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판기
중학교는 세상의 확장판이었다.
진학한 여자중학교는 화장실마저 넓었다.
남녀공학이던 초등학교의 작은 화장실은 그에 비하면 단칸방 수준이었다.
여학생의 특징을 잘 살려서인지,
손을 씻는 곳도 굉장히 넓었다.
거기에 음료수 자판기도 두 대나 들어있을 정도였으니.
화장실 세면장에 있는 자판기는 주로 콜라, 사이다, 환타 같은 탄산음료가 있었다.
약간 큰 종이컵에 음료가 나오는데, 톡 쏘는 탄산이 학업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친구는 작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내게 건넸다.
"화라야 너도 이거 맛볼래?"
한 층 올라가는 계단 중간지점에 있는 자판기는
일반적인 커피자판기였다.
믹스커피와 율무차가 주 메뉴였다.
커피는 왠지 어른들이나 마시는 것 같아서 율무차만 먹어봤던 터였다.
친구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