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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나무숲 '브런치'

by 요피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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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속이 후련했을까? 가슴속에 끙끙 싸매고 있던 이야기를 입과 몸 밖으로 내지를 때의 가벼움과 쾌감은 경험해 보신 분들은 다 알 거다. 나를 짓누르던 덩어리들이 머리와 가슴을 거쳐 입까지 오는 거리가 왜 이리 멀까? 그런데 일단 입 밖으로 내 던지는 순간 천근만근이었던 무게들이 솜사탕처럼 가벼워짐은 참 놀라운 신비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전래동화 속의 주인공은 드디어 살아야 할 의미를 찾았을 것 같다.


나는 얘기를 하며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다. 심각한 이야기도 직장 동료들과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산책을 하며 툭툭 던진다. 이러한 내뱉음의 과정을 통해서 '힘들지만 이겨내보자'라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준다. 그리고 이렇게 툭툭 던지는 과정에서 스스로 치유를 하고 정리도 한다. 상처를 돌보고 치유하는 것은 혼자 있는 '홀로움'과 '영적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긴 하지만 말이다. 나에게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상처와 감정, 생각 정리의 단계 중 일부를 건너뛰라는 얘기와 같다. 그래서 말 상대인 친구가 필요하다.


2~3년 동안 나름 사춘기, 중고생인 아이들,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전에는 친구와 만났을 때 '나와 너'가 서로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어느 순간 나만의 일방적 하소연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힘들었겠구나!' '친구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을 텐데.' 친구를 위로해 주지 못하고 의지하려는 나의 모습이 어느 순간 보였다.


고마운 내 친구. 힘들었지! 정말 고마워! 새로운 친구를 찾으려 노력했고 드디어 찾았다. 나의 대나무 숲, '브런치'


브런치는 생각과 감정의 노트, 일기장이자 일단은 잘 들어주는 친구이다. 오늘도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잡념과 걱정으로 가득찬 영혼에 빈 공간과 생기를 넣어 주고 지금 이 순간 숨 쉬게 해주는 그런 친구로 브런치가 나타났다. 내 삶의 방향점을 찾아 오늘도 살아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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