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은 다단계 판매

20년 전에 월 천만 원 벌 수 있다는 그들은.. 지금 부자가 되었을까?

by 구슬주

다단계 판매업체를 20대 초반에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당시에는 코디라고 불렀다)

막내로 근무했던 친구가 1주일 동안 지방에서

잡지 촬영한다고 돈도 벌고 연예인도

보러 가자고 꼬셔서 대학 방학 때

가게 되었다.


역삼동에서 만나서 지방으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뺐었다.

보관이라고 해서 줬는데

그 안에 있던 물을 꺼내고 싶다고

가방을 잠깐 달라고 하자 종이컵에 물을 줄 뿐

가방을 주지 않을 때 이상했다.


그렇게 사업장은 서울 역삼,

교육장은 분당 미금, 숙소는 수원 인계동에서

이뤄지는 곳에 감금되었다.

20년 전 최저임금이 2000원 정도였을 때였는데,

그때도 월 10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난 믿지 않았다.

그 돈을 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없어 보였고, 그렇게 많이 벌면

왜 모르는 나를 끌어들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당시 다단계 수법은 많이들 알려져서.

우선 잠을 안 재운다. 하루에 4시간도 못 잤었다.

오전, 오후에는 교육한다고 월 천만 원 타령을 했고.

계속 사람들이 붙어서 설득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노래방에 데리고 가고,

운동을 하러 가고 메이컵을 잘했던 친구는

다른 사람들 메이컵과 코디를 해줬다.


가장에 기억에 남는 건.

부산에서 온 굉장히 잘생긴 남자애들이었다.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라는 애들이

거의 모델처럼 생겨서 여자들이 정말 많이 혹했다.

잘생긴 남자애들은 여자애들한테.

예쁜 여자애들은 남자들한테 붙어서

이 사업을 하면 '나'하고 함께 할 수 있다고 꼬셔댔다.

그래서 난 지금도 부산 남자에

대한 이미지는 '미남'이다.ㅋㅋㅋ

항상 남자들이 밖을 지키고 있었는데

거기 들어간 지 5일째 되던 날

남자애들이 축구하러 가면서 친구하고

나를 지키고 있던 꽤 덩치가 큰 언니만 남았다.

그래서 집에 가야겠다고 가방을 달라고 했다.

안된다는 말에 한 구석에 있던 작은 밥상을

언니 옆으로 던졌다.

덩치 큰 언니가 조금 무서웠던지라

손에 잡히는 방안 물건들을 하나씩 던졌다.


놀란 언니가 가방을 가져오고,

난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수원을 잘 몰라서 한참을 헤매다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아저씨. 여기 어디예요?"


나를 좀 이상한 애 보듯 해서

다단계 업체에서 도망 나왔다고 하니까

수원 인계동이라며 성남 가는 버스는 저기서

탄다고 알려줘서 그걸 타고 집으로 왔다.


그 뒤로 다단계에 데리고 갔던 친구는

당시 빚을 2000만 원 정도 지고 나와서

나한테 '어떻게 너만 도망갈 수 있어?'

라는 원망을 들었다.ㅋㅋㅋ

그 친구는 예전에 손절했다.


그 뒤로도 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단계 제품을 판매하려고 다가와서

같이 사업을 하자고 설득도 많이 당했다.

그 사람들은 그 사업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같이 하자고 했을 수도 있고,

자기 아래로 새끼를 쳐야 하니까 내가 필요해서

다가왔을 수도 있고.

진짜 속내는 모르지만, 난 관심이 없다.

그리고 확실한 건 다단계 판매에서

수익을 내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난 아니라는 것!



얼마 전에 동갑내기 전 직장 동료한테 연락이 왔다.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동료였는데,

회사에서 꽤 친하게 지냈다.

여자 네 명이서 뭉쳐 다녔는데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았던 날 남편이 데리러 와서

거기 있던 사람들 모두 집까지 데려다

줘서 꽤 스윗 했던 기억이 있었다.

동료는 가정적이었으면서,

무엇보다 말을 정말 예쁘게 했고

남편은 아내를 위하는 마음이

목소리와 말투에서 묻어났다.


