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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Sep 09. 2022

D-16 퇴사 준비 일기

추석도 의미 없다

추석 떡값이 입금됐다.

언제나 원장님은 미리 떡값을 입금해주신다.

우리도 만원씩 모아서 원장님 명절 선물로 과일을 샀다.

마지막 선물이다.

원장님 드릴 과일 선물

병원 근처 시장은 북적거리고

TV에서도 계속 명절, 추석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이번 추석은 왜 주말이 끼여있냐며

투덜거리기도 했겠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사치다.


폐업 앞에서는 큰 명절도, 주말도 큰 의미가 없어졌다.

명절에 친지들을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어졌다.

설명하기도 귀찮고, 동정받는 그 느낌도 싫다.


어젠 개인 사물함을 정리했다.

가을 겨울에 쓰려고 둔 미니 가습기도 챙기고

여유분으로 둔 여성용품들도 다 챙겼다.

이젠 다음 달은 없을 거니까.


점심마다 밥을 적게 먹느라고

얼려놓은 냉동밥도 챙기고,

남는 포스트잇, 노트, 펜을 챙긴다.

포스트잇

다들 폐업은 처음이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움직인다.

반품할 수 있는 물품들을 모아서 거래처에 반품하고,

소비재들은 전 직원들이 나눠서 갖기로 해서 나누고 있다.

폐업을 하고 나면 바로 정리해주는 업체가 들어와서

기계며 냉장고, 책상, 의자 등 모든 것을 싹 정리해준다고 한다.

그전에 개인 물건을 모두 챙겨라는 사무장님의 말이 있었다.

그저 나만 나오고 가끔 놀러도 올 수 있는 곳이 아닌

아예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그게 참 아쉽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정리 작업이 시작될 거다.

점점 휑하게 변하는 공간을 보면서

나의 처지도 괜스레 더 서글퍼질까 봐 마음을 다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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