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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ul 23. 2023

여성인력개발센터 직업교육

교육은 감사합니다!


요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전문 교육을 듣고 있다.

이쪽으로 나가지 않을 듯 못할 듯해서

정확한 과정명은 생략.


이 과정을 통해서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처음에는 취업되면 출근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했다)

밤낮이 심하게 바뀐 내 생활 패턴도 바꾸고

관심이 있던 분야라 지원했다.

몇 년 전에 해당분야 협회하고

경기도가 주관하는 교육을 들었다.

그런데 이 분야가 나이를 많이 본다.

대부분 나보다 잘했지만 사회경험이 없는

일부 사회초년생보다는 내가 잘했는데도..

그 친구들이 되었다는.


어렸다면 질투가 나거나 부러워했겠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

난 아닌가 보네~

쿨한 태도에 내가 놀랬다는.


공부하면서 국내파트보다는

영어를 쓰는 해외관리파트가 맞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해당 과정에서

해외 파트 수업은 딱 하루였다.

당연 하루였으니 이후에 관련 쪽으로

재택근무나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싶어도 내세울 게 없었다.


그렇게 기억에서 지워져 갈 무렵

해외파트를 특성화한 교육 팸플릿을 봤다.

영어능통자가 조건이었다.

내가 영어에는 능통하지 않지만

과정 자체가 희귀해서 지원했다.

그러자 지원자가 많다며 면접을 본단다.

10명 뽑는다고 했다.

국비 교육을 받는데 무슨 면접까지 봐?

그랬는데 그냥 봤다.


직업상담사가 면접을 봤기에 서류상에 있는

간단한 내용 확인하고,

영어로 업무 가능한지를 물었다

영어 교사를 하지만

 내세울만한 영어 점수가 없다.

토익을 다시 봐야 하나 살짝 고민했다.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수업이라

내 나이대가 많았다.


그리고 다음 날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단톡방에 들어갔다.

직업상담사 1명 하고 학생 10명.

월요일에 수업이 시작되었다.

대부분 해외 거주 경험이 있었고,

해외 대학을 나온 사람도 있었다.

질문할 때 영어 발음도 좋고.

한국어에서도 버터향이 풍겼다.


대부분의 업무가 메일하고 서류로 진행된다.

전부 영어 문서로

메일은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서류 속 해당분야 영어가 많이 어려웠다.

법률 단어가 있어서 사전 찾아봐야 하는

단어가 꽤 됐다.


내가 이 수업에서 가장 놀란 건.

교육팀이었다.

이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현직 종사자들로 소속된 회사가

이 분야로는 우리나라 넘버원!

삼성 같은 존재였다.

(실제 삼성과 많은 일을 한다)


센터에서도 교육팀에 자부심이 있는 듯했고

나 역시

"와~~ 섭외력 보소!"

감탄했었다.


그리고 화요일 갑자기 학생 3명이 들어왔다.

면접에서 딱 10명 뽑겠다고 하고는

설명도 없이 3명이 더 들어왔다.


흠..


강사님이 왜 오늘 온 거냐고 물으니


-늦게 들어오게 되었어요.


이 말 딱 한마디 했다.


강사님의 황당한 표정에 나 역시 살짝 벙쪘다.

하루 지나서 왜 오늘 들어왔냐는 질문에

늦게 들어오게 되었다는

대답은 현문우답이었다.


면접 왜 본 건데 싶은 생각은 잠시하고

내 공부나 하자 싶었다.


중요한 건! 난 이 수업이 진짜 재미있다.

내가 예전에 했던 업무하고 많이 다르면서도

큰 틀은 비슷해서 취업해도 잘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9시 출근 6시 퇴근은 자신 없다.

그런 고민도 아주 잠깐 하다 말았던 게

어차피 취업이 어렵지 않을까 싶은?

열공한 날은 우동~

면접 볼 때 수업이 끝나고

채용 박람회를 하는데 참석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난 서류보다는 대면했을 때

더 매력이 넘친다는

되지도 않는 허세를 부리며

참석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웃으며 면접을 끝냈었다.


과정 끝나기 전까지

개인 면담을 한다며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예전에 받았던 교육에도 면접하고

자소서 수업이 있었기에

그때 작성했던 내용을

조금 수정해서 가져갔다.


담당 상담사가 내 서류를 보고는 조언했다.

