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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ul 06. 2022

4. 무에타이 In 푸켓

향락의 도시에서 태국 전통무예를 배우다.

관계에 권태기가 오듯

어디를 가도, 무엇을 봐도

전부 같아 보이는 여행 권태기가 서울과

비슷해 보이는 싱가포르에서 왔다.


언어와 기후 빼고는

서울과 다를 게 없다 할 정도로 같은 곳에서,

우리네와 비슷한 동남아시아 여행을 이어갈

의욕이 사라졌다.


그래서 여행을 멈추고 뭔가를 배우기로 했다.

일 순위는 한국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찾았고,

다음은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그렇게 검색 후 결정했던

태국에서 무에타이!


한국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지만,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


태국 현지 트레이너한테 훈련을 받는다면 어떨까.

결정하고 검색하면서 그동안 지쳐있던

내 마음에 흥분과 의욕이라는 불씨가 훅~하고

점화되는 소리가 들렸다.


체육관을 선정할 때,

무조건 규모가 크고 사람이 많은 체육관은 피했다.


영어 어학연수를 도시 내에서 가장 큰 어학원을 했을 때

내가 외국애들 사이에서 어울리지를 못했다.

낯을 가리기도 했지만,

인종차별과 텃세가 눈으로 보이고 공기에서도 느껴졌다.


푸켓은 우리나라 선수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훈련하는 유명한 체육관이 많다.

무에타이뿐만 아니라 MMA , 요가, 크로스핏 등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수 있다.

세계적인 선수를 훈련시킨 경력 많은 트레이너들과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세계 각지에서 마샬아트(무술)에 진심인 학생(선수)들과 우정을 쌓으면서 실력 역시 일취월장한다고 한다.


난 여러 체육관 중에서 외국학생들한테 받은

수업료로 태국 선수들을 지원하는 체육관을

발견하고 바로 연락했다.

<순박했던 태국 선수들. 숙소 앞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다 집 가는 길이>


웹사이트에서 봐도 시설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취지가 좋았다.


얼마나 할지 몰라서 1달을 결재하고,

에어컨 시설이 잘 된 외국학생 숙소 중에

2층 중간쯤 되는 방에서 머물게 되었다.


태국 선수들은 체육관 안에 있는

열악한 숙소에서 지냈고,

도보로 5분 거리에 수영장까지 잘 되어 있는

2층 건물에 외국학생(선수)들이 머물렀다.


한국 여자가 체육관에 처음이라며,

트레이너들에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모두 은퇴한 무에타이 선수로,

그들이 평생 했던 전통 무술을 외국 학생들한테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그런지 자긍심도

있어 보였다.


첫 수업에 소개받은 트레이너는

설렁 , 대충 가르쳤다.

한 트레이너가 3명 정도의 학생을 담당했는데,

남자와 나는 수업의 강도와 분위가 너무 달랐다.


진지한 내 자세와 표정이 웃기는지

실실 쪼개면서 꼭 남자 친구가 격투기 처음 배우는

여자 친구한테 장난 삼아 가르치듯 그렇게 가르쳤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도 하고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했는데도 귀여운 투정이란 듯 흘겨 들었다.


그러다 보니까,

기분이 상하기도 했고, 배우는 게 없다는 생각에

지각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러자 자신이 스승으로 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했는지 화를 냈고,

난 돈을 지불했던 매니저를 찾아가서 항의했다.


매니저는 트레이너가 영어를 잘 못하다 보니,

서로 오해가 있었다며 여자회원들한테 평이 좋은

'셉'이라는 트레이너를 배정해줬다.

<맨 왼쪽이 내가 좋아했던 트레이너 '셉'>

셉은 다정하고, 우선 다른 남자들과

같은 방식과 태도로 가르쳤다.

재미있게 로우킥, 하이킥, 니킥, 엘보우부터 가드까지

기본기 위주로 하나씩 자세히 알려줬다.


여자라고 살살. 웃으면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설렁 가르치지 않았기에

여자회원들한테 평이 좋았다 생각되었다.


여자와 남자는 우선 체격과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다르고,

전문 선수가 아닌 한 여자들이 남자보다 많이 뒤처진다.


오히려 남자들처럼 강하게, 힘들게 가르치면

힘들어서 금방 그만두기 때문에

그렇게 가르친다고 하는데,

난 같은 돈 내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트레이너한테

배우는데 굳이 그래야 되냐는 생각이었다.

