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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ul 16. 2022

7. 무에타이 In 치앙마이

무에타이 선수들과 함께 했던 수련,

정확한 지명은 '쌈캄팽'

치앙마이에서 차로 40분에서 1시간 막힘 없이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작은 도시.

(온천으로 유명하다)

태국에 자주 왔다고 해도 관광지인

푸켓,빠이,치앙마이에서 주로 머물러서

어디를 가도 영어가 통했다.


가게 갔을 때 영어가 안 통해도 잠깐 기다리라며

바로 영어 가능한 사람과 연결

해줘서 굳이 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었다.


태국에 온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영어가 안 통했다.

관광객 없는 지역이라 물가는 7년 전 빠이보다

저렴했지만 의사소통을 어떻게 해야 될지 난감했다.


나중에는 체육관 친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다.

어디 음식이 맛있고, 영어로 소통이 되고, 영어 메뉴가 제공되는 등.

그럴 거면 태국어를 배우는 게 어떠겠냐고 묻겠지만.


중국, 베트남에서 근무하면서 성조 있는 언어는

내가 절대 잘할 수 없다는 100프로가 넘는

확신에 태국어는 시작도 안 했다.

중국은 4성, 베트남은 6성. 태국어는 5성.

억양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그래서 중국, 베트남에서 근무할 때도

내가 현지 직원한테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직원들이 외부업체 사람들한테

다시 중국어, 베트남어로 설명했다.


오로지 나하고 오래 일한 직원들만 아주 엉터리인

내 성조를 알아들었던 셈이다.

직원들이 그만두면 내가 정성 들여 공부한 언어는

무(無)로 돌아갔다.


궁하면 통한다고.

바디 랭귀지가 많이 늘어서 손짓과 과장된 표정으로

통하는 대화들이 늘어갔다.

간단한 태국어도 이때 배우기 시작했다.


빠이에 있을 때 이곳에서 운동했던 미국 친구한테 소개 받았던 곳이라 확실히 트레이너들이 잘 가르쳤다.

이곳에서 챔피언 벨트 자랑은 우리나라에서 태권도

 검은띠라고 생색내는 행동하고 비슷할 정도로,

챔피언 벨트하고 트로피는 넘쳤다.


나중에 호주 친구가 치앙마이에서

열린 시합에서 챔피언이 되었을 때

챔피언 벨트를 구입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는 게 아니라 산다는 소리에

태국답다는 생각을 왜 했는지.

여지까지 내가 배웠던 체육관에서 최고로 잘 가르쳤다.

당시에는 7명의 트레이너가 있었는데 정말 다양했다.

모두 스타일이 달라서,

일부러 한 트레이너가 한 학생을 전담했는데

푸켓에서 만난 첫 번째 트레이너처럼

장난 삼아 가르치는 사람한테 배정되었다.

그나마 시간이 지날수록 진지하게

잘 가르쳐줘서 불만은 없었는데,

몸이 안 좋으신지 중간에 트레이너가 바뀌었다.


새로 배정된 트레이너한테 배우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키, 나이가 나하고 같았다.

말도 많고 신동엽처럼 야한 드립을 많이 쳤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가끔 손으로 수위를 낮추라는 동작을 하면

 '쏘리 쏘리' 하고는 한동안은 자제했다.

취미로 하는 학생, 선수부가 나눠져 있음에도

같이 훈련을 받는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수업이 나눠지고,

선수부 사람들이 겸상을 잘 안 하는데,

스파링 할 때도 세계 대회 현 챔피언들하고

같이 할 수 있어서 많이 배웠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된다.

그들이 얼마나 진심인지.


다른 체육관과 수업 루틴은 비슷하다.


수업 전에 30분 미리 나와서

달리는 사람, 줄넘기하는 사람들.

그리고 단체 스트레칭한 후,

기본 기술을 연습한다(레프트, 라이트, 로우킥,

프런트 킥, 하이킥, 니킥, 엘보 우등)

그때마다 트레이너 3-4명이

돌아다니면서 자세를 잡아준다.


우리가 단체 운동하는 동안,

 매니저가 옆에 있는 칠판에 트레이너 이름 아래

같이 패드 워크 할 학생 이름을 적는다.

단체 운동이 끝나면 순서대로 트레이너와

4분 30초씩 5세트 패드를 친다.

<위(덴마크) 아래(스웨덴) 체육관에서 만나 결혼해서 지금 애가 3살>


이때가 가장 운동되면서 많이 배운다.


