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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Jul 17. 2021

병원에서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

카페인말고도 필요한게 있다

좀 있어(?)보이게 출근할 때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가면 좋으련만, 주택가의 아침 출근길에 깨어있는 곳은 동네 시장 뿐이다.


대부분의 직장에 하나씩은 있는 믹스커피,

우리 부서인 물리치료실에는 나와 실장님의 기호에 따른 온갖 커피들이 구비되어 있다. 그 중 요즘 한동안의 최애 커피는 카누 라떼다.


나와 실장님이 눈치껏 돌아가며 50개짜리, 혹은 30개짜리를 여러개 주문해서 번갈아가며 부담하는 카누라떼 하나의 가격은 약 280원.


출근 후 업무 준비를 해놓고 한 잔은 기본으로.

이후에 많이 마셔도 한 잔 정도만 더 마신다.


업무 준비 후에 마시는 커피는 의식같다. 이제 일을 시작해도 된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하루를 깨우는 각성의 의미도 있다. 이렇게 출근 후 마시는 커피는 내가 처음 일했던 병원에서부터였다. 모든 업무 준비를 마친 후, 환자가 들이닥칠 시간까지의 약간의 여유,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은 뭔지 모를 긴장을 풀어주는 느낌도 있었다.


당시에는 커피믹스가 아닌 커피, 프림, 설탕 각각을 개인의 입맛에 맞게 타야했다. 막내인 내가 그 담당이 되어 6명의 커피를 다 조제(?)해야했는데, 어느 날은 너무 하기 싫어서 성의없이 탔던 기억도 있다. 한 모금 마시고 실장님은 너무 맛이 없다고 커피를 버리셨는데, 그 덕에 다음날부터 커피 담당을 맡지 않게 되었다. ㅎㅎ


당시에는 그렇게 오전에 한번, 점심시간이 끝나고 또 한번 커피 타임을 가졌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커피타임은 또 다른 의미였다.


한시간인 점심시간 동안에 점심을 먹고, 다들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인다. 그러다보면 약 20분정도 잠이 드는데, 피로회복에 좋은 시간이다. 2시 근무시간이 시작되기 10분전쯤 다시 하나 둘씩 깨어나 오후 근무를 준비한다. 그럴 때 다시 정신을 각성시킬 커피가 필요한 것이다. '오후 남은 시간도 화이팅!!'이라는 무언의 신호같은 존재가 바로 커피인 것. 병원 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인들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된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집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즐기고 싶다. 이렇게 잠을 쫓기 위해 억지로 마시는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했던 우아한 커피타임은 비로소 최근에서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일이 행복이라고 느끼는 것을.




병원의 특성상 환자들이 많으면 직원들이 쉴 시간을 얻기가 힘들다. 환자는 곧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업무는 보람도 느끼게 해주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도 몰고 온다.


오전 근무가 한창일 때였다. 그날따라 손이 많이가는 환자들이 많은 날이었다. 까다로운 사람도 많았고, 괜한 트집을 잡는 사람도 있었다. 출입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여성환자들이 있어서 세번째 자리로 안내한 할아버지는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멀리까지 보낸다'며 1차 트집을 잡으셨다. 앞 자리들은 여자분들이 계셔서 그렇다고 이야기 드렸으나, 당신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할아버지는 계속 트집을 잡으신다. 그렇다고 탈의하고 있는 여성환자들이 있는 곳의 커튼을 열어서 보여드릴 수도 없고. 이렇게 우기는 분들은 참 난감하다.


이후에 그 할아버지의 트집시리즈는 정해져 있었다. '일부러 나를 이렇게 멀리 보냈지'(사실 치료실이 100평도 아니고 출입구에서  열걸음 이내다) '핫팩이 뜨겁네(수건을 더 깔아주면) 안 뜨겁네' '전기가 약하다(해서 올려드리면) 너무 쎄다,(다시 적당히 내려드리면 조금 후에 다시 불러서) 약해졌다 다시 올리라' 는 것들. 전형적인 진상의 모습이다.


실장님과 나는 자리에 앉으며 동시에 말했다.

"우리 커피나 한 잔 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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