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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Aug 28. 2015

빛을 보는 새로운 시선_모로코 pt.2

Green


모로코의 국기에서 별의 색으로 나타나는 녹색. 평화와 자연의 상징으로 사용한 색이며 이슬람교에서는 흰 색과 함께 종교적으로 가장 신성한 색으로 여긴다. 따라서 사원이나 종교적 의미의 건축에는 두 색을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황량하고 척박한 아프리카가 아닌 녹색의 대지에 꽃나무가 자라고 폭포가 있는 풍부한 자연의 모로코를 만나볼 수 있다. 올리브 나무란 뜻을 가진 계단형 2단 폭포인 오조드 폭포(Ouzoud falls)에서 총천연의 무지개가 빛나고, 너른 초원에 오렌지와 아몬드,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곳. 마치 낙원에 온 듯 그 위를 거니는 양떼가 여행자를 반겨주었다. 천국의 풍경이 이렇지 않을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오아시스와 관개수로다. 황량한 모래산들 사이로 마을이 있고, 경작지가 있는 모습은 사람들이 물을 중심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한다. 거친 땅에서도 자신의 삶을 일구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경외를 느끼게 된다. 특히나 우리가 카스바(Kasbah)라 부르는 성채는 요새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건물 내부로 물을 끌어와 사용한다. 별다른 동력 없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길을 이리저리 돌려서 각 구역으로 보내는 것이다.

오아시스는 단지 호수나 웅덩이가 아니라 정성껏 일군 물길이며 그 자체로 삶의 터전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흙에다 물을 섞어 집을 짓고, 예배당을 만든다. 건너편에는 아몬드 나무에서 대추야자까지 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농작물을 키운다. 반 고흐의 작품에서나 보던 팝콘처럼 피어난 아몬드 꽃이 되려 척박한  곳이라기보다는 풍요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나 모로코의 아르간 오일과 올리브 오일은 유럽에서도 수입해다 쓸 만큼 품질이 좋다.

  


다른 국가에 비해 모로코는 북아프리카에 있으면서도 그리스-로마의 침략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오랜 전통이 많이 남아있다. 물론 이후의 역사적인 부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특히나 고대의 왕조는 기후가 온화하고 비옥한 땅을 갖춘 메크네스에서 긴 시간 번성했다. 베르베르인의 도시였으나 13세기 중반 마린 왕조가 들어서면서 크게 번성하여 17세기 왕의 수도가 되었다. 술탄 물레이 이스마일은 정력적인 활동으로 다양한 건축활동을 벌였는데, 유럽의 어느 왕조 못지 않은 거대한 정원과 마구간을 갖춘 성이 인상적이다.

역설적이게도 로마의 식민지가 되어 당시의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볼루빌리스는 메크네스로부터 불과 30km 거리에 있다. 기원 후 3세기 경 로마제국 역시 비옥한 녹색의 지역에 자신들의 헬레니즘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웠다. 4세기 말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일이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그들의 신전과 포럼 터, 바닥 모자이크와 개선문을 보고 있노라면 훌륭한 건축술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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