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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Sep 25. 2017

D-35. 정신과 상담에 대하여

김현정, <나도 한번쯤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

1.

심리상담 서점을 열 생각을 하면서, 심리학/정신의학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제목에 혹해서 봐보면 뻔한 얘기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처음 10페이지 가량 읽으면서 '좋았어!'라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특히 초반 1장 '나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는 통째로 베껴서 정신과 상담에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2.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정신과 상담 내용은 기록으로 남는다. 의료법상 모든 병원의 의무 기록은 10년 동안 병원에 남게 되어 있다. 하지만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어느 누구도 그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
- 22페이지
"(...) 그러지 말고 내원하셔서 틱장애가 맞는지 상담하는 건 어떠세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정신과에 가면 아이에게 기록이 남잖아요." 할 말을 잃은 순간이었다. 나는 "그래요, 기록에 남아요. 그게 뭐 어떠세요?" 라는 말이 목울대를 넘어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받을 고통의 크기를 감히 짐작이라도 한다면 정신과가 아니라 더한 곳이라도 찾아가 봐야 한다.
- 24페이지

정신과에 가길 꺼려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의료기록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일단은 '그 기록은 아무도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 때문에 기피한다면 그건 당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확실한 고통'과 '불확실한 불안'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정신과 마음의 상처는 불현듯, 갑자기, 예고 없이 닥친 교통사고가 아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빈 집에 켜켜이 묵은 먼지가 쌓이듯, 오랜 시간 당신이 돌보지 못한 마음이라는 공간에서 외면당한 상처들이 쌓이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단언컨대 궤도를 벗어난 마음이 단번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 33~34페이지

이렇다는 것을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번에 치유되면 좋으련만. 아니면 적어도 언제쯤이면 다 나을지 예측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단번에는 커녕,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예상하기 어려워서 더 어렵다.


더불어 단 한 번의 방문으로는 그 어떤 효과나 결과도 기대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정신과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3~5회 이상 상담이 이뤄져야만 의사도 내담자의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20년, 30년 방치된 채 살아온 '진짜 나'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으로는 오히려 짧은 감이 없지 않다.
- 39페이지

사실 이렇게 3-5회 이상 제대로 상담을 해주는 정신과 자체가 드물다. 대부분 초진(첫 진료)시에만 길게 상담을 하고, 그 후로는 약 5분 정도 상담을 하는 게 전부다. 나를 파악하기 위한 상담이라기보다는, 약물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상담에 가깝다. '진짜 나'를 파악해줄 누군가를 찾는다면 정신과보다는 심리 상담사를 찾아가는 게 훨씬 낫다.


3.

조화는 '나다움'을 잃지 않고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양보하는 것이고, 순응은 '나라는 존재 자체를 잃고' 무조건 상대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와 의견 차이가 난다면 순응하는 사람은 상대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상대와 최대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설령 상대와 의견 차이로 다툼이 발생해도 이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합의점을 도출해낸다. - 205페이지

때로는 상대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정을 내릴 필요도 있겠지만, 언제나 "난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하는 사람과 계속 지내는 것도 피곤하고 미안한 일이다. 특히 가까운 상대일수록, 다툼이 발생하더라도 둘 사이의 최적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건강한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파편처럼 흩어졌거나 무의식 속에 숨어 미처 꺼내보지 못한 감정에 라벨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자신의 감정을 자각할 수 있다. 라벨을 만들 때는 누가, 무엇이, 어떤 상황이 당신을 화나게 했는지(who/what)와 왜 화가 났는지(why), 당시의 분노지수가 상/중/하 가운데 어느 정도였는지(level) 표시하면 된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어떤 단어에 분노를 느끼는지, 이럴 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등도 차분히 정리해놓으면 감정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 215페이지

굳이 분노 뿐만 아니라 우울, 슬픔, 질투 등의 다루고 싶은 감정에 대해서도 이러한 라벨링을 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좋은 거 알면서도 막상 하기는 너무 귀찮을 것 같다.


*이 글의 모든 인용구는 <나도 한번쯤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김현정, 센추리원)에서 인용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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