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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Nov 28. 2021

나의 고구마는 엄마

엄마에겐 고구마는 뭘까

고구마 맛탕 이외에는 고구마를 안 먹던 아들이 얼마 전부터 고구마를 먹기 시작했다. 한국 전통적인 입맛이라 느끼함을 싫어하는 아들은 고구마에 김치를 얹어먹기 시작했다.

"고구마는 김치의 염분 성분을 중화해주는 역할이 있대요."라고 말하며 고구마 몇 개를 김치와 함께 먹어치운다.


그 덕에 고구마를 좋아하는 내 몫이 점점 줄어든다. 사람 수대로 고구마를 오븐에 구워왔건만 정작 내가 먹은 건 고구마 반 개뿐이다. 아들이 두 개, 딸이 하나, 남편과 내가 반반 먹었구나.


고구마를 좋아하는 나를 보고 시어머니는 항상 고구마를 양껏 사다주신다. 매주 일요일 새벽에 잠깐 열리는 일명 '번개시장'이라는 곳에는 어머님이 자주 가시는 단골 고구마 트럭이 있다. 거기서 한 번 사서 보내주셨는데,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어머니께 '맛있더라'라고 한 마디 했더니 그 이후로 생각날 때마다 거기서 고구마를 사주신다. 덕분에 우리 집은 사시사철 고구마가 끊이지 않는다. 사주기 좋아하는 어머니와 잘 받아먹는(?) 며느리의 궁합이 맞는 건지.


사실 이렇게 고구마를 좋아하는 이력에는 우리 엄마가 있다. 엄마는 고구마를 참 좋아하신다. 전라도에 시댁이 있는 내 친구에게 부탁해서 맛있는 고구마를 매 해마다 주문해서 드실 정도다. 멧돼지가 다 파먹어서 이젠 고구마를 보낼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아쉬워하셨는지.


어릴 때에는 간식으로 항상 고구마나 감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감자의 포슬포슬한 그 감촉과 맛도 좋았지만 고구마가 같이 있을 땐 감자는 항상 고구마에 밀렸다. 엄마가 한 번은 고구마를 먹으며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셨다.


"옛날에 내 어릴 때, 우리 집이 참 잘 살았거든. 그 마을에서 땅도 많고 느그 외할아버지가 엄청 부지런해가지고. 그 인근에서 그 당시에 쌀밥 먹는 집이 별로 없었다 아니가.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쌀밥을 먹었거든. 그런데 내가 어찌나 고구마를 좋아했는지, 외할머니가 뒷집에 고구마 냄새가 나는 거 보고 내가 그렇게 먹고 싶다고 하니까 쌀밥 한 그릇 하고 고구마하고 바꿔줬다 아니가. 외할아버지가 알면  몽둥이로 쫓아낼 수도 있으니까 몰래 숨겨서 내가 먹고 그랬다."


고구마를 먹을 때 우유 한 잔을 곁들이는 건 엄마에게 보고 배웠다. 고구마의 고소함을 극대화시키는 우유 한 잔은 고구마에 목이 메는 걸 방지하고 따뜻한 고구마와 차가운 우유의 황홀한 조합이기도 했다. 고구마에 김치도 얹어먹어 봤지만 우유만큼 내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건 없었다.


날이 차가워지면서 없어졌던 군고구마가 길거리에 생겼다. 내 10대, 20대 때 많이 보던 드럼통에 고구마를 굽던 알바생들은 없지만, 동네 마트에서 맥반석에 고구마를 구워서 파는 곳은 조금 생겼다. 퇴근길 차가워진 공기에 고소한 군고구마 냄새는 얼어붙은 지갑을 열기엔 충분하다.


주말 아침,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 위해 오븐에 고구마를 넣어놓고 동네 뒷산에 다녀왔다. 그 새 먹기 좋게 익은 고구마 냄새가 고소하게 집안에 퍼진다. 아들은 역시나 '김치 많이 주세요'라고 주문을 하고, 나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우유의 부재가 아쉽다.

간단하게 먹자 주말 아침은.

내게 고구마의 맛을 알게 해 준 우리 엄마는, 오전 일이 끝나고 먹으려고 오늘도 고구마를 삶고 계신다.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 깨끗하게 건물을 청소해놓고 잠시 쉴 때 고구마로 허기를 채운다. 나는 고구마를 보면 엄마가 생각나는데, 엄마에겐 고구마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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