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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Sep 25. 2017

D-34. 결혼 준비에 대하여

일찍 시작하고, 적당히 알아보기

1.

결혼식이 어느덧 한 달 가량 남았다.

아직도 내가 백수인 걸 모르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많이 받지', '바쁘겠다' 등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왠열.

나는 하나도 안 바쁘고, 결혼 준비 관련해서 스트레스도 거의 안 받는다.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을 거의 다 해놨기 때문이다.

아직도 짜잘하게 해야 할 일은 있지만 맘잡고 하면 하루만에도 해치울 수 있는 정도의 일이다.


2.

그렇다고 내가 뭔가를 많이 생략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예단도 하고 예물도 했다.

플래너도 없이 남친이랑 둘이서 다 알아보고 했다.

내가 결혼 한달을 앞두고 지금 탱자탱자 놀 수 있는 건 두 가지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1) 결혼 준비를 일찍 시작한다

2) 적당히 알아보고 알아본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선택한다


3.

10월 말 결혼 준비를 앞두고, 작년 12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결혼 준비의 시작은 양가에 인사드리기다.

12월에 남자친구가 우리집에 인사를 왔고, 1월에 내가 시댁에 인사를 드렸다.

그 후 한 달에 한 두가지씩 할 일을 해왔다.


주요 타임라인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1월 : 웨딩홀예약/본식스냅&dvd 예약

- 2월 : 웨딩스냅 계약/셀프웨딩드레스 알아보기

- 3월 : 신혼여행 비행기&호텔 예약/상견례

- 4월 : 웨딩드레스+메이크업 계약/남자친구 예복 맞추기

- 5월 : 웨딩스냅 촬영

- 6월 : 신혼집 계약

- 7월 : 가구 및 가전 구입/한복 맞추기/청첩장 인쇄

- 8월 : 신혼집 이사(남친만)/청첩모임 시작

- 9월 : 예단보내기/함받기/드레스 및 턱시도 가봉


4.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중요하다.

결혼 준비를 일찍 시작했는데 시간이 많아서 엄청 많이 알아보다가 혼을 쏙빼는 경우를 봤다.

본인 성향이 꼼꼼히 알아보는 편이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커플은 둘다 '적당히'주의여서 많이 알아보지 않았다.

웨딩홀은 하루에 3곳을 몰아서 가보고 그 중에 한 곳으로 결정했고, 웨딩드레스샵은 엄마의 친구분이 일하시는 곳이 있어서 가보고 마음에 들어서 바로 결정했다. 가구 역시 백화점과 가구점 2-3 군데를 둘러보고는 마음에 드는 브랜드에서 다 맞추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결정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대신 알아보느라 진이 빠지고 결정장애가 오는 상황만은 피할 수 있다.

알아보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도 다 돈이라고 생각했다.


5.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럽다.

우리는

1) 예산이 크게 쪼들리는 상황이 아니었고(최저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었음)  

2) 양가 부모님이 크게 개입하지 않으셨고(개입하시는 순간 숟가락 하나 살 때도 스트레스)

3) 웨딩스냅, 웨딩드레스 관련해 아는 지인이 있었고, 가전의 경우 남친의 회사 임직원몰에서 구입할 수 있었으며(애초부터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음)

4)내가 결혼 100일을 앞두고 백수가 되었기 때문에(자질구레한 일을 기꺼이 도맡아 함)

위의 두 가지만 실천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는 (적다보니 팁이 된) 이 글이 배부른 개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결혼 준비가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 아니라고.

위의 두 가지만 지켜도 큰 스트레스는 덜 수 있을 거라고.


6.

그러고보니 제일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결혼식과 나를 어느 정도 분리하기

>> 완벽한 결혼식이 나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요, 평범한 결혼식이 나를 평범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결혼식은 통과의'례'일뿐, 내가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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