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슬주 Sep 06. 2021

변치 않은 다단계 판매

20년 전에 월 천만 원 벌 수 있다는 그들은.. 지금 부자가 되었을까?

다단계 판매업체를 20대 초반에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당시에는 코디라고 불렀다)

막내로 근무했던 친구가 1주일 동안 지방에서

잡지 촬영한다고 돈도 벌고 연예인도

보러 가자고 꼬셔서 대학 방학 때

가게 되었다.


역삼동에서 만나서 지방으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뺐었다.

보관이라고 해서 줬는데

그 안에 있던 물을 꺼내고 싶다고

가방을 잠깐 달라고 하자 종이컵에 물을 줄 뿐

가방을 주지 않을 때 이상했다.


그렇게 사업장은 서울 역삼,

교육장은 분당 미금, 숙소는 수원 인계동에서

이뤄지는 곳에  감금되었다.

20년 전 최저임금이 2000원 정도였을 때였는데,

그때도 월 10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난 믿지 않았다.

그 돈을 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없어 보였고, 그렇게 많이 벌면

왜 모르는 나를 끌어들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당시 다단계 수법은 많이들 알려져서.

우선 잠을 안 재운다. 하루에 4시간도 못 잤었다.

오전, 오후에는 교육한다고 월 천만 원 타령을 했고.

계속 사람들이 붙어서 설득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노래방에 데리고 가고,

운동을 하러 가고 메이컵을 잘했던 친구는

 다른 사람들 메이컵과 코디를 해줬다.


가장에 기억에 남는 건.

부산에서 온 굉장히 잘생긴 남자애들이었다.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라는 애들이

거의 모델처럼 생겨서 여자들이 정말 많이 혹했다.

잘생긴 남자애들은 여자애들한테.

예쁜 여자애들은 남자들한테 붙어서

이 사업을 하면 '나'하고 함께 할 수 있다고 꼬셔댔다.

그래서 난 지금도 부산 남자에

대한 이미지는 '미남'이다.ㅋㅋㅋ

항상 남자들이 밖을 지키고 있었는데

거기 들어간 지 5일째 되던 날

남자애들이 축구하러 가면서 친구하고

나를 지키고 있던 꽤 덩치가 큰 언니만 남았다.

그래서 집에 가야겠다고 가방을 달라고 했다.

안된다는 말에 한 구석에 있던 작은 밥상을

언니 옆으로 던졌다.

덩치 큰 언니가 조금 무서웠던지라

손에 잡히는 방안 물건들을 하나씩 던졌다.


놀란 언니가 가방을 가져오고,

난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수원을 잘 몰라서 한참을 헤매다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아저씨. 여기 어디예요?"


나를 좀 이상한 애 보듯 해서

다단계 업체에서 도망 나왔다고 하니까

수원 인계동이라며 성남 가는 버스는 저기서

탄다고 알려줘서 그걸 타고 집으로 왔다.


그 뒤로 다단계에 데리고 갔던 친구는

당시 빚을 2000만 원 정도 지고 나와서

나한테 '어떻게 너만 도망갈 수 있어?'

라는 원망을 들었다.ㅋㅋㅋ

그 친구는 예전에 손절했다.


그 뒤로도 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단계 제품을 판매하려고 다가와서

같이 사업을 하자고 설득도 많이 당했다.

그 사람들은 그 사업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같이 하자고 했을 수도 있고,

자기 아래로 새끼를 쳐야 하니까 내가 필요해서

다가왔을 수도 있고.

진짜 속내는 모르지만, 난 관심이 없다.

그리고 확실한 건 다단계 판매에서

수익을 내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난 아니라는 것!



얼마 전에 동갑내기 전 직장 동료한테 연락이 왔다.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동료였는데,

회사에서 꽤 친하게 지냈다.

여자 네 명이서 뭉쳐 다녔는데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았던 날 남편이 데리러 와서

거기 있던 사람들 모두 집까지 데려다

줘서 꽤 스윗 했던 기억이 있었다.

동료는 가정적이었으면서,

무엇보다 말을 정말 예쁘게 했고

남편은 아내를 위하는 마음이

목소리와 말투에서 묻어났다.


