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슬주 May 06. 2020

내겐 너무도 이상한 당신

내가 이상한 건가요?

황금연휴 기간에 구두 매장 행사 일정이 잡혔다.

싸게 판매하는 행사,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광고전단지에서 59,000원 99,000 원하는

그런 행사를 최대한 동생한테 잡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오고,

생각보다 매출이 그렇게 많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울렛에 입점한 상태라 내가 판매하는 브랜드가 백화점에서나 판매가 되지,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원하는 고객층에는 고가라서 절대 먹히지 않는다고 반대를 했음에도

매장이 위치한 층을 담당하는 팀장과 본사 요청에 잡혔단다.


그래서 농담으로 남들 황금연휴에

황금시간을 보낼 때

난 얼굴이 황금색이 될 정도로

힘에 부치게 일했다.


총 3일이 잡혔다.


컴비락이라는 곳에 상자에서 신발을 꺼내서

하나씩 꺼내는 작업이 대략 7-8시간 정도 걸린다.

그 힘든 작업을 동생이 하는 동안

내가 본 매장에서 8시간 근무를 하고


행사장에서 일요일은 풀(Full)로

14시간을 근무했다.

월요일은 그나마 아이들을 다시 가르쳐야 돼서 오전 출근해서 2시까지 근무하고

(4시부터 9시 30분까지 아이들 가르쳤다)

어린이 날인 화요일은 풀(Full)로

13시간을 일했다.


3일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1. 오전 일찍 혼자 오는 여자들.


장바구니 하나 들고 매장에 들어와서 브랜드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어본다.

얼마인지,

무슨 브랜드인데 이렇게 고가인지 물어보고,

할인된 가격이라고 말하면 정색을 하며

왜 이렇게 비싸게 받는지 설명해 달란다.


이것저것 살 듯이 미친 듯 신어보고

한 줄로 세워둔 신발 각각을 트집 잡은 후

유유자적 식품점 코너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사라진다.


2. 도둑 여자분들.


도둑이 의외로 많다.

실제로 우리 앞 매장에서 손님이 모자를 사는 척하면서 쓰고 그대로 나가는 것을 봤다.

직원들한테 말을 할까 고민하다, 직원들이 지들끼리 수다 떠는데 정신이 팔려 있어 묵인했다.


전에 일하던 백화점에 유명한 여자 도둑이 있었다.

230 사이즈에 5cm 굽, 검정 계열의 구두를 좋아하는.

그 브랜드가 세일을 잘 안 하는데,

세일을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다.

그 틈을 타서 꼭 자기가 신고 온 신발을 벗어두고, 새 신발을 신고 그대로 나간다.

자신이 신고 온 신발을 새신 인양,

그대로 진열하고 말이다.

행사장은 신발을 한 줄로 진열하고 사이즈별로 쭉 판매를 하기 때문에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경찰이 출동을 해서 CCTV를 뒤져봤지만

사람들이 많은 틈을 타서 찾지 못했다.

그래서 여기는 아울렛이고,

또 실제 이곳에서 도난을 목격해서

계속 긴장하며 감시할 수밖에 없었다.


3. 논문 쓰는 사람들.


정말 아무 말 안 하고 행사장에 깔아 둔 수많은 신발을 다 신어보고 논문을 쓰려는 듯

신고 벗고를 반복한다.

대략 30분~1시간 정도를 그런 행동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면 난 대충 벗어둔 신발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에 밥을 먹고 왔는지 또 들어와서 신어봤던 신발을 또 신고 벗고를 반복한다.


"사이즈 찾으세요? "

"도와드릴까요?"

" 찾으시는 신발이 어떤 거세요?"

라는 질문에 별 대답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한다.

복장 터질 일이다.


4. 여긴 이월 상품을 싸게 파는

     행사장입니다.


편한 신발을 찾아 달라고 해서 권해주면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어떤 특정 스타일을 원한다고 찾아 달란다.

행사장은 신제품으로 나와서 판매되지 않는 제품군을 떨이하기 위해 모아 두고 싸

게 파는 곳이다 보니

사이즈, 스타일을 원하는 스타일대로 살 수 없다.


있는 것에서 골라야지.

그렇게 스타일이 중요하면 사이즈별로 있는 신제품군에서 찾아야지?

그럼 비싸다고 투덜댄다.

가격대는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달라는 사람한테는

다른 매장도 보고 오라는 말로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


5. 할인한 거야? 왜 이렇게 비싸?


그럼 다른 데 가시는 게 어떠세요?

내가 가격을 매기지 않고,

본사에서 책정해 준 대로 판매하는데

왜 나한테 타박일까?


그럼 사지 마시던가요..

안 사면 되는데 왜 사지도 않을 거면서

화를 내는지 모를 일이다.

일반  39,000원 59,000원 가격대에 익숙해진 고객층들이 우리 가격대를 듣고

화를 내곤 하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모를 일이다.


웃으며 넘기기에는 억울하고,

화를 내자니 이 사람들 입장도 이해되었다.


6. 아동복은 몇 층에서 팔아요?


나:모르는데요..

손님 : 그럼 누가 아나요?

나 : 고객센터에서 알겠죠?

손님 : 고객센터는 몇 층에 있나요?

나 : 4층에 있습니다.

손님 : 그럼 내가 아동복 위치를 알려면 4층 가서 고객센터에서 물어봐야 되나요?

나 : 그럼 다른 직원한테 물어보셔도 되겠죠?

손님 : 그쪽이 물어보고 알려주면 되지 않아요?

나 : 신발 판매하러 왔는데 왜 굳이 제가 아동복층을 물어봐야 하는 거죠?


맞다! 나도 까칠했다.

1층에서 행사를 하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한테는 안내 데스크 역할을

돈 하나 안 받고 하고 있었다.


신발 팔러 왔는데 정말 쓸데없는 질문만 받으니 나도 한계점이 다다르고 있었다.

(신발 가격도 비싸서 매출 역시 좋지 않았다ㅠㅜ)


화장실 위치부터, 이전 행사 물건 반품,

식당 위치를 비롯해서

분명 가격이 크게 쓰여 있는대도

자꾸 가격을 묻고 또 물었다..


거기에 얼굴에 마스크까지 하니,

목소리 두 톤을 높여서 말하고 있었다.


7. 마음이 아픈 사람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심상치 않게 소리를 지르거나,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행사 기간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행사장에 들어와서 허공에 대고 뭔가를 중얼거리기도 했다.


신발을 사러 왔다며

사이즈에도 안 맞는 신발을 신고 걸어 다녔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면 큰일이라 옆에서 계속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손뼉 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꽃게 마냥 옆으로 들어와서 계속 매장 주변을 옆으로 걸어 다니기도 했다.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무서웠다, 슬펐다.

내 마음도 아파지곤 했다.





손님들도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억지로 하는 일이 남한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었으니까.

나한테 맞지 않지만,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했다.


농담처럼 그런 말을 한다.

"비가 오면 미친년들도 같이 온다"


정말 비가 오는 날에는 미친년이라고 부를 만한 여자들이 매장에 많이 왔다.

이 문장을 판매직 하는 사람들한테 말할 때

거의 맞다는 반응이었고,

다른 매니저님은

"눈이 와도 같이 오죠"라는 말을 했다.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나이 많은 여자들이 싱숭생숭 해 지는지

감정 조절을 잘 못했다.


5월 5일 행사 마지막 날에 비가 왔다.

그래서 살짝 무서웠다.

어떤 여자들이 또 와서 휘고 갈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양한 Crazy 피플들이 왔다 갔다.


드디어 행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행복하다.










작가의 이전글 갑질 엄마 을질 교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