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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Jun 25. 2021

귀여우신 할아버지들

'사랑합니데이'와 '허세' 할아버지

병원에 오시는 할아버지들 중, 체구가 자그맣고 귀여우신 할아버지들이 계신다. 멋쟁이 할아버지도 있고, 지극히 평범한 할아버지도 있다.


나보다 키도 작으신 할아버지 중 인사를 "사랑합니데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다. 처음엔 '왜 저래~?!'라고 생각이 들었다가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굽은 허리가 펴지지 않아 침대에 누우시면 V자 모양이 된다.

그래서 목과 다리를 높게 받혀드려야 편하다고 하신다.


누워서 치료를 받는 동안 아들과 통화를 하신다.

"응~ 사랑하는 아들이가? 바빠도 얼굴 함 보자~. 니 얼굴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그러지. 그래 많이 보고싶은데 시간 안 되긋나? 니가 보고 싶어서 그러지...."

통화가 끝날 때까지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허리가 굽어서 오래 걷기가 불편해보이는데, 댁이 어딘지 궁금했다.

"할아버지 어느 동네에서 오세요?"

"회원동"

"거기서 걸어서 오시는 거예요?"

"아니, 자전차(자전거) 타고 오지."


할아버지의 반전은 자전거였는데, 퇴근 후 본 할아버지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구부정한 몸으로 자신의 얼굴 즈음에 있는 안장에 재빨리 올라타는 모습!! 페달위에 발을 올려놓고 다른 발로 몇 번 땅을 치더니 리듬감있게 높은 자전거에 올라타신다. 병원에서 불편하게 들어오시던 모습과 이 모습은 매치가 안된다. 그 후로도 몇 번 자전차를 타고 다니시는 모습을 봤는데, 할아버지의 굽은 몸에 그 자전차는 딱 맞는 모습이었다.




비슷한 체구의 할아버지 한 분이 내원하셨다. 목이 왼쪽으로 30도 정도 기울어져 굽은 할아버지다. 지금까지 그렇게 목이 굳어져 사신 것 같다. 다른 병원에 갔더니 그저 통증주사만 주더란다. 원장님의 설명을 듣고 만족하셨는지, 다른데에서는 설명도 안해주고 주사만 놓았다며 몇 번이고 이야기하신다.


이 분의 특이사항은 말이 너무 많으시다는 것이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끝없이 이야기하시고, 없어도 이야기하신다. 치료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도 계속 혼잣말이시다.


처음 치료실에 오셨을 때, '이 병원 마음에 든다'는 말을 계속 하셨다. 몇 번 대답을 해드리다가 끝날 기미가 없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이야기 하고 계셨다. 아마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셨을 수도 있겠다.


그 다음에 오셨을 때는 '이제 몇 번만 더 오면 다 낫겠다.'며 '다른 사람보다 건강체질이라 빨리 낫는 편이지.'라고 말씀하신다.


그 다음주 오셨을 때는 원장님께 받는 시술이 좀 아픈 편인데 본인은 안 아프고 잘 참는다는 뜻으로 '사람들이 아프다고 막 소리를 지르고 그러던데, 나는 안 아프지. 참을 수 있지.'라고 하신다.


또, '어떤 여자들은 아프다고 소리지르던데, 나는 괜찮거든. 나는 남자니까.'


와~ 할아버지 허세 ㅎㅎㅎ


'건강체질'이라던 할아버지는 후에 허리가 아파 내원하셨다. 그날 치료실에 들어오시면서 '허리는 00년도에 한번 아팠는데, 완치를 시켰거든. 오늘 한번 치료하고 나면 끄떡없다.'고 하셨는데, 이후 허리로 몇 번 더 치료를 받으러오셨다. 할아버지도 본인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는지 '이번에는 시일이 좀 걸리는 듯하네.'라고 하신다.


이후 몇 번 더 허리치료를 위해 오시면서 하신 말씀이,

"내가 콘디숀이 안 좋아서 허리가 아프네."

ㅋㅋㅋㅋㅋㅋ


'아버님, 연세가 있으시면 회복 속도도 느려집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할아버지의 허세에 말이 쏙 들어간다.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이 정도 허세이시면, 젊으셨을 때는 대단하시지 않았을까.


그래도 할아버지는 귀여우시다.

'남자니까' 씩씩해야하고, 잘 참고, '건강체질'이라서 허리도 아프지만 가끔 '콘디숀이 안 좋을 때'도 있는, 할아버지를 미워할 수가 없다.




'자전차'할아버지와 '허세'할아버지는 요즘 자주 오신다. 두 분이 아직 만나시진 못했는데, 같이 계셔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말동무 하시라고 소개시켜 드리고 싶다.


이렇게 병원에 본인의 힘으로 오셔서 치료 받으시면서 꾸준히 몸 관리하시고, 건강 유지하시면 좋겠다. 연세 드신 분들은 병원가는 일이 큰 스케줄인데, 본인의 힘으로 잘 다니시는 것만 해도 건강하신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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