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신화라 Jul 11. 2024

항암 치료 끝, 폐 조직검사

밤늦게 아빠에게 전화가 한 통 온다.

-내일 병원에 좀 올 수 있나? 폐에 뭐가 생겼다고 하는데, 와서 설명 좀 들어봐라.


지난 부작용 때문에 입원치료 후 이번주 월요일에 마지막 항암을 위해서 입원했던 터였다.

화요일 오후에 전화했더니 ‘검사는 다 했는데 집에 안 보내준다’며 어린아이마냥 투덜거리던 아빠였다.


오전 회진이라 8시 반~9시 사이에 병실로 오라고 했다.

항상 다니는 길이지만 출근 시간이라 차가 많다. 예상 시간보다 조금 더 걸려서 병원에 도착했다.


약 40분쯤 지났을까, 병실에 다른 환자 담당의가 회진을 돈다. 곧 아빠의 주치의도 오겠지.

이어서 담당 의사가 왔는데, ‘보호자가 딸 밖에 없어요?’라는 말을 묻는다. 아뇨, 다른 가족도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설명을 하려다가 의사는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하는 게 낫겠다며, 같이 온 간호사에게 스테이션에서 사진을 좀 띄우고 있으라고 했다.

간호사를 따라 스테이션에서 아빠의 ct사진을 보면서 기다렸다.

그 사이 다른 병실에 회진을 돌고 온 의사는 설명을 한다.


-인후두암은 많이 좋아졌어요. 처음에 왔을 때 사진인데요, 비강 사이가 원래 까매야 되거든요. 한쪽이 다르죠?(하얗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혹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비강 사이에 볼록한 게 있어서 암이 남은 건 아닌지, 이비인후과 협진을 했는데, 암은 아니고 치료 후에 남은 염증조직 같은 거라서 괜찮은 거고요.

이 부분은 이제 치료가 끝났지만, 이후에 재발이 매우 중요한 거라서 잘 지켜봐야 됩니다.

보통 5년 동안 재발을 안 해야 완치됐다,라고 하기 때문에 처음 1년은 3개월마다 와서 검사하고 결과 보고요, 다음은 6개월에 한 번씩 와서 검사할 겁니다.


그리고 이건 암이랑 별개인데요, 폐에 한 부분이 하얗게 되어있죠? 이게 뭔지는 조직검사를 해봐야 알아요.

암일 수도 있고, 그냥 염증일 수도 있는 거죠. 그래도 다행히 아버님은 위치가 등 쪽이라서 바늘을 짧게 넣어도 되는 위치예요.

다음 주 월요일에 입원하시고 화요일에 조직검사하고 별 이상 없으면 수요일에 퇴원 가능하실 겁니다.

결과는 좀 걸리니까 외래로 오셔서 확인해야 하고요.


먹어야 할 약


설명이 끝나고 바로 퇴원하면 된다고 했다.

곧바로 병실로 따라온 간호사는 집에서 먹어야 할 약을 주면서 다음 주 시술을 위해서 며칠간 중단해야 할 약도 알려준다.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한 겔 타입의 약도 있다.

역시 환자는 먹어야 할 약이 너무 많다.


조촐한 짐을 다 싸고 원무과에서 수납을 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아빠는 ‘설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고 한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말이 명확하게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아빠도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싶었다.


조직검사 결과가 악성이 아니기를, 한 단계 넘어서 또 한 단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리의 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