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 석탑(異形石塔)
앞에서 석가탑(불국사 삼층석탑)을 설명하면서 다보탑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미뤄두었다. 석가탑이 통일신라 석탑의 기준과 규범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주는 탑이라면, 다보탑은 그 기준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탑이기 때문이다.
제작시기: 통일신라
국보
소재지: 경북 경주시 불국로 385
답사일: 2025년 1월 15일
다보탑은 통일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흐름 속에서 다루기보다, 그 정형을 의도적으로 탈피한 ‘이형 석탑(異形石塔)’의 범주에서 독립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보탑 외에도 여러 이형석탑을 답사하면서 통일신라의 이형석탑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또 어떠한 모양으로 조성되었는지를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다보탑의 본래 의미는 ‘다보여래상주증명탑(多寶如來常住證明塔)’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는 『법화경』 「견보탑품」의 극적인 장면-석가모니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할 때 다보여래가 보탑과 함께 솟아올라 그 가르침이 진실임을 증명한 사건-을 정교한 석조 건축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다보탑의 형식은 석가탑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석가탑이 '이중기단'에 ‘삼층’이라는 명확한 구조를 기반으로 정연한 비례를 갖춘 데 반해, 다보탑은 층수조차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구성을 지닌다.
다보탑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통일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전체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고 조화롭다는 사실이다.
목조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공포(栱包) 형식을 구현한 기둥 구조와 처마 그 위에 올려진 사각형과 팔각형의 난간, 그리고 화려한 연꽃무늬 장식까지. 자칫 산만해질 수 있음에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굉장히 조화롭다.
이러한 독특함은 일제강점기시절 일본인들의 눈에도 예사롭지 않게 비쳤던 모양이다. 다보탑은 일본인들에 의해 해체, 보수되는 시련을 겪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사리장엄구를 비롯한 소중한 내부 유물들의 행방 또한 묘연해지고 말았다.
이처럼 다보탑은 파격적인 형식을 취하면서도 구조적 균형을 잃지 않으며, 규범을 벗어난 조형 속에서도 완성도를 유지한 통일신라 장인 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정연한 삼층석탑들이 하나의 질서를 이루는 경주에서, 다보탑은 홀로 다른 존재로 서있었다. 층수를 단번에 헤아리기 어려운 복잡한 구성, 사각과 팔각이 교차하는 구조, 목조 건축의 공포를 석조로 옮긴 섬세한 조형까지.
오늘날에도 비슷한 풍경 속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듯, 통일신라 석탑 가운데 다보탑은 그런 역할을 한다. 그 예외성이야말로 다보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