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 일상 기록
요양보호사 교육원 강의가 있는 날.
장마철이라 물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온몸을 습하게 만드는 날이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왔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이번주 교육원 수업이 있는 오늘까지 이곳은 비소식이 없다.
내겐 다행히도 내일부터 일주일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역시나 스무 명 가까운 교육생들이 강의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HRD 쪽에서 오신 분이 많아 출석률도 높다.
가끔 자리를 비우고 한참 있다가 들어오시는 분도 계시긴 하지만, 크게 상관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번 기수부터 이렇게 인원이 많은 것이
지역에 있는 백화점이 문을 닫은 것과 관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젊은 분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또 살펴보면 크게 관계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쳤다.
월요일 오전이라 오히려 나른해하는 분이 많이 보인다.
첫 교시부터 졸린 눈을 못 뜨고 계신 분도 있고.
사실 나도 오늘 같은 날, 피곤이 몰려온다.
주말이라는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월요일을 이렇게 만드는 건지,
장마라는 습도가 사람을 축 처지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수업 중에 점심이 끼여있는 경우, 지금까지 딱 한 번을 제외하고 교육생들과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딱 두 번이긴 하다, 교육생들도 첫날이라 도시락을 안 싸 온 날 밖에서 함께 먹은 것과 지난 주간 기수에서 찜을 사주신다고 함께 먹은 것)
원장님은 '오늘 5교시까지네요?'라고 하시면서 점심은 뭐 먹냐고 급 궁금해하신다.
주로 근처 시장에서 5천 원짜리 국수를 먹거나, 샐러드 가게에서 포케를 먹거나, 아니면 이디야에서 커피와 빵을 먹는데, 오늘은 이디야 당첨.
안 먹어봤던 이디야 번을 시켜봤다. 일반적인 모카번 맛이다.
5교시 시작하며 체조 영상을 틀었다.
이왕이면 임영웅 노래가 깔린 걸로. 교육생들도 나이대가 5~60대가 가장 많기 때문이 대세를 따라줘야지.
고민하지 않고 임영웅 노래가 깔린 영상을 선택했다. 다음에도 이런 걸 틀어야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오늘 수업한 과목은 오늘 5교시로 모두 끝나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보따리를 다 풀었다.
새로운 영상도 보고, 체조도 하니까 시간이 훌쩍 지난다.
5교시가 끝나고 다음 교수님께 바통 터치를 하고 비콘 어플에서 퇴실 버튼을 누르고 퇴근을 한다.
주간 수업의 퇴근길은 항상 걷는다.
부족한 운동량을 이렇게나마 채우는 시간이 좋다.
습하긴 하지만 구름이 끼여있는 날이라 그나마 걷기에 좋았다.
근처 초등학교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라 거리에 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고, 낮에도 많은 차량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고, 마주 오던 아주머니가 양산을 쓰고 있는 걸 보면서 나도 가지고 다니는 우양산을 펼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걸었다.
예전에 날 해고했던 병원 간판이 집에 오는 길, 우리 동네에 새로 붙어져 있어서 놀랬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톡을 남겼다. 사연이 많은 병원이라 다들 학을 뗀다. 와... 나이 많고 병든 원장은 끝까지 돈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구나 하면서.
지난 야간 기수 때 처음으로 많은 컴플레인을 받았던지라, 괜히 들어가는 수업마다 눈치를 살피는 내 모습이 보인다. 뭔가 잘 못 알려드리고, 실수하면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다음 시간에 원장님이 컴플레인을 전달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사람이 지금보다 적었는데 그 정도면, 지금 인원에서는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아, 나 진짜 쫄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