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수업이 끝나고 새로운 주간 수업의 시작이다. 새 달의 시작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교육원으로 들어가는 길, 복도에 두어 명이 서서 담소 중이다. 가볍게 목례를 나누고 원장님께 인사를 드린다.
매번 체크해야 하는 서류를 챙겨서 강의실로 들어가는데, 뭐야 이건??!!
세상에, 강의실이 가득 차있다.
약 1년 이곳에서 강의를 하면서 이렇게 강의실이 가득 찬 것은 처음이다.
여유롭게 앉으셨지만, 첫째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모두 다 앉아계신다.
당황하지 않은 척, 서류를 들고 원장님께 다시 간다.
-오 대박, 이번에 몇 명이예요??
그나마 자격증반 몇 분은 출석하는 날이 아니라 빠진 상태라고.
이번 기수만큼만 되면, 원장님이 교육원 운영을 할만하시겠다는 생각을 했다.
1교시 시간이 되고, 간단한 내 소개를 했다.
앞에서 보니, 나이대도 다양한 듯 보였다. 나중에 보니 40년생부터 80년생까지 골고루 있더라.
오늘 내가 할 과목과 분량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리는데, 교육생들이 웅성웅성거린다.
-우리 지난주에 이 부분 진도 나갔는데요??
-누가 했었지?
-그 000 교수가 했다 아닙니꺼.
오잉, 이건 무슨 경우인가?
어디까지 했냐고 여쭤보니, 오늘 내가 할 부분의 거의 절반 정도까지 했단다.
-일단 원장님께 여쭤보고 올게요. 잠시만 계세요~
바로 원장님께 상황을 말씀드렸고, 원장님이 다시 교육생들에게 정확하게 물어보고 문제파악을 하셨다.
알고 보니, 시간표에 있는 과목명이 좀 애매하게 적혀있었고, 그 부분을 착각하신 교수님이 진도를 나갔던 것이다.
내가 맡은 과목이 맞았다.
일단 교육생들에게는 ‘복습한다고 생각하시고, 이 부분을 다시 보겠습니다’라고 말을 하고, 내가 준비한 것을 시작했다.
어차피 지난주부터 이번 기수가 시작됐기 때문에 아직 많은 부분을 모르는 시기라서, 다시 한번 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지겨우실까 봐 관련된 영상도 함께 보여드리면서 진도를 나갔다.
오늘 이 과목을 하고, 중간에는 다른 과목을 진행 후, 한 달이나 있어야 다시 이 과목 시간이 오기 때문에, 오늘 진도를 다 빼놓을 예정이었다.
어차피 중간중간 모의고사 등 시험도 많이 칠 거라 모든 수업이 마무리되는 한 달 후까지 진도를 빼지 않고 두기에는 교육생들에게 미리 한 번 봐두라는 정도로.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원장님은 교육원의 교수님들의 단톡방에 진도표를 다시 올려주셨다. ‘수업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라며.
오늘 수업은 1~3교시라 금방 끝이 났다. 약간의 시간이 부족해서 뒷부분은 서둘러서 하고 다음 시간을 기약했다.
퇴근하며 원장님께 들렀더니, 아까 단톡방에 진도표를 올렸더니 바로 그 교수님이 전화가 와서 ‘분량도 적은데 너무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그래요 저 분량 되게 적은데요, 그것마저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걸어서 퇴근하는 길, 무척 덥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진도 빼기 바쁘다 ‘고 하셨던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있었던 것 같다. 진도 빼기 바쁠 만큼 분량이 많았고, 사담을 나눌 수 없다는 뜻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뺄 분량조차 없다. 너무 적은 빵 조각을 많은 사람이 나눠먹어야 하는데, 한 사람이 먹자마자 빵이 흔적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말을 일부러 천천히 하면 지루하다고 하고, 재미없다고 하고 ㅜㅜ
지난번에 또 내 목소리가 작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며(지난 야간 기수분들, 컴플레인 정말 많이 주셨다) 이번엔 마이크 사용을 권하시기도 했다.
교육생이 많으니 마이크를 써도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다. 초기에 마이크 사용하고, 계속 사람이 적어서 따로 사용을 안 하고 있었더니, 그런 컴플레인도 들어오네? 교육생들의 연배가 높으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많다.
무튼 오늘 가장 큰 이슈였던 내 과목에 대한 침해? 침범?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아직 안 보여드린 영상과 문제풀이가 있어서 안되면 그 보따리를 풀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않고 세 시간 수업을 잘 진행했다. 매번 강의 준비를 하면서 다양한 영상도 찾아보고, 문제풀이도 다른 문제집에서 가져와서 보여드리려고 한다. 올해에 새롭게 교재에 추가된 부분들을 빠뜨리지 않고 말씀드리는 것도 잊지 않고.
요양보호사 교육원 강의를 하는 교수는 일반적인 학원 강사와도 입지가 다른 것 같다. 학교와는 더더욱 다르고. 다른 기관에 강의를 나가는 초청 강사와도 다르고. 뭔가 말은 ‘교수’이지만 시간강사와도 같고, 교육원과 교육생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중간에 끼인 존재와 같은 것?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려워지는 게 이 자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