몇 가지는 내 의도하고 달라서

반박했는데, 이쪽으로 경험이 많으신 듯해서

수정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채용박람회에 몇 회사나 오냐고?

그랬더니 2개 회사에서 나온다고


회사 두 군데 오는 걸 채용박람회라고 하면 안 되죠?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아무 말 안 했다.

혹시 지금 강사들이 소속된 회사도 오냐고 물었더니

안 온다고 한다.


이 분야가 재택근무, 파트타임 근무도 가능했기에

교육 전에 구인사이트를 검색했었다.


강사들 소속 회사는 지금 내가 공부하는 해당 분야

신입을 구인중이었다.

특이한 건 이 회사만 '필기시험'이 있었다.


오늘 회사 내 직급이 높은 강사님이 수업을 하셔서

물어봤다.


-필기시험으로 뭘 보나요?


그러자


-한영, 영한 번역이요.


순간 멍~했다.

아니 그러면 우리 한영, 영한 번역을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신들은 신입을 영어 번역 실력으로 뽑으면서

우리에게 왜 이런 실전 업무를 알려주는 건지.


우리가 이 회사에 입사할 목적으로 수업을 듣는 건

분명 아니다.


실제 업무를 알고 있다는 것을 통해

경단녀들에게 나이라는 큰 핸디캡을

상충할 수 있는 실전업무역량이라는 큰 칼을 쥐어

주려는 게 이 교육의 취지임을 알겠다.


그런데 많이 허탈했다.

뭔가 그랬다.


취업 목적을 위해 실제 업무

그대로 수업이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13명의 교육생이 있지만

 채용 박람회라고 불리는

곳에는 딱 2 회사만 온다고 한다.


거기에 교육시키는 강사들이 소속된 회사에서는

이런 역량 필요 없이 영어 번역 실력을 본다.

거기에 우리 쪽에서 채용할 계획도 없었다.


채용 박람회에 참석한다는 2개 회사의

연봉, 업무, 회사 위치, 지원 시 제출서류를 보고

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궁금했다.

이 교육을 통해 과연 몇 명이나 취업이 될까?

멀쩡한 보도 블록을 부시고

다시 만드는 작업을 보는 느낌이었다.

보도블록을 새로 깔면

미관상, 안전상

여러 모로 좋지만

굳이 돈 들여서 그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업도.

굳이 있어야 하나?


영어 번역 잘하는 사람 뽑아서

사내 교육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교육과정이었다.


그럼에도

난 수업이 너무 재미있다.

그러면 된 거야!


돌아가는 상황이나

현실에 잠깐 슬펐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반 직장인과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짧은 2주 간의

생활과 수업에 만족하고 있다.


그럼에도

난 9 to 6 직장인 생활은 이제 안 되겠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윗글을 쓰고 1주일이 지났다.

전체 과정은 끝났다.

착실하게 수업 20분 전에

도착해서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예습도 했었는데 마지막 수업만

몇 주 준비했던 자격증 필기 시간이

일부 겹쳐서 빠졌다.

하루 빠져서 수료는 되었다고

수료증 받아가라는 글을 봐서

다음 주에 열리는 채용박람회 때

센터에 방문하겠다고 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 2주 방문하면서

내가 든 생각은 '온실'이었다.

덕분에 2주 동안 난 온실 속 화초가 될 수 있었다.


여중, 여고를 나와서 그때의 트라우마다

스멀 올라오긴 했지만

여긴 그때와는 다른 지성인들의 집단.

국가 기관 산하의 조직이기 때문에

분위기도, 사람도 모든 것이 따뜻했다.


모두가 친절했고, 취업률이 평가 대상이라서

구직자보다 직원들의 더 열의가 넘쳤다.

어떻게든 취업에 성공하도록 도움을 줄 터이니

포기하지 말고 준비한 과정에 모두 참석해 달라는

그들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난 위에도 적었지만,

면접에 참석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지원해도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고,

무엇보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생활이 자신 없었다.


그럼에도 지원서를 지원일 마지막 날

메일로 보냈다.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는,

담당 직원이 지원자가 너무 없다며

한 곳이라도 지원해 달라고 했다.


담당 직원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지도

친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교육을 들으면서 받은 배려에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보기로 했다.


그리고 면접 말고도

다른 부대행사를 한다고 했는데

 돈 내고라도 받고 싶었던 이벤트가 있어서

두루두루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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