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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Jun 21. 2023

주전자에 이게 있어?

막걸리만 들어있다는 편견은 버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첫 번째 커피는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한참을 놀다 출출해진 아이는 불 꺼진 주방에서 먹을 게 없는지 살펴보던 일이 익숙했다.

작은 냉장고에 이어 재래식 주방 한쪽 벽면에 있던 선반을 살피던 어느 날, 못 보던 작은 주전자가 있다.

노란색 주전자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했던 나는 뚜껑을 열어보았다.

달콤한 냄새가 훅 들어오는데, 어두워서 그런지 정확히 무슨 색깔인지도 몰랐다.

냄새가 좋은지라 맛을 한번 보기로 한다.

주전자 주둥이를 입에 닿지 않도록 하고, 내 입으로 부었다.

‘어? 맛있는데?’

한 모금 더 마셨다.


주전자는 한동안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항상 달콤한 액체로 가득 찼다.

나중에 그것이 엄마가 타놓은 커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막상 타놓은 엄마보다 내가 더 야금야금 먹은 것 같다.

가끔 너무 많이 마셨을 때, 몰래 물을 더 넣은 기억도 난다.

엄마가 나중에 마셔보고 그 싱거움에 얼마나 놀랐을까?


한동안 주전자에 있는 커피를 즐기다가 어느 순간 그 기억이 없다.

나의 첫 번째 커피는 ‘주전자 속의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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