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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재 Jun 02. 2023

업무 중 실수에 대해서

제목만 보고도 순간 심장이 쿵덕 내려앉거나 실실 웃음이 나오거나 아쉬움이 느껴질지 모른다. 무엇이 떠올랐는가에 따라서. 


"우리 삶이 곧 실수"라는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만약 있다면 기억력이 아주 형편없거나 아니면 거짓말쟁이?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므니다. 

         

하지만, 실수를 했던 그 순간, 내 마음은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내가 스스로 느끼는 절망감이나 두려움 또는 상사나 선배 동료의 질타가 주는 괴로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그게 어떤 것이었건 실수를 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감정이나 느낌이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스스로도 작아지는 것이기에 굳이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일부러 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어느 것도 도움이 안 된다, “그냥 그랬구나!” 정도면 충분하다.   

       

더구나 실수의 결과로 생긴 <나의 힘듦이나 괴로움의 감정>이 상사나 선배 동료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렇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인성에 따라서 또 그 당시 그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라는 그 사실뿐이다.         

큰 실수들은 우리가 또렷이 기억하고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그러다가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것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훌륭한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주야장천 밤을 새우는 것도 일종의 크고 작은 실수들을 계속 범하기 때문이다. 환경과 조건 등에 시행착오를 반복해서 겪고 그러면서 나아갈 방향을 수정하고 또다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 자체가 실수임을 반증하는 과정이 아닐까? 다만 우리가 그것을 실수라고 명명하지 않은 것은, 이과적(理科的)인 고등한 연구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미리 설정을 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 업무에서 내가 저지른 실수는 어떤 대접을 받는가?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실수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서 상사나 동료로부터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다. 또 사소한 실수임에도 주변 사람들의 인성(人性) 탓에 큰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사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에 많은 신경을 써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정작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함으로 또 다른 실수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실수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고, 그 일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과정이었다면 더 많은 실수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연구실의 연구자들처럼.        

  

우리가 실수 없이 일을 마무리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아무리 신경 쓴 보고서라고 해도 다음 날 보면 오타가 보이고, 문장 구성이 어색하며 예로 든 내용까지 적합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실수는 잘 드러나지도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냥 나 혼자 아니면 팀장과 얘기하면서 수정만 하면 된다. 그러니 별로 실수라고 잘 느끼지도 못한다.          


그런데 회사 전체에 또는 동료들이나 고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실수들이 있다. 그건 내 업무가 그런 종류의 업무 때문이라고 먼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험으로 보건대, 관리 부문(인사, 총무, 회계, 심사, 감사, 구매 등)의 실수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발생한다고 해도 운영 중에 수정하면서 넘어갈 수 있다. 게다가 고객에게는 직접 영향을 주는 게 거의 없다 보니, 실수의 크고 작음조차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관리 업무를 폄하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경우, 관리직의 고객인 모든 직원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게 바람직하긴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순간순간 대응해야 하는 업무의 경우(예를 들면, 고객을 접하거나, 영업 활동을 하거나, 기계나 설비 등을 다루는 등의 업무)에는 조그만 실수 하나가 예기치 않은 큰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냥 조그만 일들도 변칙적으로 번지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자기만의 정의감이 유독 강한 부류의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회사 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업무별로 매뉴얼을 만들긴 하지만, 어디서나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도 실수를 할 수 있고, 내 옆의 동료도 실수를 할 수 있고, 우리 팀장도 또 대표도 실수를 할 수 있다. 당연히 우리 모두가 일어난 실수를 비난하거나 자책하기보다는 함께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서로에 대한 배려다. 

         

필자는 직장 생활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 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부정적인 감정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 우리 삶에서 어떤 것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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