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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May 10. 2020

나쁘지 않은 혼자의 삶.

잃을 것이 없어 다행인.

결혼도, 동거도, 그렇다고 누군가와

진득하게 연애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혼자인 것이 창피했다가

요즘에 와서야 이게 내 길인가 싶다.


어릴 적에는 못생겨서 남자 친구 한번

못 만들어보고 짝사랑만 했었다.

해외 나가서 포카혼타스를 닮았다는 말이

욕이 아닌 칭찬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누군가한테 처음으로 고백을 받았을 때가

20대 후반이었다.


20대 후반까지 소개팅 나갔을 때 남자가 했던 말 그대로 그냥 얼굴이 착한 그러니까

한국 미적 기준에는 아주 후진 외모를 가졌었다.

나 아님. 픽사베이에서 가져 옴

지금 난 내 외모를 아주 좋아한다.

독특하고 실제는(?) 아니지만 착해 보이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못생겼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던 한국 남자보다,

의도가 무엇이든 예쁘다는 말로 꼬시려고 했던 외국 남자들의 외모와 스타일을

더 좋아하니 정말 다행이다 싶은 요즘이다.


해외에 있을 때는 데이트를 그나마 했었는데,

한국 와서는 데이트는커녕 그냥 40대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작년에  인도에서 대학을 나오시고 남편도 인도분인 강사님의 심리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에 '예전의 나, 현재의 나'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했었다.

난 예전의 나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못해서

'해외에서의 나, 한국에서의 나'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했다.

마법에 걸린 공주 마냥 해외에 있을 때는 투어에서 잠깐 만난 20대, 30대 남자한테도

예쁘다며 데이트 신청을 받았던 내가


한국에서는 "어머님"이라며

학습지 신청하라고도 하고

"사모님" 하면서

우유를 배달시켜 마시라도고 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 내 유리 구두는

압수당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젠 한국 어디를 가도 내 호칭은

  '어머님', '사모님''이모님'이 되어 버렸다.

익숙해서 그러려니 한다.

<인터뷰 365에서 사진 가져왔습니다>


조금 전에 TV 조선에서 마이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혜은이'님 편을 봤다.

어릴 적에 우리 동네 아줌마가 혜은이 님의 광팬이었다.

그래서 그분의 리즈 시절의 모습을 스크랩해둔 오래된 사진들을 보곤 했었다.

오늘 개인 소장이라며 잠깐 나온 그분의 어린 시절 모습은 말 그대로 인형 같았다.

그 예뻤던 분이 30년 동안 남편의 빚을 갚으면서

술 없이는 잠을 못 잘 정도 힘든

시절이 얼굴과 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체중도 많이 불어 있었고,

얼굴에도 그 인형 같던 모습은 사라진

 내 어릴 적 동네  아줌마의 얼굴을 하고 계셨다.


그분이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전 남편과 친구처럼 이별을 했다고 하지만,

상당히 편집이 되어 있을 텐데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그분의 힘든 이혼 내용보다는 전 남편의 빚

때문에 작은 아버지한테 그분 집을

담보로 대출받싶다고 했더니 주저함 없이 어떻게 하면 대출이 되냐고 하셨단다.


결국에는 담보로 잡힌 집이 넘어가고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찾아 드리지 못했단다.

남의 집에서 돌아가셨다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돌아가시면서까지 고생하는 혜은이 님을 걱정했단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20대 영어 회화 시간에 미국 강사가 결혼 생각이 없다는 나한테 50살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 거 같냐고 되물었다.

결혼한 사람의 삶은 아이들 키우고, 손자가 태어나면 봐주고, 남편과 같이 살지만

넌 정해진 길이 없을 텐데

어떻게 살고 있을 것 같냐는 거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은 말이 씨가 된다고 현실이 되어서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것보다

나 혼자 강하게 사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담담히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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