슷한 신발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자신과 맞는 부류의 친구가 있듯 신발도 선호하는 모양과 색상이 존재한다.
비슷한 스타일로 여러 개를 추천하면 착화
(신어 보고) 후 구입한다.
아쉬움에 낡은 신발을 쇼핑백에 넣어 달라는 고객에게 핀잔을 주며, 같이 동행한 사람이 버려 달라고 내 손에 쥐어주는 경우가 많다.
낡고 정든 신발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잔뜩 남기고 떠난다.
2)둘러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은 사겠다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마냥 여기저기 친구들하고 수다 떨며 백화점 곳곳을 누빈다.
모임이 있어 새옷을 구입하고 그에 맞는 신발과 가방을 매칭하기 위해 새 신발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부류는 착화 후에 바로 구입하지 않는다.
새로 산 옷에 매칭이 되거나, 옷과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착화 후 걸어본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 후 친구의 조언을 듣고, 마지막으로 가격을 물어 본 후에 얼마까지
줄 수 있는지 흥정을 하고 떠난다.
(백화점에서 흥정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게 같은 층에 있는 신발 매장을 친히 다 방문해서 똑같은 행동을 한 후에 친구와 어떤 신발이 가격대비 가장 좋았는지 품평을 하고 그 매장에 재방문해서 구입한다.
당일 구입할 수도 있고, 몇 일 혹은 몇 주가 지나서 신발이 신상이라고 더 이상 불리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구입하기도 한다.
3)친구 따라 왔지만 마음에 드는 신발 있으면 산다.
친구 따라 강남 대신 백화점 와서 같이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신발이 있기 마련!
혼자 보다는 친구들 살 때 같이 산다.
많이 구입할 수록 할인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쇼핑을 많이 한 고객들 사이에서는 상식이다.
유유상종! 비슷한 스타일의 신발을 색상만 다르게 구입하기도 하고, 완전 다른 스타일로
구입하기도 한다.
이 때 친구들 중에도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
결정권자의 말에 따라 자신의 스타일 유무를 떠나 구입하기도 한다
판매자 입자에서는 누가 결정권이 있는지 그들의 대화에서 바로 알 수 있는데,
이 때가 시험에 드는 순간이다.
신발을 신은 고객의 취향과 편리성을 떠나 결정권자의 말에 호응할 때가 판매하기는 더 쉽기 때문이다.
판매 경험이 많은 동생이 이런 말을 했을 때 내 반응은
"에이~ 누가 그렇게 줏대 없이 신발을 구입해" 였었다.
하지만 자주 신발을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발바닥이 아프거나 발등 혹은 뒤꿈치가 까져서
더 이상 신지 않는 신발이 있었던 경험 앞에서는 본인보다 브랜드와 신발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이의 말을 따르는것이 실수를 적게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솔직하게 직언을 할 건지, 오로지 판매를 위해 대세 발언에 숟가락을 얹을건지 판매자들 마다 다르다.
(난 목표 판매량만큼 판매했을 때는 직언을 하고, 판매 개시도 못한 날은 대세에 한표를 던진다.)
4)다다익선 - 신발은 많을수록 행복하다
행사하거나 세일을 많이 할 때 와서 기본 세컬레 이상을 구입한다.
브랜드의 기본 단가를 알고 있어서 마음에 드는 신발 착화 후 고민없이 구입한다.
또 다른 부류는 오가면서 한 개씩 구입을 한다.
괴테가 정해진 시간에 산책하듯,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신어보고 단골임을 강조하며 가격 흥정을 한다.
신상 위주로 신어본다.
너무 마음에 드는 제품은 바로 구입하고, 쏘쏘(so so)하게 좋으면 몇 주 뒤에 브랜드 혹은
백화점 할인행사에 맞춰서 구입한다.
신발을 필요가 아닌 취미의 일종으로 컬렉터의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이쁜거는 무조건 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5)스트레스 푸는데 쇼핑이 쵝오
딱히 뭘 사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왔다가 눈에 띄는 대로 구입한다.
영화 "Pretty woman"의 줄리아 로버츠가 손에 가득 든 쇼핑백 처럼 양손이 이미 무겁다.
발이 끄는 대로 매장에 들어가서 쭉 훑어 본 후에 마음에 드는 스타일 착화 후 바로 구입한다.
어떨 때는 신어보지도 않고 딱 집은 후에 자신의 사이즈를 말해서 찾아주면 결제하고 사라진다.
화끈하게 구입하거나, 진상의 아우라를 품은 얼굴로 매장을 휘젓고 다니며 닥치는대로 신고
여러개 구입하기도 한다.
신발을 사면서 바라는 것이 많지만 기분만 잘 맞춰주고 묻는 질문에 정해진 대답만 잘하면 매출 올리기는 좋은 고객이다.
묻는 질문은 "이뻐요?" " 있잖아...(자기 하소연)"에 "네! 정말 예뻐요. 딱이에요." 혹은
"그쵸! 제가 고객님이라도 화나죠.. 고생하셨겠네요. 어쩜 그런대요."
가끔은 스트레스가 풀려서 제 정신 차리면 다시 찾아와서 환불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쿨한 사람이 많다.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셀 수도 없고,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러 사람들 중에 백화점에 와서 제품을 구입하거나, 말거나 딱 두 부류 그리고 각각 다섯 카테코리의 사람들로 나눴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근무하면서 느끼기도 했지만 20년 이상 일한 옆, 앞 , 뒤 매장 매니저님과 직원들한테 물어보고 내린 결론이라 아주 주관적이다.
글을 쓰고 읽으면서 느낀건 이 세상에 객관적인 글과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 된 사실인 역사도 누가 기록하고 경험했냐에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지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