<마트에 과자 사러 나왔다 마주친 그날의 선수, 코치, 친구들>

여행하면서 맛있는 음식 먹고, 마사지받고,

쇼핑하는 생활을 하다

갑자기 하루에 3-4 시간 되는 훈련을 받으니

몸이 버텨 나지 못했다.


여기저기 아프고,

다쳐서 몸에서 파스 냄새가 떠나지 않았고,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 받았던 훈련을 하루에

한 번씩 참석하게 되었다.


하루에 30분을 하더라도 매일 가려고 노력했고,

셉도 '필살기'라며 여러 기술을 알려주었다.


'셉'이라는 트레이너로 수업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남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향락의 도시 푸켓에서

여자 혼자 지내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내 숙소가 2층 중간.

처음 왔을 때 이웃인, 운동만 하던 옆 집 남자들이

훈련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가자,

운동보다는 향락을 즐기려는 남자 두 명이 양쪽 방에 배정되면서 매일 밤 악몽이었다.


우리네 원룸 형식의 숙소는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에 반면 향락을 위해 온 남자들이 매일 밤

매춘하는 태국 여자들을 불러들였고,

밤새 그들의 몸의 대화를 옆에서 라이브로

듣게 되면서 들 수 없었다.


야동을 밤새 틀어 놓고 자는 상황이라

귀를 막고, 음악을 틀어도

그 이상 야릇한 소리가 귀에 계속 박혔다.

시끄럽다고 벽을 두드리면 여자와 남자가

더 흥분해서 괴성을 지르며 벽을 두드렸다.


체육관에서 만나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밤새 운동(?)을 했으니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체육관 매니저한테 방을 바꿔달라고 하자,

빈방이 없단다.


정말 다행인 건

1주일 뒤에 이들이 떠났고, 벨기에서 온 여자하고

결혼식날 멋진 모습 보여주고 싶어 살 빼러 왔다는

미국 남자가 오게 되면서 다시 숙면할 수 있었다.


한 공간에 땀을 흘리며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람들끼리 금방 친해지게 된다.

밥도 같이 먹고, 운동 없는 주말에는 같이 바(bar)나 클럽에도 가고 마사지 잘하는 곳을 발견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받았다.

<자주 어울렸던 친구들. 잘 챙겨줘서 고마웠다>


1년 있었던 호주보다

여기 있었던 1달 동안 더 많은 친구가 생겼다.


당시 20명의 학생 중에

폴란드, 벨기에 온 여자 두 명 , 동양 여자인 나 제외,

대부분이 신체 건장한 유럽 남자들이었다.

<북유럽 삼인방.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매너도 좋았던.ㅋ>


식당이나 바(bar)에 갈 때 일부 남자애들이

현지 여자 친구라며 몇 명을 데리고 왔다.

처음에는 진짜 여자 친구인 줄 알았는데,

폴란드에서 온 애가 직업여성이라고 귀띔해줬다.


그들 때문에 밤새 밤을 설쳤던 경험에 감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 방에서 즐겼을 뿐인데

뭘 그렇게 미워했을까 싶겠지만.

당시에는 너무 미웠다.


이들과 같이 밥 먹고 다닌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같은 동양 여자인 내가 다른 사람들 눈에

그들과 같은 업에 종사한다고 생각하게 했다.

<술과 노래, 남아도는 시간에 즐겨웠던>

여러 명이 몰려간 바(bar)에서

옆 방 사는 미국 남자와 맥주 마시는데,

어떤 외국 남자가 나를 가리키며

'얼마 줬냐'라고 물었다.


얼마를 줘?

뭘?


당황한 미국 친구가 같이 무에타이 하는 친구라고.

자기는 피앙새가 있고, 나를 가리키며 얘가 나보다

돈이 더 많다며 농담으로 넘겼다.


쨰려보는 내 눈빛에 정말

 "Whatever" 뭔들..

이러고 사과 한 마디 없이 갔다.


그러고 나서는 현지 여자 친구를 데려오는

애들하고는 따로 다녔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둘 다 페북 친구라 근황 사진에 좋아요!! 꾹~

그렇게 1달 푸켓에서 운동하고,

12년이 지난 지금도 난 푸켓에 두 번 다시 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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