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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Mar 03. 2021

여자와 남자의 시간은 같다.

같이 나이 먹는 처지에 뭘 그렇게 따지는지.


예전에 심리 수업을 들을 때 알게 된 인연이었다.

우리 이모하고 동갑으로 태생이 금수저였고 남편도

잘 만나 평생 돈 걱정 없이 사셨던 분이다.

그래서 내 또래가 많았던 수업에서 자신의

둘째 며느리를 돌려 까는 언행으로 대부분이 누군가의

며느리로 살고 있는 반 사람들의 공공의 적이면서

왕따로 등극.


자신이 우리를 왕따 시킨다는 듯 행동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다들 싫어했다.

내가 지각했던 날 혼자 남아 있던 그 분하고 짝꿍이 돼서 심리 테스트를 했다.

정이 가지 않았지만 이 분도 같은 생각이겠지 싶었다.

이 분은 내가 그리 나쁘지 않았는지 둘이 같이 하는

테스트나 발표를 나하고 하려고 했고

다른 사람들 모두 얼씨구 좋다 하며 나하고

그분을 묶어버렸다.


처음에 짜증이 났다가 같이 할수록 말투 하고 표정이

거만했지 속은 여리고 나쁜 분 같지 않았다.

그렇게 친하지도 싫지도 않은 어정쩡한 사이였다.


수업이 끝나고 근처 살던 친구 만나 밥 먹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옆에 외제차가 섰고 창을 내리기에 길을 물어보나

싶었는데 그분이었다.


아들이 픽업을 왔다며 집까지 데려다주겠단다.

괜찮다고 고맙다는 말로 거절하자, 운전석에

있던 아들이 내렸다.

아들을 보고 순간 놀랬다.


너무 잘생겨서.ㅋ


키도 엄청 크고, 완전 훈남.

배우 김영광하고 비슷한 이미지였다.

슈트핏이 모델인 줄.


<김영광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어요>


뒷좌석 문을 열고 타라는데 안 탈 수 없었다.

집까지는 너무 멀고,

지하철 역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했다.

계속 네비 주소 창에 입력하게 주소를 알려달라는

아들한테 괜찮다고 근처 지하철역까지만 부탁했다.

아들 세 명 중에 장남이라는데,

전 국민이 아는 회사 연구원으로 일을 한다면

폭풍 자랑을 했다.


평소 성격이면 한 번 거절에 바로 '오케이!'라고 했을

분이 왜 자꾸 데려다준다 했나 싶었다.

차가 조금 막혀 아들 자랑이 끝날쯤 나를 완전

자신의 베스트 클래스메이트로 만들었다.


우리가 그렇게 친했나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내렸다.


같이 발표하는 과제로 전화통화를 몇 번 했었다.

과제 이야기가 끝날 때는 세 아들 중에 유일하게

결혼한 둘째 며느리 흉과 첫째, 셋째 아들

자랑을 듣다 대화는 끝났다.


심리 수업이 끝나고 이 분하고 할 말도

만날 일도 없었다.

코로나 이전에 만났던 분이라 가끔 커피라도

마시자고 했었는데 며느리 흉을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듣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어 피했다.


가끔 카톡으로 근황 토크만 했었는데,

얼마 전에 자기 아는 사람이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데

개인 레슨을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너무 뜬금없고 아들 세명이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들었는데

'왜 굳이 저한테요?'라는 말 대신 성인을 가르친 경험이 없다고 거절했다. 아들 친구한테 물어도 될 것을..

레슨비도 좋게 주고, 경험도 쌓을 좋은 기회라며

설득하는 그분 말에 조금 솔깃해서

수업은 줌(zoom)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하자,

그래도 실제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지 않냐고 해서 만났었다.


그 자리에 나가서 딱 3분 뒤에 알았다.


맞선 자리였다..ㅋㅋㅋ


소개팅 안 한지 15년인데.

뜬금없는 맞선이라니.

그분 지인은 영어를 배울 마음이 1도 없었다.

나이를 물어보니 외삼촌하고 동갑.

나하고 띠동갑이 넘는 이 아저씨를 만나게 한 이유가

궁금해서 소개하고 서둘러 사라지려는 그분을

잡아 앉혔다. 손사래를 치며 다시 일어나는

그분을 따라 나도 일어났다.


당황한 그분이 지인 난처하게 왜 그러냐고 해서

지금 이 상황이 어색한 나를 두고 어디 가냐 물었다.

표정이 바뀌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 가방 들고 나왔다.

내 손목을 잡는 그분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자

화를 내며 나한테 너무 무례한 게 아니냐고 했다.


왜 거짓말했냐는 말만 여러 번 물어봤다.

예전에 연락 안 한 지 1년이 넘었던 남자후배도 나이

많은 모태솔로 상사가 퇴근을 안 하고 계속 일을 시켜

이러다 죽겠다 싶은 상황이었는데,

이 분하고 비슷하게 후배하고 밥 먹자 하고 나간 자리가 소개팅임을 알고 연을 끊었던 일이 떠올랐다.


성인이 된 후에는 동갑이나 2-3살 어린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나보다 나이가 5살 이상 많은 남자를

이성으로 관심 없어한다는 걸 다 알던 사람들이었다.


나를 버리는 카드인양 누가 봐도 나랑 맞지

않을 사람을 앞에 앉혀두고 잘해보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한 채 사라지는 사람들이 용서가 안됐다.


그분한테 그랬다.

난 아줌마 아들같이 키 크고 잘 생긴 외모에 매너도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고.


그랬더니 나한테 미쳤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시집을 못 갔단다.

여자 마흔이 넘으면 멀쩡한 남자 만나기도 힘들고,

오십 넘은 남자가 뭐가 흠이냐고 가르치듯 이야기했다.

궁금했다.

왜 여자하고 남자 나이가 다를까?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수명이 10살 더 오래 산다는데.

왜 굳이 나보다 10년 일찍 죽을 수 있는 남자에

나보다 삶을 15년 더 산 사람과 만나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관심이 1도 없는 상대와 말이다.


그러다 평생 혼자 살다 죽을 수 있다는 말을

정색하고 하기에.

아줌마 같은 사람들 때문에 화병 나서 먼저 죽겠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면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하고 집에 왔다.


자신이 한 행동은 생각도 못하고

끝까지 훈수를 놓던 그 오만한 얼굴을 생각하며

아줌마하고 비슷한 이상한 첫째, 막내며느리들로

내가 받은 열 받음을 돌려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분을 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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