거의 5년 만에 연락이 와서 코시국에도 만났다.

유럽 사람처럼 작은 얼굴에 큰 눈, 코, 입이

어떻게 다 들어가 있는지 신기했던 친구였는데

유럽인이 빨리 노화가 되듯.

주름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예쁜 얼굴은 여전했다.


아들이 아파서 퇴사 후에 계속 육아만 하다

얼마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순간 싸~~ 했다.

웃으면서 팸플릿을 꺼내는데

내가 아는 다단계 회사였다.

네트워크 판매란다.


그래도 설명을 계속 들었다.

영양제는 먹는 브랜드가 있고,

약 부작용이 조금 있는 편이라

아무리 효능이 좋아도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는 제품은

먹을 수 없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회사 제품은 안전하단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월 천만 원 벌 수 있다고

사업을 같이 하자고 설득하는데.

물가 상승률도 있는데 20년 전에 월 천만 원이면

지금은 월 삼천이라고 해야 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설명을 들었다.


우선 부작용 위험이 덜한

셰이크 제품하고 화장품을 구입했다.

화장품은 향이 강하지 않고 순해서 바르지만,

사실 페이스샵 제품하고 큰 차이를 모르겠다.

내 피부가 싸구려 제품에 최적화되었나 보다.

밥 먹기 귀찮을 때 셰이크를 우유에 타 먹는데

예전 다요트 할 때 먹던 저렴 셰이크하고 별 차이가 없다.


그 뒤로 가끔 연락이 왔다.

그러다 7월에 다요트 패키징으로 보조제하고

영양제 행사한다고 그걸 사란다.

그래서 난 굳이 다요트 안 해도

된다고 했더니 다요트 하는 사람들이

먹을 정도로 영양분이 많으니까

몸에 좋다고 30분 이상을 떠들다가 내가 반응이 없자

한 번 보자고 집 근처까지 찾아왔다.

자기가 먹는 영양제라며 내 손바닥에 올려두고는

감옥에서 간수가 죄수한테 약을 먹이듯

먹였다.ㅋㅋㅋ

그리고 아픈 아들과 돈벌이가 시원찮게 된

남편 이야기를 말해서 구입하기로 했다.

다음 날 주말 알바를 가서 쉬는 시간에

우유에 쉐이크를 타고 있는데 단기인력으로 왔던

내 또래 여자 두 분이 그 모습을 봤다

나이가 비슷해서 가끔 알바 오면

이런저런 이야기했었는데,

한 분이 어디 거냐고 물어보고

회사를 말하니까 같이 온 여자

두 분이 서로 얼굴을 봤다.


뭔가 이상해서 왜요?라고 묻자.

혹시 영양제 사셨어요?라고 물어봐서

보조제하고 영양제 구입하기로 했다고 했더니

결재 안 했으면 절대 사지 말란다.

자기도 친척이 해서 구입해서 먹고

설사로 죽다 살았단다.

설사했다고 하니까 다단계 판매하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인 '명현현상'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친척 말을 듣고 계속 먹었는데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의사 쌤한테 물어보니

부작용이란다.


자기 동생도 부작용 났었다고.

웃긴 건 친척 가족들은 막상

먹지 않았단다.. 이건 모지.


그래서 동료한테 미안한테

영양제 먹지 못하겠다고

전화하니까, 갑자기 화를 냈다.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바꾸냐고.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그 길을

찾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내가 오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을 했지만,

듣지도 않고 아픈 아들 키우면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넌 아픈 자식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울기 시작했다.

대체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일반 시중 제품보다 비싸고 내가 필요하지도

않는 셰이크하고 화장품 사 준 내 배려와 돈은

어디로 갔지?


그래서 물어봤다.


" 난 먹지 않을 건데..

그래도 영양제 사야 하는 거야?"


그러자 고민 안 하고


"어! 사 줘."


햐..내가 인생을 어떻게 산 거지..

이젠 남을 원망할 수도 없는 게.

이런 일이 반복이 되는 건.

내가 잘못 살고 있구나라는 말이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기 교사라기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