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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Dec 24. 2022

말레이시아 단상 1

긍정보다는 부정의 아이콘.


아주 오래전(어릴 때) 적은 돈으로

많은 곳을 여행하려다 보니

에어아시아를 많이 이용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쿠알라룸푸르에 자주 오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 밖을 나간다는 떨림과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이곳에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가 아니라 나라 전체가

싫다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따지듯 말하는 중국계 사람들.

여자를 무시하는 듯 거만한 태도로

위아래 훑어보는 말레이 사람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멍한

표정으로 거리를 걷거나,

히죽대며 와서 농을 걸며

툭툭 건드는 인도계 사람들.

(지금은 일부는 같고.

일부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싫어했다.


그러다 2019년도 무에타이를 배우면서

알게 된 인도계 말레이시아 친구가 있다.

이포라는 도시에서 사는데.

자기 동네 맛집이 많고,

어머니가 학교 선생님인데

한국을 좋아한다고 꼭 놀러 오라고 했다.

그 친구하고 같이 운동하는 1달 내내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시간 되면 간다고 했다.

말라카, 리틀 인디언 근처

태국 남부에 사는 태국 친구를

만나고 육로로 페낭을 걸쳐 이포로

가기로 했다.


페낭에 두 기차역이 있는데 기사가

잘못 내려주면서 당일 이포로 못 가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는다.

어쩔 수 없이 호텔 예약 사이트를 뒤져서

당일 머물 수 있는 곳에 예약하고 체크인했다.

그때가 저녁 8시였다.

9시경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배터리가 없었다고..

(이때 의심했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늦어서 나를 데리러 올 수가 없단다.

그럼 내일 봐.. 그러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체크인 가능했던 게스트 하우스

페낭은 5일 있는 동안 밤마다 폭우가 쏟아졌다.

낮은 미친 듯 더웠고. 저녁은 천둥 번개가 쳤다.

다음 날 아침에 데리러 온다고 한 친구는

연락이 없었다.


다시 연락이 되었을 때는 엄마가 자동차를

가지고 가서 지금 올 수 없다고.

나보고 이포로 오면 픽업을 나오겠다고 했다.

케리어 들고 기차역까지 가서.

거기서 기차 타고 이포까지..

(당시 캐리어가 크고 기념품으로 무겁기까지 했다)

엄마한테 내일 차를 이용하겠다고 미리 말하고

다음 날 오라고 했다.

그동안 나 페낭 여행하겠다고.

조지타운 유명한 벽화.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차는 있는데 원하던 회사에

서류 전형 통과되었다고

화상 면접이 잡혔다며,

 그것 끝나면 오겠단다.

기다렸는데 저녁 6시에 연락이 왔다.

이제 면접이 끝났다고..

내일 데리러 온다고 해서

안 간다고 했다.


이포 궁금하지도 않고, 더 못 믿겠다고.

진짜라고 계속 말하는 친구한테

페낭 와서 하루 놀다 가라고 했더니

여기 와서 반나절 거리 걷고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친구집에 머물면서 신세 질 것 같아서

당시에 말레이시아 돈인 링깃을 많이 준비했다.

선물을 사려고 했는데 취향을 몰랐기에,

부모님 하고 친구 여동생을 만나면 물어보고

주고 싶었다.


2022년 지금! 그때 찾아주었던 링깃으로

여행 다니고 있는데 더 출금하지 않을 정도로

당시에 많이도 뽑았더라.


한참이 지나고 같이 알고 지낸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프가니스탄인 친구하고

우연하게 인스타 DM으로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포 간다는 글을 봤는데

말레이시아 친구 잘 만났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있었던 이야기 했더니..

페낭 바다

조금 시간 차를 두고.. 자기는 그 애가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우리한테는 뉴욕대 졸업하고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서 취업하기 전에

무에타이를 배우러 왔다고 했지만

거짓말 같았다고.


내가 그 친구한테 놀러 간다고 했을 때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다고 한다.

진심 몰랐다.

왜 내 눈에는 그게 안 보였을까..


그러니까 걔는 나를 자기 집에 머물게

할 마음이 없이 말했다가 내가 간다고 하니

거절대신 이렇게 사람을 뺑뺑이 돌렸구나

라는 생각에 허탈했다.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고 자랑하고

어디로 출장을 다녀 바빠서 연락 자주 못한다고

그러다 지금 연락이 끊겼다.

페낭 모스크

지금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가끔 친절한 사람을 만나고

일상으로 뚱한 얼굴을 한 사람들을 만난다.

태국에서는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웃었는데

종교 탓인지.. 아니면 여러 인종이 섞여

살아서 사람 간 경계가 있어서 그런지

웃으면 우리나라처럼

"왜 쪼개!"라는 말이 나올 듯 험악하다.


음식도.. 그리고 사람도..

거기에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본

숙소가 사진과 실물이 많이 다르고,

가격대비 많이 열악해서

다음 숙소부터는

가격 대를 많이 높여야 되나 고민 중이다.

쿠알라룸푸르에 있을 때만 해도

당장 한국으로 가고 싶었는데

그곳에서 2시간 떨어진 작은 항구 도시인

말라카에 있으니.. 그나마 숨이 트인다.

말라카 세인트 폴 교회 앞에서

앞으로 2주 남은 말레이시아에서

내가 가진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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