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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Aug 31. 2015

빛을 보는 새로운 시선_모로코 pt.3

Blue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로는 유일하게 대서양과 지중해에 둘러싸인 나라가 바로 모로코다. 그만큼 바다와의 인연이 깊은 곳으로 전 세계 문화 예술인과 여행자들은 모로코의 바닷가로 몰려들었다.  그중 단연 으뜸은 서부의 에싸우이라(Essaouira). 바다를 향해 자리한 고대의 성벽이 도시를 품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바다에 기댄 채 삶을 영위해 나간다. 휴양지이면서 항구이자 요새였던 이 곳은 전설의 기타 연주자 지미 헨드릭스의 은신처였고 영화감독 오손 웰스와 리들리 스콧 등 여러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장소였다. 성벽에 걸터앉아 갈매기들의 소리를 들으며 파랗게 물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영혼의 깊은 울림이 자연과 조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다에만 파란 빛이 넘실대는 것은 아니다. 모로코의 깊은 산중에는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푸른 물결이 있다. 바로 리프산맥 중턱의 요새 도시 쉐프샤우엔(Chefchaouen). 스페인의 박해를 피해 떠나온 무어인들이 포르투갈 군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여행자를 맞이해 준다. 전통적으로 유대인이 많아 모든 건물이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안달루시아 특유의 건축양식이 더해져 전혀 새로운 정취를 자아낸다. 보통 푸른 마을 하면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떠올리기 쉽다. 산토리니가 관광지를 여행하는 느낌이라면 쉐프샤우엔은 현지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에 잠시 머물다가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오랜 시간 이곳은 도시로서 기능하면서 전통과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곳에서 전통의상 젤라바를 두른 동네 노인들의 산책을 따라다니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푸른 마을의 물결을 유영하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한 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카사블랑카>의 배경이 되었던 카사블랑카. 실제로 촬영은 세트장에서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모로코를 대표하는 도시로 가장 서구화되고 규모가 크다.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빛을 고루 갖춘 카사블랑카는 세계 3대 규모의 이슬람 사원 하산 2세 모스크가 여행자의 시선을 끈다. “신의 왕좌는 물 위에 있다”는 코란 구절을 따라 대서양에 마주하여 지은 이 이슬람 사원은 동시에 2만 5천 명이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이 곳은 전역의 신도들과 지역 주민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베르베르인의 어항으로, 무역도시로 번성해온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프랑스의 근대 도시계획에 의해 건설된 시가와 항만 근처의 옛 아랍시가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토양으로부터 기인한 붉은 빛이 녹색의 자연과 종교를 아우르고, 푸른 바다에 안겨있는 곳. 황금 빛의 찬란한 역사를 가진 모로코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성으로 여행자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미 6년 전 세계여행을 하면서도 느꼈던 모로코의 매력은 역시나 가장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사람들의 생활상이었다.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누구나 친구로 맞이하는 곳.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있는 곳. 모로코는 언제까지나 나의 가슴에 찬연한 무지개 빛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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