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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Aug 08. 2022

태국 방랑기

생각대로 사는 생활기

지난달 태국에 도착했다.

작년 12월에 6개월이 남지 않은 여권을 갱신하고

의무 보험 가입 후 타일랜드 패스를 신청하려던

딱 하루 전에 오미크론으로 국경이 막혔다.

허무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갔으면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거라는

신의 보살핌이라고 생각했다.


태국은 7월에 격리 및 PCR 검사 등 여행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제도를 없앴고

그 틈을 비집고 쉽게 태국에 입국했다.


올해 3월에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해제서 확인서 하고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를 영문으로 보건소에서

발급받아 챙겨갔다.

걱정했던 우려와 달리 태국 입국 심사는

5분도 걸리지 않았고,

어떤 서류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해서 방콕에서 7일을 머물렀다.

좋아하는 도시가 아니었지만,

방콕에 있는 태국 브랜드 제품을

위탁 판매하고 싶어 방문했었다.

이 회사는 위탁판매보다는 에이젼시를 원한다며

1년 벌크 오더(한꺼번에 주문)에 

브랜드 사용료를 1년마다 얼마씩 내야 된다고

명확하게 제시했다.

나는 이 제품을 써서 얼마나 좋은지 알지만

국내 인지도는 거의 0에 가까웠다.

그리고 코로나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데

거액을 들여 국내에 반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과 함께 바로 치앙마이로 넘어왔다.

방콕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치앙마이 상권은

거의 죽었다는 표현에 가깝게

관광객들이 필수로 방문했던

나이트 바자(Night Bazzar) 큰 도로변 한쪽의

모든 상가가 폐점했다.

그 옆에 있는 4성급과 그 이하의 호텔 모두 문을 닫았다.

다른 거리에 있는 곳곳마다 빈 상점이 많이 보였고,

붉은 글씨로 SALE이라는 종이들이

많이 붙어 있었다. 을씨년스러웠다.

유일하게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새러데이 마켓 하고 선데이 마켓만

사람이 많았지만, 이전보다는 많이 축소되어 있었다.

그래도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아기자기한 소품과 의상, 먹거리를 만나는 재미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태국은 정말 충동적으로 오게 되었다.

무기력한 생활을 꽤 오래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듯했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지만,

사는 곳과 하는 일이 같다 보니

내 생활도 같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사회 거리두기 영향인지,

아니면 그만큼의 우정이었는지

연락하는 사람이 한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더 집으로 숨어들어 뿌리박은 생활을 하면서

뭔가가 변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냈다.


어떤 사람이 하느님한테 '로또'에 당첨되게 기도를

매일 하자 그 노력에 감탄한 하느님께서

"로또 먼저 사라"라는 계시를

줬다는 아주 오래된 농담이 있다.


그 말처럼 나도 집 밖으로,

그리고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준비 안된 상태로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고,

딱 5일 뒤에 태국 방콕에 도착했다.


자주 왔기에 떨림이나 기대보다는

익숙했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확인한

순간 더 긴장했었다.

귀차니즘과 무기력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 없는 태국에 호텔을 검색하고 예약하지

않으면 노숙해야 되는 상황을 만들었던지라

눈 뜨면 호텔을 검색하고 예약했다.


태국은 건기인 겨울이 성수기이다.

그 말인즉 우기인 지금은 비수기.

그래서 호텔 숙박 가격 예전에 비해서

절반 이상이 떨어졌다.


4성급,5성급은 여전히 비싸고 예약률이 높다지만,

그 밑에 성급들은 남는 방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휴가 특가, 오늘 특가, 스페셜 특가 등

더 많은 할인을 제공했다.


그래서 예전에 1박에 18만 원 주고 머물던 곳에

4만 원에 지냈었다.

날은 덥고,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로 물이 발목, 무릎까지

올라오는 바깥세상보다는 편안한 침대와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호텔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태국 음식을

즐긴 게으름으로 3주 만에 4킬로가 쪘다.

마음이 급해졌다.


그렇게 무에타이 체육관에 다시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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