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나는 거만해진다.
나를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갑'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것이 어쩔 때는 참, 잔인한 감정인 것 같다.
서로에게 '호감'에서 비롯된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 숙성되어지면 '사랑'으로 변하고 그렇게 시작된 '연애'라는 행위는, 사귀는 상대방에게 너무나도 큰 선물로 작용한다.
하지만, 둘 중에 한 명이 다른 한 명보다 더 사랑하는 감정이 커지면 사랑받는 쪽은 감사함보다는 우쭐되는 '교만함'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서서히 자라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에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쿵짝'을 맞춰가며 살아가는데, 당연히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될 테고, 그 과정에서 '갑'은 '을'의 마음을 이용하며 협박 아닌 협박을 강요한다.
'우리 헤어져' 혹은 '연락하지 마'
한두 번이었으면, 무거웠을 이 말들은 갑이 시도 때도 없이 무기로 사용해버려 날이 녹슨 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녹슨 칼이어도 칼은 칼인 법!
을에게는 크나큰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된다.
그걸 알면서도 갑은 매 순간 연애싸움에서 이기고 싶어, 을의 약점을 이용해, 칼을 휘두른다. 그런 뒤에 집에 돌아와, 곰곰이 그 상황을 곱씹으며 괜한 '미안함'이 마음 한 구석에 내려앉는다.
갑이 휘두른 칼은, 을뿐 아니라, 본인 자신에게도 휘둔 것과 다름없다. 본인 또한 마음에 상처가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랑에 있어서는 갑도 을도 없는 것 같다. 서로를 정말 사랑하고 신뢰한다면, '갑'도 어느 순간, '을'이 되어버리기도 하며 '을' 역시 어느 순간 '갑'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