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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an 17. 2024

맥시멈과 미니멀 사이

티끌 모아 태산? 얼마나 걸릴까?

자발적으로 궁핍생활을 하고 있다.

돈은 없지만 시간과 자유가 매일 넘친다.

행복하냐고?

그럼. 말에 뭐 하겠습니까?



기본 스킨케어에도 피부에는 광이 나고,

샴푸, 린스만으로도 찰랑거리는

머릿결은 눈 부시다.

돈 걱정 빼고 아무 걱정이 없으니

이렇게 편할 수 없다.


가능한 오랜 시간 즐기기 위해

돈을 아끼려는 내 궁상을 본

가족들은 그 시간에 일을 하라고 한다.

아무리 조언해 봐라 내가 듣나?ㅋ


TV를 보면서 생필품이

저렴한 쇼핑 사이트를 둘러보다

특가가 뜨면 하나씩 샀다.

그렇게 사다 보니.

카드 값이 어마하게 나옴과 동시에

내 기준 꽤 크다고 여기는 집이 물건으로 꽉 찼다.

정확하게 돈과 예쁜 쓰레기를

맞바꾸었다고 해야 되나?


카드값이 부족해서 동생한테 돈을 일부 빌렸고,

방안에 있는 물건을 보고

언제까지 이 집에 살지 않을 터인데.

걱정에 한숨이 나왔다.

맥시멈라이프를 지향했던

작가님의 옷장이 무너지면서

미니멀리스트가 된 과정을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옷은 여전히 없는 편이라서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난 다른 물건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가난한 사람일수록

물건을 많이 산다 영상을 봤다.


내 마음이 가난하니,

그 마음을 채우려고 물건을 사기 시작했고.

마음대신 카드 한도만 꽉 찼다.


지금 사는 곳은 방이 세 개!

거실도 꽤 널찍하다.

그럼에도 꽉 들어찬 물건으로 집이 좁아졌다.

11월이 되니 다이어리가 받고 싶구나.

인터넷 서점인 '알리딘' 굿즈를

엄청 애정하는 사람이다.

달이 바뀌면 꼭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번 달 굿즈를 검색한다.

5만원 이상 구입하면

그제야 내가 원하는 굿즈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읽지 않은 책을 많이 구입했다.


그중에서 영어 원서가 많았다.

언젠간 읽겠지.

수업할 때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쓴 책을 영어로 번역하려면

 미리 읽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사기 시작했고

책장을 꽉 채운 채 먼지만 쌓였다.

지난달은 어린 왕자의 뒷모습이

그려진 차주전자(tea pot)가 나왔다.


사고 싶다.

정말 사고 싶다.

미치게 사고 싶다.

기회 놓치면 살 수 없겠지..

아아아아아


이런 마음으로 또 검색하며

내 넘치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제 물건을 그만 사는 게 어때?

더 채울 마음도 한도도 없잖니?


그래 몸을 움직여 보자!

시장에서 산 우엉으로

우엉차를 만들어볼까나~

혼자 중얼거리면서

작은 방 어딘가에 두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식품건조기가 생각났다.


분명 옷장 옆에 두었는데 밀려 밀려 밀려.

저~~~ 구석. 더 이상 물러 날 수 없어

벽에 딱 붙어 있는

식품건조기를 발견했다.

이제 꺼내기만 하면 된다.


앞에서부터 하나씩 치우기 시작하다

오래전 유튜브 촬영할 때 사용했던

내 키만 한 거치대를 발견했다.

~ 유튜브에 영상 안 올린 지 8개월째인데

이건 다시 영상을 올리라는 계시가 아닐까?

조만간 올려야지 싶어서 거치대를

꺼내 거실에 뒀다.

두 줄 정도를 더 치우면 건조기

내 손이 닿을 듯할 때쯤

복싱글러브하고 운동복을

넣어둔 쇼핑백이 보였다.

글러브를 보자,

태국 생활이 생각나서 당시의 기억에 잠시

젖어들었다가 쇼핑백에 있는 운동복을 꺼냈다.

태국을 떠나기 전에 나이키 아웃렛에서

할인에 할인을 한다는 말에

안 사도 되는 옷과 가방을 왕창 샀었다.

그러니까. 그 물건들은 올해 1월 한국 와서

단 한 번도 쇼핑백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가

지금에서야 나올 수 있었다.

식품건조기 덕분에.ㅎ


구입하고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하나씩 꺼내서 입어봤다.

다행히 대부분 맞았지만

겨울이 시작되는 지금 입기에는 추웠다.

이걸 입으려면 실내에서 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또 돈이 든다.

옷이 썩는 것도 아니고,

언젠간 입겠지 싶어서

세탁하려고 거실로 꺼냈다.


그렇게 치우고 치워서 식품건조기

다시 거실로 나올 수 있었다.

우엉을 씻어서 하나씩 잘랐다.

잘라서 식품건조기에 두고 10시간 건조했다.

다 건조하고 에어프라이어에

5분 고열 건조했더니

꽤 그럴싸한 우엉차로 변신!

텀블러에 차를 우려서 마시니

좋군.


텀블러에 차를 우리니

많이 우릴 수가 없어 불편하다.


아......

차주전자가(Tea pot)이 있으면

조금 더 편할라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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