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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Dec 02. 2018

숫자로 돌아보는 1년간의 서점 운영 회고

손익분기점 돌파!

12월 2일이다.

어제 리지블루스의 1주년 맞이 행사를 잘 마쳤다.

낮에는 호두과자를 준비해두고 10% 할인 행사를 했고(손님은 3명 오셨지만...ㅎㅎ) 저녁에는 친한 손님들 몇 분을 초대해서 재밌게 놀았다.


6월 1에 쓴 <숫자로 돌아보는 6개월간의 서점 운영 회고>를 보니, 이때만 해도 서점을 1년 더 할지 결정을 안 한 상태였다는 걸 보고 신기했다. 그런데 숫자로 보면 이해가 간다. 서점 수익이 조금이라도 유의미하게 나기 시작한 게 7개월째부터이기 때문이다.


서점이 딱히 돈 되는 사업은 아니지만 어떤 사업이든 숫자는 정말 중요하다.

리지블루스의 1년을 숫자를 통해 회고해본다.


412 / +128


지난 1년간 내가 서점 운영을 통해 번 수익은 412만 원이다.

오픈을 위해 투자한 금액 약 284만 원(보증금, 권리금 제외)을 나름 회수했고, 128만 원의 추가 수익이 났다. 내 노동시간을 0원으로 계산했고, 아직 팔리지 않은 책에 대한 선매입비를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지만. 어쨌든 나는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어제 1주년 모임에서 손님이 던진 질문 중에 향후 1년간의 비전에 대해 묻는 질문이 있었다. 인터뷰 서점이라는 컨셉과 관련한 비전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경제적 비전은 약 1600만 원의 수익을 창출해 2주년이 되었을 때 누적수익 2000만 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한 달에 약 133만 원씩 벌어야 하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해보려 한다!


2017.12~2018.11 리지블루스 월간 수익



620


지난 1년간 판매한 책의 권수다.(자체 출간 도서 <리지의 블루스> 판매 권수 제외)

첫 6개월간 판매한 게 215권이니, 다음 6개월 동안 405권을 팔았다.

엄청난 성장이라고 본다!


책 월간 매출을 그래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7.12~2018.11 리지블루스 월간 책매출

12월에 오픈 버프를 빼고는 1월부터 6월까지 50만 원을 밑도는 달이 많았는데, 7~9월, 11월에는 100만 원을 넘으면서 성장했다. 월마다 책 판매에 기여한 요인이 다른데, 7월에는 '실물수서전'이라고 작은 도서관 대상으로 책을 판매한 게 주효했다. 8~9월에는 <리지의 블루스> 책 발간에 따른 손님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10월에는 2주간 여행을 다녀와서 오픈일 자체가 짧다 보니 매출이 뚝 떨어졌다. 11월에는 순천에서 열리는 독립출판 축제에 셀러로 다녀오기도 하고, 독서모임을 많이 열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앞으로도 책 판매를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실감 난다. 1년이 지났지만, 가만히 앉아서 서점을 열어놓는다고 손님이 방문해주는 서점은 아니다 ㅠ_ㅠ


70


1년간 진행한 심리상담의 횟수다.

6월~11월 동안 23회 상담을 진행했다.

평균 한 달에 4회 정도 상담을 한 셈이다. 정확한 시점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비전문가로서 심리상담을 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껴서 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를 거의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신청하시는 분 위주로 진행했다.

이제는 인터뷰 서점으로 컨셉을 바꾸면서 심리상담 프로그램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미련은 없다. 한때는 상담심리학 전공을 위해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을 정도로 진지했지만, 내 길은 아닌 것 같다.


269


지난 6개월 회고에서는 독서모임 횟수를 세어봤는데, 이제는 세기가 쉽지 않아서 독서모임을 통한 수익을 적어본다. 1년간 다양한 모임 진행해서 269만 원을 벌었다. 대부분의 모임을 내가 직접 진행했기 때문에 다과비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출이 온전히 수익화되었다. 모임 운영은 리지블루스의 수익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다.


7~11월 동안 새롭게 시도해 본 모임은 다음과 같다.

- 뇌과학 덕질 (뇌과학 관련 책을 읽고 모이는 독서모임. 망)

- 남연오 작가 북토크 (독립출판물 <인생이 거지 같은 사건들로 채워진 이유> 작가 남연오의 북토크. 1차 모집 때 10명이 대기인원으로 신청할 만큼 흥. 2차까지 진행)

- 심리학 수다클럽 (오전에 진행한 심리학 책 함께 읽기 모임. 1기 이후 지속되지 않음)

- 아티스트웨이 투게더(창조성에 대한 워크숍 북 <아티스트 웨이>를 함께 읽고 실천하는 모임. 9월에 시작했는데 12월에 끝날 정도로 장기 모임인데, 모임 구성원이 좋아서 애정이 가는 모임)


서점 운영에서 어려운 점


- 지난 회고 때 춥다/손님이 안 온다/특히 그냥 들려서 책 사는 손님이 안 온다 를 꼽았다.

- 1년이 지나 다시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전기 설비 문제 때문에 차단기가 자꾸 내려가서 난방 장치를 추가 구입하는 것이 꺼려진다. 현재 있는 두 대와 담요로 버텨보려고 한다. 겨울 동안은 모임을 많이 열 않으려고 한다.

- 여전히 그냥 들려서 책 사는 손님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나는 요새 인터뷰집 2권을 준비하고 있고, 인터뷰하고 소설을 써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써야 할 글이 정말 많다! 서점에서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한 게 어려운 점이었는데 요새는 별로 그렇지 않다. 일하기 싫은 날은 어쩔 수 없지만...

-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매월 초가 되면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서점 운영에 있어 크게 어려운 점이 생각나지 않는다. 흠, 좋은 직업인가 보다!


서점 운영에서 좋은 점


- 지난 회고에서 프리랜서 일과 병행하기 좋다/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를 꼽았는데 이 장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느끼고 있다. 11월만 해도 프리랜서 리서치를 하기도 하고, 외부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 서점으로 컨셉을 잡은 후에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데, 서점은 이를 실현하기 좋은 토대가 되어준다.

- 우울증에도 불구하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많은 날은 아니었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1년 중에도 우울증 증세가 심했던 날이 있었다. 어떤 날은 예정된 독서모임을 취소하고 다 환불해준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회사 생활과 비교하면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고, 일할 만하다. 매일 일어나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 어제 1주년 기념 모임을 하면서 7명의 손님을 초대했는데, 멀리는 대전에서까지 와주셨다.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서점 운영의 좋은 점이다.


회고에 대한 회고


- 1년 동안 잘해왔다. 인터뷰 서점으로서의 2년 차도 잘해봅시다!!!




이상으로 리지블루스 오픈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의 회고를 마칩니다.

그동안 찾아주신 분들 감사하고, 앞으로 찾아주실 분들 환영합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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