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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May 29. 2020

속을 터 놓고 말할 수 있을까?

오해는 한 사람이 잘못일까? 그렇게 생각하도록 말한 사람의 실수일까?

한 달에 한 번 정도 태국 친구하고 영상통화를 한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빠이 여행 가는 길은 756개의 구불한 길을 봉고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때문에 '빠이 가는 길'이라는 글만 쳐도 각종 경험담이 쏟아진다.


처음 갔을 때 난 그런 길인 줄 몰랐다.

뒤에 앉아서 속이 울렁거려 환장할 때,

외국 사람들은 어느 순간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근무 중인 미군이 갑자기 삼겹살에 소주가 그립다는 소리를 시작으로

갑자기 봉고차 안에 주제가 한국이 되어 버렸다.


그때 봉고차에 타기 전 잠깐 말을 했던 독일 게이 커플이 한국 사람 여기 있는데라는

말로 나를 주목받게 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하다 토가 나오기 일보 직전 미얀마 난민들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한

검문소에 정차하며 한 숨 돌렸다.


그때 친하게 된 독일 게이 커플이 중국계 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같이 밥 먹자 하면서

그 태국 사람과 친구가 되고, 그 옆에서 태국어 강습을 했던 강사와 말을 트 내 태국어

개인 교습을 해주면서 친하게 되었다.


지금은 오직 내 전 태국 선생님인 이 친구 하고만 이야기를 한다.

태국이 코로나로 락 다운(Lock down)이 된 시점에 이 친구는 기존에 배웠던 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음식과 숙박업을 해서 타격을 심하게 받았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난 이 친구한테 속 이야기를 잘 털어놓는다.

그러면 쭉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도 하고, 어떨 때는 "유럽 늙은이처럼 계속 불만만 말하냐?"

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어제 불현듯 이 친구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로 태국의 심각한 상황. 그리고 관광객 물가로 이미  대도시만큼 비싸져 있는 빠이에서

음식을 팔고 숙박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한숨 서린 표정을 설명만으로 상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우리나라 돈 20만 원씩 3개월 지원해주고, 6개월 동안 은행에서는 대출이자를 안 받는 등 여러 서민을 위한 정책을 벌인다고 한다.

아이들을 여전히 온라인으로 가르치는 내 친구는 이 돈도 못 받았단다.

수입을 아는지라 내가 속상했다.


어제 이 친구한테 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많은 돈을 받는 줄 안다는 학부모들과

학습지를 가르치는 나한테 원어민 발음이 아니라는 핀잔을 주는 사람들, 정해진 시간이

분명 있는데도 자신들 마음대로 시간을 바꿔달라고 요구해서 사전에 고지된 당일 변경은 안 되는 말에

교사를 바꾸겠다는 협박을 하는 원칙을 무시하는 사람들한테 정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친구가 갑자기 넌 나보다 상황이 좋잖아로 말을 시작했다.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잘 알지 않냐고?

집도 있겠다, 남자 친구하고 살면서 일정한 수업이 있어 조심해야 될 주제가 없는 친구였다.


돈이 궁한 친구들은 돈 이야기를 안 하고,

아이를 유산을 했던 친구 앞에서는 아이 이야기를 안 하는 등 금지어가 있는데,

이 친구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생각했었다.


뜬금없이, 넌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아이들 가르치면서 나보다 수입도 좋고,

여전히 여행을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돈이 있는데 뭘 그래?라는 핀잔에 머리가 멍했다.


친한 친구가 "너가 가장 가난해"라고 툭 던진 말에 내가 상처를 받았듯

나 역시 내가 했던 말 중에서 그렇게 던진 말이 있나 생각을 해봐도 없었다.


우선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좋게 대화를 끝내고 끊었다.


잠 자기 전에 아무래도 이렇게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친구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누구와도 비교를 하지 않고 각자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된다.

생각이 많고,

마음 터 놓을 친구가 너라서 말했다고 말했다.


친구는 자신도 안다고. 자신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묘한 답변을 보냈다.


정말 나이 먹으면서 내 속을 확 터 놓을 친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난 이 친구하고 꾸준히 연락을 할 예정이다.

그 날 기분이 다운되었을 수도 있고,

뭔지 모르지만 내가 뭔가를 건들었을 수도 있고.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민한 것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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