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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노무사 시험 준비 이야기 1편

1편. 불안

by 사내 노무사


1. 문득 떠오른 질문, 문득 들은 질문


- "HR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HR 전문가이신가요?" 문득 스스로 떠오른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30이 넘어가고 30대도 중반을 향하는 어느 시점이었다. 인사 업무만 7년을 했음에도, 내가 어디 가서 당당하게 그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던 어느 시점이었다. 얼마 전에 결혼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또 하나 했구나"라면서 왠지 모르게 스스로 마음이 편했던 어느 시점이었다.


- 비슷한 시기에 상사가 미팅 자리에서 나에게 툭 물어본 것이 있었다.(무언가 나에게 큰 자극을 주기 위해서 물어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최근에 근로기준법 한 번 읽어본 적은 언제인가요?" 없었다. 단 한 번도. 국가법령정보 사이트를 들어가 본 적도 없었다. 노동법 지식이 인사노무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전부는 아니긴 하지만, 왠지 문득 "아...난 머릿속에 든 게 별로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 얼굴 보기가 솔직히 쪽팔려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지식도, 지혜도 아닌 얄팍한 경험뿐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나의 경쟁력을 차별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요리조리 생각해 봐도 분명했다. 내 이력서를 쓰면 서울 4년제 대학교 졸업, 학점, 토익, 그리고 HR 몇 년간 수행했다는 경험. 그것이 이력서의 전부였다. 나 같은 경험을 가진 인사담당자는 우리나라에만 몇 만 명, 몇 십만 명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더 분명했다.


- 내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흘러서 "이 조직에서 어느 순간에 내 쓸모가 없어지면 그 이후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조직이 고꾸라지기 시작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으면서 잘할 수 있을까?", "어디에서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수는 있을까?", "경제적 부족함 없이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2. 내 미래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주어진 업무 자체는 열심히 했던 것 같았다. 야근 수당을 주지 않아도 "조직이란 원래 그런 거지"라면서 밤샘하면서 일한 적도 있었고, (지금도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면서 별도의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때는 더욱 당연했다.) 상사가 종종 칭찬해 주면 그래도 뿌듯했다. "나는 일을 잘하고 있구나". "나는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 그렇지만, 무언가 나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나를 차별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단연코 전혀 1도 없었다. HR 서적 한번 읽어본 적 없었고, 스스로 공부할 거리를 찾아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창피해한 적도 없었다. "나는 실무형 인재다"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겨우겨우 졸업에 필요한 학점 채워서 대학교를 졸업한 마당에 대학원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고시 공부하고, 대학원 다니던 대학 동기동창들 보면서 "난 이렇게 돈 벌고 있다"라며 자기 위안 삼았다. 회사에서 주말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행하던 HR 전문가 과정은 나의 소중한 개인 시간을 뺏어가는 귀찮은 것에 불과했다. 회사에서 모집하던, 노무사 수험 준비과정에 왜 많은 그룹사 인사 담당자들이 지원하고 있는지, 왜 개인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조직과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금전적인 부분을 투자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시간만 투자해 주세요"라는 그룹 인사팀의 말에는 그냥 웃음만이 나왔다. 자기 돈 들여서 대학원 다니던 회사 동료들을 보면서, 난 술 먹고 놀기 바빴다. 그렇다고 상사들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사내 정치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모 회사 인사팀원이라는 껍데기는 언제든지 날아갈 수 있는 게 조직의 생리 아니던가? 철저히 필요에 의해서 사람을 쓰고 버리는 모습은 여러 번 보지 않았었나? 그게 언젠가는 내가 될 수도 있다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던 건 아니잖아?


- 무언가 불확실하다는 것만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내가 조직 내에서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증명할 수 있을까?", "나를 차별화시킬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생각. 하지만, 현실의 나는 어디 가서 무슨 무슨 전문가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웠고,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언젠가는 나에게 "미안하다. 이제 그만하자"라고 하면, 나는 속절없이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만 같았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센 내 성격상 그렇다고 조직에 매달릴 수도 없을 것이다. 다른 회사에 이직을 하면 된다고들 하지만, 나 같은 경력을 가진 HR 담당자는 우리나라에만 몇 만 명이 있었고, 그냥 특색 없는 HR 담당자라면 지금 컨디션보다 다운그레이드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 누군가가 나에게 강요를 한 것은 아니었다. 주변의 누군가는 "직장 생활이란 다 그런 거지 뭐"라고 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2편에 계속됩니다.)

- 본 포스팅은 직장인의 노무사 시험 준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총 3년의 수험 기간 동안 약 4~5개월의 휴직 기간을 포함하여 직장병행을 하면서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였습니다.

- 본 글은 네이버블로그에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myungnomusa/223744696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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