내 담당 트레이너가 다른 학생과 있는 동안,

내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 샌드백을 치거나,

다른 사람들 구경하면서 쉬기도 했다.

<스페인 선수, 귀여운 외모에 자상했다>


체육관마다 수업 내용이 다르지만 대체로 토요일은 고정으로 스파링 데이로 해서 스트레칭 후

스파링만 한다.

체육관마다 여자가 많지 않아서

가끔 남자들하고도 하는데,

기술보다 힘에 많이 놀란다.


프런트 킥을 막았는데도, 뒤로 완전 나자빠졌다.

할리우드 액션을 의심할 정도로 내가 밀리자,

옆에 있는 남자들이 내 상대 남자한테 단체로

 '우!!!~~~' 장난으로 야유를 보내자 당황했는지,

계속 사과한 적이 있다.


버티지 못한 내 잘못이지, 사과할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 뒤로는 정말 아기 다루듯 갖다 대기만 했다.


반면, 세계 각지에서 오다 보니,

이상한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키가 190cm, 무게가 100킬로는 됨 직한

거구의 남자가 체육관을 초토화시킨 적이 있다.

스파링은 실제 시합이 아니기 때문에,

있는 힘껏 세게 치지 않는데,

이 남자는 여자든 160cm에 50kg 나가는 왜소한 남자든

자기하고 붙는 사람을 정말 세게 쳤다.


보통은 최소 1주일부터 1달,

혹은 3개월 6개월 머물면서 훈련한다.

가끔 1 day로 하루만 오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그랬다.

트레이너들이 그렇게 세게 치지 말라고 말했음에도 알았다고 웃으면서 대답만 할 뿐 변화가 없었다.

부상자가 속출하자,

옆에 보던 트레이너가 올라가서 같이 하자고 했다.

나하고 키가 같은 트레이너가 만만해 보였는지,

둘이 붙었고 처음에는 트레이너가 밀리는 듯했다.

키가 30cm 차이가 나니 펀치나 엘보우가 먹히지 않았다.

그러자 상대가 킥을 할 때,

상대 발을 쳐서 넘어뜨리기를 여러 번,

거구의 몸이 몇 번 넘어지니까

정신이 나가는지 공격이 주춤해졌다.

트레이너가 몰아붙이고,

자신이 많이 맞자 많이 아프다는 제스처로

시간을 끌다가 종소리와 함께 끝났다.


나중에 들으니, 유럽 어느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란다.

일부러 스파링 하는 날 와서 이런 행패를 하고 다니는 모양새였다.


트레이너가 훈련을 오래 했지만, 30cm 이상 큰 거구를 그렇게 몰아치는 모습에 통쾌했고,

이래서 무에타이를 배우는구나 싶었다.


이 체육관은 2017년, 2018년, 2019년

세 번에 걸쳐 와서 배웠다.

트레이너들하고 친해져서, 난 태국어를 못하고 트레이너들은 영어를 잘 못해서

한국에 와서도 보통은 사진이나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연락하고 지낸다.

<상자에서 번호 뽑는 중>

크리스마스 일 때는

시크릿 산타라고 각자 선물을 가져와서

체육관 테이블에 놓으면 그곳에 번호를 매긴다.


학생이 순서대로 통 안에 있는 종이를 꺼내서 나온 숫자에

해당되는선물을 가져가는 것인데,

난 1주일 정도 먹었던 국 과자가 나왔다.

<정말 맛있었던 바비큐>

모두 모여서 술 하고 바비큐 먹으면서 친해졌다.

체육관에서 작은 파티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썽태우를 불러서 치앙마이 클럽에 가서 놀았다.

여자가 많지 않은 날, 클럽 가는 일행이 모두 남자면

일부러 빠졌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눈치 없이 회식자리에 끝까지 남았던 날,

'너 때문에 이쁜이들을 못 부른다고'

남자동료가 택시비를 손에 쥐어준 경험에,  

애들은 뭐라고 안 하는데 내가 알아서 빠진다.


코로나로 체육관이 긴 휴식 기간이었다가,

이제 엔데믹 분위기라 그런지

체육관에도 학생들이 서서히 모이는 눈치다.


나도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가끔 올라오는 소식에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남자들은 이미 치앙마이 클럽으로 떠났음>

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큰 대회에도 출전했던

기존 학생들 때문에

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런 친구들이 이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와 아빠가 된 일상을 보며, 같이 늙는구나.

더 이상 무에타이를 안 하지만,

함께 했던 그 시간이 있어서

사소한 소식에도 축하하고 반가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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