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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ul 28. 2021

인기 교사라기보다는...

본사의 간섭과 적은 급여에 떠나는 교사들 덕분인 거죠.

내가 일하는 영어 학습지가 유명 연예인들을

내세워 TV 광고를 한 뒤로 정말 학생들이 많아졌다.

본사에서는 학생들 배정을 더 받게 스케줄을 더 열어라 재촉하고, 난 듣지 않았다.


3개월 전에 계약기간 만료된 학생들이 많아서

몇 명 자리를 열어두었고,

열어두기 바쁘게 퇴사한 교사의 학생들이

1시간도 안돼서 모두 배정이 되었다.

2명의 퇴사 교사로부터 온 아이들이었는데.

요즘엔 내가 이 아이들 때문에 퇴사하고 싶다.


여지까지 나하고 오랜 시간 같이 했던 아이들은

정말 천사들이었구나.

아마도 퇴사한 교사들의 퇴사 원인에 이 아이들이

 한몫했겠다 싶었다.


아이들과 부모는 교사를 매일 바꿀 수도 있지만,

교사는 배정된 아이들을 바꿀 수 없다.

이 얼마나 억울한 처사인지.

내가 돈 안 벌 테니까, 가르치지 않겠다는 건데.


암튼 새로 온 아이들과 매주 지지고 볶고 있다.

수업 들어가기 전에 '제발 결석 좀 해라!'라고 외치지만

전혀 공부는 안 한채 수업률은 100%이다.


요 근래 문제가 되었던 건.

내가 일하는 회사에 심각한 교사 구인난을 겪으면서

아이들이 학습지를 결제하고도 바로 화상수업이

안되고 웨이팅이 걸렸다.


급여가 적으면서 모니터링이다 뭐다 하면서 간섭 많은 본사에 새로 입사한 교사들이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나하고 1년 6개월을 같이 한 아이들의 부모들이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방과 후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부모들이 메시지로 지인 아이를  소개하면서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요즘 많아졌다.


난 잘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데 갑자기 늘어난

이런 요청이 많이 당황스러웠고,

스케줄 빈 시간이 없어서 추후에 일정이 되면

연락드린다는 말을 내가 하고 있었다.

거절하면서도 웃겼다.

내가 뭐라고.

인기라기보다는 자꾸 퇴사하는 교사들 때문에

오래 버틴 내가 이런 거절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 스케줄을 모두 막아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 한 명이 배정되었다.

나를 지정해서 배정해 달라는 요청에 고객센터에

목이 아파서 더 학생 받지 않겠다 거절했더니

내 담당 매니저님한테 바로 연락을 했다.

매니저님은 맡으라고 말을 했고,

배정된 학생은 거절이 안 되는 여기 시스템을

알기에 강경하게 하기 싫다고 말씀드렸다.


무책임하다는 느낌.

교사가 더 이상 학생을 맡지 않겠다고 하는데

학부모가 원하니까 무조건 맡으라고 배정하는

태도에 화가 났다.


1년 6개월 동안 같이 공부했던 아이들도 실력이

 늘지 않아서 파닉스만 주구장창한다.

패드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매주 수업은 참석하니

같이 공부할 학습자료는 이미 봤지만

문장을 배워야 할 상위단계에 단어를 읽지 못하다 보니

다른 자료를 볼 수 없다.

아이:선생님. 이거 했잖아요 다른 거 봐요.

나 :다른 거 보려면 ㅇㅇ가 공부를 해와야 해.


부모들은' 왜 아이가 단어를 못 읽을까요?'라고 묻는다.

'그건 자녀분이 공부를 안 해서 그러죠.'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오지만,

'다른 아이들도 2번 정도 반복해요~'라고 웃으며 넘긴다.


공룡을 좋아하는 남자아이 한 명만 열심히 공부함에도 불구하고 2년째 파닉스 수업을 하고 있는데

단어를 못 읽고 창작을 한다.

이 아이는 언어 능력이 조금 낮을 뿐 다른 능력이 뛰어나다.

이 아이 외 다른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한다.

알파벳부터 다시 배워야겠다는 학부모 말에

1년 동안 5번을 했는데 또 반복하는 이 시점에

교사를 바꿔보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나를 좋아해서 그냥 해달라는 말에

'내가 싫다고욧!!'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아이가 싫은 게 아니라, 아이도 지겨워하고

나도 지겨웠다. 아이는 이미 봤던 내용을 또 보고 내가

노래도 불러주고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같은 자료 화면을 보니 딴짓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파벳을 1년 했는데 지금도 S를 거꾸로

수 있지.. 그래. 한글도 어려운데 낯선 알파벳 그렇게 쓰는 건 이해된다지만 n이 ㄴ발음 난다고 수십 번 말했는데 n을 '엔'이라고 읽지도 못한다.


매주 나한테 한국어를 배우는 영어통역사로 일하는 일본 학생한테 속상한 마음에 하소연을 했다.

계속하다 보면 실력이 향상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 나한테 화가 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계약한 학습지는 계속해야 하지만,

공부하지 않고,

부모는 나를 나무란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변경 없이

한다고 더 신경 써달라고 한다.

'여기서 어떻게 더요?'라는 말을 그냥 삼킨다.


그래서 요즘 가르치는 말에 기대와 영혼도 없다.

어차피 아이는 기억하지 않을 테니..


일본 학생이 몇 프로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냐고 물었다.

10프로?

말하다 보니 학습지 프로그램은 일부 10프로만

맞게 만들어졌구나.

나머지 90프로는 계속 파닉스 늪에 빠지다

아이가 포기해야 끝나는 시스템이구나

라는 생각도 해 본다.


새로 들어온 아이들 빼고 오랜 기간 만난

아이들은 예쁘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귀여움 뽀작한 얼굴로

나를 '이모'라고 부르자 당황한 엄마가

'선생님'이라고 해야지라고 알려줬지만

내가 친근했는지 계속 '이모'라 부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으면서 수업했었다.

정도 많이 들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래서 퇴사 생각하면 아이들과 이별 생각에

울컥한다.

나도 늪에 빠진 듯.


일상이듯 공부는 1도 안 하고 수업에 참여해서

카메라 밑에서 다른 행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비싼 돈을 지불함에도

아이들 실력 향상되지 않자, 나와 회사 프로그램을 질책하는 목소리에 요즘 많이 흔들린다.

그래서 고민이다

날도 덮고, 코로나는 4단계이고.

조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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