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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Feb 03. 2016

바람의 마을 pt.1

마음으로 지은 집


KBS <1박2일> 사진을 한 덕분에 인연이 닿아 한 등산복 브랜드와 작업할 일이 있었다. 그러던 중 MBC와 KOICA에서 진행하는 히말라야 북쪽 사면에 방송국을 짓는 프로젝트에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등산복 회사에서 후원을 했기 때문에 MBC에서 만드는 다큐멘터리와는 별개로 자신들만의 사진과 글이 필요했던 것. 그래서 MBC 다큐멘터리팀의 네팔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2015년 대규모 지진으로 인해 수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바로 그 네팔의 히말라야다. 사실 히말라야는 대부분 네팔의 산으로 잘 알려졌으나 파키스탄부터 인도, 부탄, 티베트까지에 걸쳐 총연장 2,500km에 달하는 거대한 지구의 등줄기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고봉이 네팔에 몰려 있어 전 세계 산악인들의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발전이 더디고, 사람들은 여전히 순수하다. 그러니 제대로 된 건물이 있을 리 없다. 안타깝게도 자연의 흐름에 따른 지각변동으로 인해 인도-호주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해마다 5cm씩 이동하고 있다.



많은 국가와 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도움이 필요한 나라를 지원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규모의 나눔이 바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라고 한다. 공적개발원조는 쉽게 말해 잘 사는 나라가 어려운 나라의 자립과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자금으로써 OECD 회원국이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의 정부에서 시행하는 대외 원조 사업은 KOICA를 통해 이루어진다. 물이 귀한 마을에 우물을 만들어주고, 학교와 병원을 건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상당히 독특했다. 라디오 방송국이라니. 라디오를 듣는다고 굶주림이 해결되거나 전기가 더 잘 들어오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실제로 네팔의 전기수급은 너무나 어렵다. 도시에서도 하루에 3~5시간, 길 때는 10시간가량 아무런 예고 없이 정전된다.

지금 네팔의 모습은 전후, 시대가 급변할 무렵 우리나라의 풍경과 비슷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작은 방에 여러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라디오를 틀어놓고 귀를 기울인다. 아, 전기는 안 들어오지만 와이파이는 연결된다. 놀랍게도 그렇다. 외지인들의 요구에 따라 예전 우리가 사용하던 구리선 전화망을 통해 인터넷이 들어오는 것이다. 아무튼 네팔은 7, 80년대 한국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하다. 그러니 라디오의 보급이 현지인들의 문화생활과 가까이 닿아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인터넷보다는 라디오를 통해 날씨나, 주요 뉴스부터 바깥세상의 이야기와 음악을 듣는다. 다만 문제는 국가 대부분이 산악지형인 탓에 중앙 주파수가 멀리 갈 수 없어서 지역별 방송국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방송국을 건립하게 되었다.

서울 강남대로를 지나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건물이 하나 있다. 구멍이 뽕뽕 뚫린 거대한 벌집모양의 건물‘어반하이브’. 이곳을 설계한 김인철 교수님이 네팔의 라디오 방송국을 설계하셨다. 당시 강남의 복잡한 건물들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건물을 설계한 분이 네팔에는 어떤 건물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우리는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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