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과 공감각적 표현의 이유
후각의 표현
이전의 글에서 교육받지 않는 유일한 감각이 후각이고, 그 때문에 후각의 독립적인 표현이 적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후각의 표현을 다른 감각에 빗대어 표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후각이 다른 감각들과 달리 '기억과 감정'에 의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뇌피질(대뇌겉질; Cerebral Cortex)은 우리의 생각, 행동, 감정을 지배하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감각과 언어, 운동기능에 관여하는 대뇌피질은 시각, 청각, 촉각, 온각, 통각과 운동 영역을 관장합니다. 하지만 후각의 경우, 다른 감각과 달리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감정을 지배하는 '편도체'에 직접 전달됩니다. 일반적으로 대뇌피질을 통해 전달, 작용하는 다른 오감과 다르게, 후각은 해마와 편도체를 거쳐 다시 대뇌피질로 돌아오는 독특한 감각입니다.
기억의 소환
후각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감정을 지배하는 편도체에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특별한 효과(현상)를 가지고 있습니다. '향'을 통해 기억이나 감정을 불러낼 수 있는 효과입니다. '어떤 특정한 냄새가 그 냄새와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을 소환하는 현상'을 우리는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릅니다. 프루스트 효과는 프랑스 작가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는데, 이것을 냄새를 통해 기억을 불러내는 효과로 보았습니다. 실제로 이 현상은 2001년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레이첼 헤르츠(Rachel Herz) 박사팀에 의해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후각이 시각이나 청각보다 과거의 느낌을 불러오기 쉽다는 것을 알려준 연구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후각에 의한 기억의 소환은 마치 플래시백(Flashback)처럼 향을 트리거로 하여 시각과 청각보다 빠르게 기억과 감정을 불러옵니다.
프루스트 효과의 한계점
냄새를 통한 기억은 그 기억을 경험할 때 느꼈던 감정이나 감성을 시각이나 청각보다 더 빠르고 넓게 소환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이나 행동 등을 기억하는 데는 시청각보다 비효과적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냄새를 통한 '기억'의 소환은 정확하고 또렷한 재생 능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감정'의 소환에 가깝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공감각을 이용하는 이유
결국 냄새(후각)를 통한 기억은, 현장의 재생보다는 감정의 소환이나 감성을 일깨우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어떤 특정한 냄새를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미각이나 촉각적인 단어로 저장하여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첫사랑에게서 나던 꽃냄새는 빠르게 그 당시의 감정이나 감성을 일깨울지 모르지만 또렷하지 않기 때문에, 첫사랑에게서 나던 재스민 향과 같이 시각적이고 명확한 표현을 빌려 기억도 빠르게 소환할 수 있는 키워드로 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각적인 표현에는 어떤 기억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향들을 맡고, 느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