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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May 31. 2018

ep08. 자신에게도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30대 직장인 박일아 님의 이야기 

<온 더 레코드>는 심리상담서점 리지블루스를 찾은 내담자들 중 철저히 동의하신 분에 한해 상담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익명화를 거쳐 이야기를 공유하는 매거진입니다. 


특별히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아요


한 달 정도 기분이 많이 다운되어 있어요.

무력하고, 답답해요.

뭔가를 먹기만 하면 잘 체하고요. 하루에 한 끼도 겨우 먹어요.

특별히 불행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행복하지도 않아요.

일상의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마비된 것 같아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 반응으로 나타났어요


3년 전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위가 운동을 못해서 소화가 안 되었고, 이명이 생겼어요.

증상은 신체적으로 표현되었지만, 정신적인 이유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어요.

제가 회사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거든요. 정체성에 혼란이 왔고, 제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동료들은 잘 하고 있다, 누구라도 제 자리에 있으면 힘들 것이다-라고 했지만 제 몸 이 곳 저곳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났어요.

그때 인생 첫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상담 선생님이 빨리 회사를 정리하라고 지지해줬어요.


너무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글을 못썼어요


회사를 정리하고, 한의원을 다니면서 상담치료와 운동을 병행했어요.

심장을 옥죄는 증상은 많이 사라졌지만, 무력감이 계속되었어요.

회사를 그만둔 게 저를 좀 고립시켰던 것 같아요.

평소에 집순이거든요.


그때 한 모임에 나갔어요.

조금은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그 당시 저는 글을 거의 못 썼어요. 어떤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너무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였던 것 같아요.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고, 자기만족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다시 일을 시작했고, 상담이 도움이 되었어요


8개월 정도 쉬며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었는데 다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힘든 사건이 발생했어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할 태세에 돌입했어요. 평소에도 사소한 일엔 예민하고 큰 일에는 담담한 편이에요.

계약직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했지만, 근무지 특성상 고립된 장소에서 혼자 일을 해야 해서 외로웠어요.

저보다 어린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해서 가끔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요.


대인관계를 주제로 상담을 병행했어요.

그때 만난 두 번째 상담 선생님의 코칭이 직장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 이후에 계약이 끝나고 4개월 쉬면서 세 번째 상담을 받았어요.

내면에 힘이 길러지는 가장 인상 깊은 상담이었고 이제 스스로 많이 내려놓았고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어요.


직장 내 인간관계 때문에 다시 체하기 시작했어요


최근에 지금의 직장을 구하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좋은 상사를 만나서 처음부터 무척 편안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사건이 하나 생겼어요.

직장 동료 중 한 분이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을 실수하고 저한테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제 업무 영역이 아니라고 전달을 받아서 안 한 것이었는데 말이죠.

굳이 따지자면 제가 도와줬어도 되는 상황이지만 이 일로 앞으로 제 업무가 늘어날까 봐 걱정되기도 했고 제가 많이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실수할까 봐 두렵기도 했어요.


그 일이 있은 후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시 흐트러지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고, 사건이 있었던 그 분과 같은 부서 사람들은 다 싫어지게 되었죠.

밥을 먹어도 체했고요.


힘든 걸 참아서라도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저한테 답답한 면이 있는 건 저도 알아요.

얼마 전에는 모델하우스 구경을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답답했어요.

그냥 나가면 될 걸, 꾸역꾸역 참으면서 한 시간 이상을 버텼어요.

같이 간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나 봐요.


한 날은 사람이 꽉 찬 대강당에서 강연을 듣는데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나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앉은자리가 완전 중앙이라서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만 보며 강의가 끝날 때까지 참았어요.

사람들한테 주목받고, 폐를 끼치는 게 너무 싫어서요.

요즘 상담과 함께 병원도 가볼까 고민 중인데 약물치료는 최소 1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긴 것 같아 엄두가 안 나요.

무엇보다 저는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문제 해결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기간 상담을 받아서라도요.




일아 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나 염려가 되어 적자면, 저나 제 글에 대한 댓글에는 대응을 하겠지만 일아 님에 대한 공격성 댓글은 무조건 삭제하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위로가 됩니다' 

매거진 <온 더 레코드> 8화 마침. 



글/ 김명선

- 수원에서 심리상담서점 <리지블루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bookstore_lizzy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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