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선 Apr 01. 2018

ep07. 저는 배신자인 걸까요

20대 사회초년생 이지련 님의 이야기 

<온 더 레코드>는 심리상담서점 리지블루스를 찾은 내담자들 중 철저히 동의하신 분에 한해 상담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익명화를 거쳐 이야기를 공유하는 매거진입니다. 


잡음이 많은 퇴사를 경험했어요


약 2년 정도 다녔던 회사를 반년 전에 퇴사했어요. 퇴사했던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고, 개인적으로 상처가 되어서 상담을 오게 되었어요. 

이전 회사에 대해서 매너리즘을 느끼던 중이었어요. 회사 내에서 중요한 프로젝트 팀을 꾸린다는 것을 알고 지원을 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다른 회사에 입사 지원도 했어요. 

예전에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 생각하다가 아예 지원도 못했던 게 아까워서, 일단 좋은 기회가 생겼다면 지원하고 보자-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두 개의 기회에 다 붙었다는 거였어요. 


행운이 겹쳐서 불행이 되었어요


이전 회사의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이틀 전에 이직하는 회사의 합격 발표가 났어요. 

주말 동안 엄청 고민을 했는데, 주말 동안 연락하는 게 엄두가 안 났어요. 결국 일단 팀원이 되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3일 정도 지났을 때 팀원들과 팀장님한테 이직 결정을 이야기했어요.


이직률이 높은 편이었던 회사라, 저도 남들처럼 퇴사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컸던 만큼, 저에게 돌아오는 화살도 엄청났어요.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 

이기적이다, 

팀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가서 잘 될 것 같냐, 

소송 걸겠다, 못 가게 하겠다, 

평판을 다 깎아내리겠다 


같은 말을 들었어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어요


욕먹을 짓 했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파장이 클 줄은 몰랐어요.


결과적으로는 이기적인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최대한 피해를 안 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런 제 마음은 하나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전 그냥 배신자로 낙인찍힌 느낌이에요.


저도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제 입장에서도 억울한 부분은 있어요.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 왜 너는 결정을 스스로 내렸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논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리 말하는 것 역시, 되기도 전에 이직 사실을 미리 말할 수 있는 강심장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전 회사에 대해 마음에 안 들었던 점도 있었지만, 그 프로젝트에 들어가고 나서는 좋았어요. 

이직을 선택한 건, 이직이 '더 좋은' 옵션이었기 때문이에요.

좋은 것과 더 좋은 것 중에 더 좋은 것을 선택한 것인데, 사람들은 제가 이전 회사와 그 프로젝트를 싫어했다고, 포기했다고, 배신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거기가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닌데, 그렇게 생각되는 게 안타까워요.


신뢰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원래에는 사람 사이의 신뢰가 형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 존재에 대해 믿음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좀 신기루 같아요. 환상 같다고 할까요. 내가 믿고 싶을 때는 있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직하고 나서 다행히 일은 재밌어요.

그런 면에서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있어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많이 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일만 하는 상대로 봐줬으면 좋겠네요.


듣기 싫던 녹음테이프의 재생 버튼을 눌렀네요


오늘 상담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 같진 않아요.

그렇지만 혼자는 못 들었을 것 같은 녹음테이프의 재생 버튼을 드디어 누르게 된 것 같아요.




지련 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나 염려가 되어 적자면, 저나 제 글에 대한 댓글에는 대응을 하겠지만 지련 님에 대한 공격성 댓글은 무조건 삭제하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위로가 됩니다' 

매거진 <온 더 레코드> 7화 마침. 



글/ 김명선

- 수원에서 심리상담서점 <리지블루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bookstore_lizzyblues

상담신청하기 


작가의 이전글 ep06.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