거의 5년 만에 연락이 와서 코시국에도 만났다.

유럽 사람처럼 작은 얼굴에 큰 눈, 코, 입이

어떻게 다 들어가 있는지 신기했던 친구였는데

유럽인이 빨리 노화가 되듯.

주름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예쁜 얼굴은 여전했다.


아들이 아파서 퇴사 후에 계속 육아만 하다

얼마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순간 싸~~ 했다.

웃으면서 팸플릿을 꺼내는데

내가 아는 다단계 회사였다.

네트워크 판매란다.


그래도 설명을 계속 들었다.

영양제는 먹는 브랜드가 있고,

약 부작용이 조금 있는 편이라

아무리 효능이 좋아도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는 제품은

먹을 수 없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회사 제품은 안전하단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월 천만 원 벌 수 있다고

사업을 같이 하자고 설득하는데.

물가 상승률도 있는데 20년 전에 월 천만 원이면

지금은 월 삼천이라고 해야 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설명을 들었다.


우선 부작용 위험이 덜한

셰이크 제품하고 화장품을 구입했다.

화장품은 향이 강하지 않고 순해서 바르지만,

사실 페이스샵 제품하고 큰 차이를 모르겠다.

내 피부가 싸구려 제품에 최적화되었나 보다.

밥 먹기 귀찮을 때 셰이크를 우유에 타 먹는데

예전 다요트 할 때 먹던 저렴 셰이크하고 별 차이가 없다.


그 뒤로 가끔 연락이 왔다.

그러다 7월에 다요트 패키징으로 보조제하고

영양제 행사한다고 그걸 사란다.

그래서 난 굳이 다요트 안 해도

된다고 했더니 다요트 하는 사람들이

먹을 정도로 영양분이 많으니까

몸에 좋다고 30분 이상을 떠들다가 내가 반응이 없자

한 번 보자고 집 근처까지 찾아왔다.

자기가 먹는 영양제라며 내 손바닥에 올려두고는

감옥에서 간수가 죄수한테 약을 먹이듯

먹였다.ㅋㅋㅋ

그리고 아픈 아들과 돈벌이가 시원찮게 된

남편 이야기를 말해서 구입하기로 했다.

다음 날 주말 알바를 가서 쉬는 시간에

우유에 쉐이크를 타고 있는데 단기인력으로 왔던

내 또래 여자 두 분이 그 모습을 봤다

나이가 비슷해서 가끔 알바 오면

 이런저런 이야기했었는데,

한 분이 어디 거냐고 물어보고

회사를 말하니까 같이 온 여자

두 분이 서로 얼굴을 봤다.


뭔가 이상해서 왜요?라고 묻자.

혹시 영양제 사셨어요?라고 물어봐서

보조제하고 영양제 구입하기로 했다고 했더니

결재 안 했으면 절대 사지 말란다.

자기도 친척이 해서 구입해서 먹고

설사로 죽다 살았단다.

설사했다고 하니까 다단계 판매하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인 '명현현상'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친척 말을 듣고 계속 먹었는데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의사 쌤한테 물어보니

부작용이란다.


자기 동생도 부작용 났었다고.

웃긴 건 친척 가족들은 막상

먹지 않았단다.. 이건 모지.


그래서 동료한테 미안한테

영양제 먹지 못하겠다고

전화하니까, 갑자기 화를 냈다.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바꾸냐고.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그 길을

찾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내가 오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을 했지만,

듣지도 않고 아픈 아들 키우면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넌 아픈 자식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울기 시작했다.

대체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일반 시중 제품보다 비싸고 내가 필요하지도

않는 셰이크하고 화장품 사 준 내 배려와 돈은

어디로 갔지?


그래서 물어봤다.


" 난 먹지 않을 건데..

그래도 영양제 사야 하는 거야?"


그러자 고민 안 하고


"어! 사 줘."


햐..내가 인생을 어떻게 산 거지..

이젠 남을 원망할 수도 없는 게.

이런 일이 반복이 되는 건.

내가 잘못 살고 있구나라는 말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인기 교사라기보다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