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선 Dec 14. 2018

Prologue. 잠만보 부부의 영화 데이트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싶은 부부의 도전 

1.

나의 남편 HG와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우리의 지난 1년은 나쁘지 않았다. 싸운 일이 많지 않았고, 대화는 많이 했다. 원래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결혼해도 큰 삶의 변화는 없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살고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따로 보낸다. 남편은 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고, 나는 책을 보거나 멍 때리면서 누워 있다. 


하루에 거의 한 시간은 꼬박 대화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친하지만, 같이 밥 먹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취미나 관심사의 영역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슬펐다. 한 때는 영화동아리 활동도 하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던 HG가 게임과 유튜브에만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쓰는 게 조금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 


2. 

어젯밤 이 주제에 대해 우리는 긴 대화를 나눴다.

HG는 자신의 변화의 원인으로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꼽았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책을 잘 안 읽게 되었고, 유튜브를 보게 되면서 2시간 정도 하는 영화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태도도 생겼다고 한다. 2시간이나 투자해서 봤는데 영화가 재미없으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한 때 영화를 참 좋아했다. 우울할 때는 하루에 4편까지도 몰아서 보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최신 영화 정보를 찾아보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리스트업 해두었다. 왓챠에서 내가 별점을 매겨놓은 영화만 698편이다. 

그런데 한 2년 전부터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게 되었다. 일단 집과 가까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별로 상영하지 않았다. 나이의 영향인지, 유튜브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집중력이 낮아져 영화관에 들어가면 5~6번 정도는 시계를 확인하게 되었다.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험이 잦아지면서 영화관을 가는 것도, 심지어 집에서 넷플릭스 등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도 꺼려하게 되었다. 


3.

사실 뭐, 살면서 영화 안 보고 살아도 전혀 지장 없다.

그런데 문화활동 3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어디까지나 내 기준) 영화, 책, 음악 중에 나와 HG가 함께 즐길만한 매체로 영화만 한 게 없다.

책은 두 권을 사지 않는 이상 동시에 읽기가 힘들고, HG가 좋아하는 매체도 아니다.

음악은 우리 둘 다 깊이 좋아한 적이 없고, 콘서트를 자주 가기에는 돈이 너무 많은 드는 활동이다. 


영화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같은 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한 때 둘 다 좋아했기 때문에 이야깃거리도 풍성할 것이다. 


4.

그래서 우리는, 약 2주에 한 편씩 영화를 같이 보고 그 감상을 글로 적어서 아카이빙 하려고 한다.

목표는 50편의 리뷰를 쓰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85년생과 90년생, 이과생과 문과생의 관점 차이가 흥미로운 리뷰로 태어나길 바란다.




오늘부터 1일입니다! 

아자아자! 


 

<끝> 


작가의 이전글 #4.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