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신화라 Apr 10. 2021

마이나쓰, 마이나았~쓰

한국말인가, 외계어인가. 어려운 사투리의 세계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사투리를 많이 쓰는 아이'라는 것을.

지방 중소도시에 살고 있지만 토박이보다는 주위 도시에서 유입된 인구가 많은 산업도시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사투리가 많이 들리고, 이 지방 고유의 사투리는 많이 순화된 그런 곳이다.

하지만 나는 왜, 사투리를 많이 쓰는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혼자 내린 결론은 바로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바닷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무래도 바닷가 마을은 다른 내지보다 사투리가 억세다.

단어는 둘째치고 억양이 다른 친구들보다 심한 굴곡을 그리는 나의 이것은 바로 엄마 고향의 말투와도 닮았다.


그걸 알아차린 것은 병원에서 일한 지 약 3~4년쯤 되었을 때였다.

어느 남자 환자분이었다. 밝은 성격에 인상도 좋고 우리와도 잘 지내는 분이었다.

그분이 내게 물었다.

"혹시 고향이 사천 아닙니까?"

"음.. 아닌데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아~ 말투가 딱 우리 고향 말툰데?"

".... 저희 엄마 고향이 사천이에요^^"

그랬다. 친구들에 비해 유난히 억양이 센 나의 말투는 '엄마의 고향' 말투였던 것이다!!

엄마 덕에 많은 어르신들과 대화가 순조로웠다.

옛날 단어를 들어도 다른 직원들보다 더 빨리 알아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도 처음에 알아듣지 못한 단어가 있다.

바로 '폴'이다.


"어머니, 어디가 많이 불편하세요?"

"응~ 요오기 폴이 말을 안 듣는다."

"어디가 아프시다고요?"

"요기 폴 말이야 폴"

그러시면서 팔을 가리키신다.

'폴'이라는 다른 부위가 있나 싶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팔을 '폴'이라고 하셨다.


그나마 '장개이'같은 단어는 알아듣기 쉬운 편에 속했다.

'정강이'라고 불리는 종아리 부위를 사투리로 '장개이~'라고 하신다.

무릎 뒷부분을 일컫는 '오금'도 '오금 재이'라고 하신다.

뭐 이렇든 저렇든 눈치껏 알아듣는 말도 많다.


어느 날이었다.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 환자분께서 치료실로 들어오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마이나쓰, 마이나쓰"

"......"

"마이나았~쓰, 이제 안 와도 되겄다."

아~ 많이 나으셨다고.

짧은 순간 '무슨 마이너스? 뭐가?' 머리를 한참 굴렸더랬다.


여러 가지 사투리가 섞이고 지금 우리 세대에서는 쓰지 않는 말들이 많다.

젊은 친구들은 신조어를 쓴다지만, 어르신들이 쓰는 그 시대의 사투리도 신조어만큼 다양하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이쪽의 말도, 저쪽의 말도 알아듣는 사투리의 고수가 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여우신 할아버지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