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른생활

엄마의 재료

by mysuper

어렸을 때는 몰랐다.

그냥 대충 슈퍼에서 재료를 사다가 우리에게 음식을 해주는 줄 알았다.


최근 다니던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자연스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덕분에 엄마와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엄마와 내가 마트에 가면, 항상 습관처럼 지키는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마트의 동선' 즉, 마트를 둘러보는 순서였다.

우리의 이동코스는 2층 생활용품 코너를 둘러본 후에, 1층으로 내려와 채소코너, 육류코너, 유제품 코너, 가공식품 코너 순으로 보고, 계산대를 통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처음에는 빨리빨리 보고, 제일 싼 가격으로 그날 먹을 재료를 사면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마트에 다니면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엄마의 대한 편견'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


엄마는 단순히 마트에서 '싼 가격'에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그 날 '신선도'가 어떤지, 가격 대비 질량은 적당한지... 엄마 나름대로 '본인의 철칙'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마트에서 '할인행사 전단지'가 날아올 때면,

엄마는 본인의 비밀수첩을 꺼내, 전단지와 비교를 해 본다.


처음에는 저 수첩이 무엇인지 나도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수첩은 우리 집의 '살림살이' 수첩이라는 것을....


엄마는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처럼, 본인 수첩에 들어있는 생필품 품목이 '곧 할인' 할 것을 알아맞히고는

마트에 갈 채비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전단지에는 엄마 수첩에 적힌 품목들이 할인행사로 나와 있었다.



그렇게 엄마는 필요한 물건을 며칠이고 기다렸다가, 할인행사 때 사시곤 하셨다.





몇 백 원 차이 나지 않는데, 왜 굳이 기다렸다가 사냐고... 성질을 내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고, 설득해보려고 이 말 저 말 다해봤지만, 마지막에 두 손 두 발 다 든 사람은 언제나 '나'였다.


엄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합리적인 소비자'였다.


본인을 위해서 몇 백 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살림살이를 '현명'하게 이끌어간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제는 '엄마의 식탁'이 다르게 보인다.

국과 반찬에 깃든 재료들이 엄마의 '마음'과 함께 식탁 위에 올려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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