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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Dec 06. 2023

친구가 없다

그래서 좋다.

난 친구가 없다.

단 한 명도.

그래서 불행하냐고?

그렇지 않다.


원래부터 친구가 없었냐고?

그렇지도 않다.


어릴 때는 사람들 관심이 좋아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인기상도 받고,

초등학교 때, 체육대회에서는 백군 응원 단장도 했다.

중학교 가서는 태권도부 들어가서 전국대회도 나갔다.


그때 뭔가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활발하고 공부를 잘해서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도 했고,

참 열심히 했다.

친구?

많았다.

그런데 뭐랄까?

책을 많이 읽은 부작용으로

진실한 친구만이 진짜라고 여겼다.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처럼 말이다.


그래서 진짜 친구를 사귀자

의~~~ 리!!~~

외치면서 소수정예로 만났다.

고등학교 가서 리셋.

대학교 가서 리셋,

해외 파견 근무 가서 리셋.


그렇게 리셋이 되었다.

그럼에도 내 주변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별 것 없는데 말발이 좋았다.


나를 희생하는 자학적인 개그도 잘했고,

주변에서 보고 느낀 것으로 스토리텔링도 잘했다.

그렇게 매력 발산해서 사귄 사람들은

어떻게 되고 지금은 친구가 없게 되었을까?


뭔가 하나에 꽂히면 주변을 못 본다.

불안이 높고,

피해의식도 불쑥 올라온다.

불안한 감정과 피해 의식으로 격해진 감정을

그대로 보이면 상대들은 떠났다.

내가 창피해서 도망간 적도 있고,

알아서들 피했다.


당시에는 이것도 못 받아주나?

내가 여지까지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러냐?

원망 섞인 남 탓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유효기간이 끝났구나.

그런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

2년 전 마지막으로 30년 지기 절친하고

연을 끊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내 힘든 상황에 위안을 얻는

모습이 견딜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처지가 나쁜 사람을 보고

만족하며 살라고 한다.

너무 위를 보고 비교하니 힘든 거라고들 한다.


고가 아파트로 이사 가서 초대하고,

비싼 SUV 차량에 명품백까지

자랑했지만 보기 좋았다.

외벌이라서 남편이 벌어오는 돈이 많은 만큼

챙겨야 할 것이 많아서 그 모든 것이 부럽지도 않았다.

나랑 다른 세상에 산다 생각했다.


육아문제로 친구는 남편과 사이가 나빠져갔고,

친한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면서

혼자 비교 자책하며 의기소침했다.


그러다 주저앉아 은둔백수로 사는 날 보며

확연히 '내가 쟤보다는 낫다'는 듯,

내 상황에서 위로를 찾기 시작했다.

30년 지기이기도 하고,

투명한 행동에 눈에 심하게 보였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친구를 만나고 온 날,

많이 비참 해쳤다.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친구를 모르는 사람한테

친구 흉을 보기 바빴다.

어떤 방송에서 그랬다.

"뒤에서 흉보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잖아요."

그렇다.

난 친구가 아니라 쌍년이 되어 있었다.

그만 보려면 이유가 있어야 했다.

어릴 때 내가 사랑한 만큼 

나를 아껴주지 않는다고

너도 당해봐라! 식의 잠수를 타기에 

난 너무 늙었다.

그리고 그만큼 친구를 사랑한 적도 없고,

친구가 나를 더 아껴주지도 않을 듯했다.


그래서 왜 만나고 싶지 않은지를

길게 문자로 보냈다.

글이 말보다 깔끔하다.


절교라기보다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친구도 내가 괜찮아지고

자신이 보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그게 2년 전이다.


그런데 난 앞으로도 연락하지 않을 듯하다.

살아보니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내가 돈 걱정하며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본캐 : 백수

부캐 : 집순이

로 살 줄을 몰랐으니까.

친구가 없는 생활을 오래 하니,

가족들이 친구들하고 만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럽다.

하지만 만나러 가고 싶지 않다.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 친구는 동갑만이 가능하다.

동갑이 아니면 언니, 오빠, 동생으로 나눠진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씨 ~님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친구가 되려면 

동갑이어야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나한테 우리나라 

개념의 친구는 확실히 없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 드물게 만나는 

좋은 사람과의 짧은 만남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은둔 생활에서 위안을 받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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