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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Jun 01. 2018

숫자로 돌아보는 6개월간의 서점 운영 회고

6월 1일이다.

심리상담서점 <리지블루스>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처음 목표였던 1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반환점을 돌았다.

1년을 더 할지 말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갈팡질팡, 이랬다 저랬다 한다.


2개월 운영했을 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숫자를 통해 회고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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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 서점 운영을 통해 내가 번 수익은 9만 원이다.

손익분기점(BEP)을 넘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픈을 위해 투자한 300만 원(보증금, 권리금 제외)이 계산되지 않았고, 책 수익을 따질 때는 매출액 기준으로 비용을 제외해서 수익을 구했다. 즉, 서점에는 현재 약 200권의 책이 있고, 난 아직 팔리지 않은 책을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내 맘대로 회계를 하고 있다. 그나마 관리회계와 비슷한 것 같긴 하지만...

무튼 '내 맘대로 계산법'을 적용했을 때 지금까지는 흑자다. 9만 원 흑자!

월별로 보면 12월과 4월에 손실이 났고, 1,2,3,5월에 수익이 났다.


물론... 내 임금은 전혀 계산되지 않았다.

가장 슬픈 점이다.


215


지난 6개월간 판매한 책의 권수다.

2개월간 118권을 판 것에 비하면 이후 책 판매는 꽤 부진했다.

4월에는 정말 심각하게 안 팔려서(내가 서점을 거의 안 열었던 영향이 크지만) 4권 팔렸다.


그래도 처음 열 때 한 달에 30권 팔면 정말 잘 팔리는 걸로 예상했다고 예전 글에 써놓았던 걸 보면, 평균을 냈을 때 한 달에 30권 이상은 팔았으니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책 판매의 견인차는 지금까지 네 번 진행한 솔로독서파티(마음에 드는 이성과 책교환을 빌미로 참가자 모두에게 책을 1권씩 구매시킴)와 책추천 상담(3권을 추천해주고 3권 다 구매 시에는 상담비 1만 원을 받지 않음)이었다.


47


지난 6달간 심리상담을 진행한 횟수다.

작년 12월에 책방을 열고 1월까지는 1회 차 무료 상담을 진행했는데 2월부터는 2회당 5만 원의 금액으로 전면 유료 화했다.


4개월 동안 진행한 유료 상담은 25회.

상담 프로그램 구성을 2회 세트로 한 것은 1회 차에 추천한 책을 읽은 뒤 진행하는 2회 차까지 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실제로 해보니 절반 정도는 책을 안 읽고 오신다.

조금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2회 차 세트를 기본으로 한 프로그램 구성은 유지할 생각이다.

이유는 1회 차는 정말 표면적이고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안 읽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상담도 결국은 관계의 문제여서, 처음 본 사람보다는 두 번 본 사람한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가 더 수월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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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진행한 독서모임 횟수다.

모임별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원데이 모임

- 2017년에 읽은 책을 소개하는 책 송년회 <2017년, 책 그리고 나> : 총 3회

- 감정과 관련된 선정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산책> 시리즈 : 총 7회(자존감, 우울증, 무기력, 슬픔, 외로움)

- 솔로 남녀가 모여 책과 관련한 게임과 간단한 술을 즐기는 <솔로독서파티> 시리즈 : 총 4회(크리스마스, 발렌타인, 블랙데이, 로즈데이)

- 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을 패러디한 실연 관련 수다 및 술 모임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만주 모임> : 총 1회

- 홀연히 나타나 책 추천받고 조용히 책 읽다 사라지는 <홀연히 독서 살롱> : 총 1회


*북클럽

- 지정된 영어 원서를 읽고 영어로 수다 떠는 <영어독서클럽> : 현재 3기 운영 중

-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와서 수다 떠는 <2주에 책 한 권 북클럽> : 현재 2기 운영 중

- 일요일에 모여 각자의 소설을 완성해 가는 아마추어 소설 습작 모임 <주말 소설가> : 1기 운영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은근 뿌듯하다.

모두 유료 모임이어서 서점 운영에 정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또 아직까지는 기획한 모든 모임이 최소 참가 인원 2명을 채워서 무사히 열릴 수 있었다. 모임일은 다가오는데 사람이 안 모일 때 정말 똥줄이 타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할 만하다.


걱정인 점은 점점 독서 모임당 참가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내 기획력이 떨어지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덥고 휴가가 많은 여름이 다가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참신한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열심히 홍보하는 것뿐!

기존 독서모임 손님들에게 동의를 받아 문자 연락망을 구성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서점 운영에서 어려운 점


- 지난 회고 때는 '춥다'와 '손님이 안 온다'를 꼽았다.


- 날씨는 이제 더워졌고 다행히 서점에는 에어컨이 있다.(최근 큰돈 주고 전문가를 불러 에어컨 청소도 해서 냄새도 안 난다!) 문제는 전기세일 테지만... 아직 안 온 미래는 걱정하지 않는 걸로.


- 손님이 안 오는 문제는 손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상담 손님과 독서모임 손님은 꽤 된다. 아쉬운 점은 열어놓는 시간 대비 그냥 들리는 손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이건 이 서점의 지리적 한계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큼 책을 꼼꼼히 봐도 30분 정도면 우리 서점의 책 다 구경할 수 있다. 서점 내부에는 테이블이 하나뿐이고 대개의 경우 주인이 가운데에 떡하니 앉아 작업 중이라 앉아서 편하게 보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눈치껏 비켜드리기도 한다. 벽 뒤에 상담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왕복 30분 정도 시간으로 올 수 있는 분이 아니라면 우리 서점에 '그냥' 들르기는 정말 웬만큼 의지가 아니고서는 힘들 것이다...라는 게 내 생각이다. 주변에 연계해서 둘러볼만한 가게가 거의 없는 점이 아쉽다.


서점 운영에서 좋은 점


- 프리랜서 일과 병행하기에 나쁘지 않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내 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집에 있으면 맨날 늦잠 잘 거 같은데 그래도 날 일어나서 씻게 해준다. 일을 하기 싫어도 할 게 없어 책을 보게 된다.


-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아이디어를 아이디어로만 그치지 않고 실현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회고에 대한 회고


- 이 글을 쓰고 나니 그동안 참 모임 열심히 열었구나... 하는 뿌듯함이 생기는 동시에 '심리상담서점'이라는 정체성을 잘 유지하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 서점 운영에서 좋은 점을 쓰기가 꽤 어렵다. 이 점은 내가 나중에 서점을 닫고 나서 다른 일을 해봐야 알 수 있으려나.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상으로 리지블루스 오픈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의 회고를 마칩니다.

그동안 찾아주신 분들, 앞으로 찾아주실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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