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15 @<우울한 주인공 시점> 약토크
지난 6월 15일, 수원 독립서점 88and1에서 글쓰기 네트워크 <우울한 주인공 시점> 1기 첫 월간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 중에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우울증 약에 대해 이야기하는 '약토크'가 있었는데요. 선생님께서 워낙 주옥같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일부를 공유드립니다. 제 기억에 의존해서 적는거라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감안해 주세요 :)
+) <우울한 주인공 시점> 1기 멤버인 Talitha 님(인스타그램 @talitha_choiku)이 필기를 공유해주셔서 내용을 좀 더 보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Q. 사람이라면 우울할 때가 다들 있는데, 우울한 상태와 우울증은 어떻게 다른 건지 궁금합니다.
A. 중요한 것은 지속기간과 우울한 정도입니다. 2주를 기준으로 봅니다. 과거에는 사별과 같이 큰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건 병으로 보지 않았는데, 요즘은 우울한 정도 역시 판단합니다. 아무리 우울할 원인이 있어도, 과도한 우울감을 느끼면 병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우울증은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원인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질문하는 분이 어디까지 알아보셨냐에 따라 '최신'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요즘 가장 주목하는 원인은 뇌과학적인 원인입니다. 세로토닌 부족이 우울증의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울증은 정확한 원인을 꼬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병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병과 진단 방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병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명확한 수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정신과 의사가 증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을 내리는 방식입니다.
현재 연구중인 우울증의 원인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유전적 요인입니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유전적 요인이 밝혀졌습니다. 두 번째는 심리적 요인입니다. 학습된 무기력이나 자존감 등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요즘 각광받고 있는 생물학적 요인입니다. 이 생물학적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세로토닌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해마 손상입니다.
Q. 항우울제는 몇 가지 종류가 있나요? 다양하게 처방되는 편인지, 몇 가지 유명 항우울제가 주로 처방되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A. 항우울제의 성분으로 구분하면 10가지 정도 되는데, 이 10가지 항우울제 가문에 다양한 계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성분을 가지고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약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상품의 관점에서 보면 우울증약은 훨씬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몇 가지 유명한 항우울제가 있긴 하지만, 환자의 증상에 따라 주작용과 부작용을 고려해 처방합니다.
Q. 우울증 환자로 진단받았다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나요? 한 번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하면 보통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는지, 약을 먹는 중에 술을 마셔도 괜찮은지 궁금합니다.
A. 우울증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상담치료, 전기치료, 광치료 등이 있습니다. 이중 약물 치료가 가장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용 자체도 저렴하고, 치료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적은 편입니다. 치료의 효과를 연구하기에도 좋은 편이죠. 상담 치료의 경우,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충분한 수의 내담자를 모으는 것부터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약물 치료가 대중화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예상합니다.
우울증 약 복용기간은 보통 6개월을 이야기하는데요. 통상적으로 약이 효과를 발휘하는데 걸리는 2~3개월 + 약효가 지속되고 안정기를 찾는데 걸리는 3개월을 더해 6개월이 되는 겁니다. 만약 맞는 약을 찾고 효과를 보기까지 1년이 걸렸으면 거기에 3개월을 더해야 그 사람의 약 복용 기간이 되겠죠.
제가 의사인데 약 먹으면서 술을 마셔도 괜찮다고 말하겠습니까? 약을 먹는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간이 해독작용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또 우울증 약 복용 중에는 술 마시고 부리는 주사도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Q. 항우울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주나요?
A. 생물학적 요인 중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두 가지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세로토닌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세로토닌을 약을 통해 채워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줍니다. 손상된 뇌를 약을 통해 회복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로 우울증 약은 항생제와는 달라서 내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 먹었던 약이 효과가 있을 경우, 우울증이 재발되었을 때 다시 그 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약을 끊는 것을 희망합니다. 환자가 어떤 상태일 때, 의사는 약을 줄이거나 끊어도 된다고 판단하나요? 우울증의 완치란 어떤 상태인가요?
A. 우울증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마다 완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우울증 재발이 많이 되고 상태도 안 좋은 분은, 약을 꾸준히 먹더라도 안정기를 유지하는 걸 일종의 완치로 보기도 합니다. 약을 끊을 때는 의사와 환자가 둘 다 약을 끊는 것에 동의하는 상황입니다. 환자도 자신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서 불안하지 않고, 의사가 보기에도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둘의 의견이 일치할 때 약물 치료를 중단합니다.
Q. 우울증 약의 영향 및 부작용의 범위에 대해 궁금합니다. 소화기 계통에 영향을 주거나 새로운 생리전증후군(PMS)를 만들 수도 있나요? 오래 먹을수록 부작용이 커지나요?
A. 일단 부작용이라는 단어의 '부'가 아니 불이 아니라 버금 부, 즉 부차적이다-의 의미를 가졌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영어로 해도 side effect이죠. 부작용도 결국 작용, effect의 한 범위입니다. 부작용은 약마다 정말 다양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약 이름을 검색하면 잘 나옵니다. 다만 부작용은 확률의 문제라 언급된 부작용이 한 명의 환자에게 모두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소화기 계통의 영향은 대부분의 약이 가지는 부작용입니다. 약도 소화를 해야 하는 음식물이니까요. 약의 성분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약을 감싸는 약껍질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약의 부작용은 복용 초기에 생기는 경우가 많고, 오래 먹을수록 부작용이 커지지는 않습니다. 지금 사용되는 약들은 대부분 10년이 넘은 약이기 때문에 장기 복용한 사례도 많고 그만큼 장기 복용에 대한 안정성도 어느정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졸피뎀 같이 악명높은 약이 있습니다. 처방받긴 했는데, 먹기가 무섭습니다. 이런 약은 실제로 위험한 건가요? 과장이나 편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졸피뎀은 효과가 좋은 수면제 중의 하나입니다. 부작용 중에 환각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의사에게 말하면 다른 약으로 바꿔줍니다. 의사가 처방한 정량을 먹을 경우 부작용을 경험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 중에 졸피뎀의 환각 효과를 오히려 즐겨서 복용량을 지키지 않고 과복용하는 경우가 있고, 이때 문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생님의 추가 코멘트)
오늘 얘기해드린 내용 모두 여러분이 다니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도 충분히 대답해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의사가 먼저 이런 내용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환자가 물어보면 '됐거든'이라고 하지 않고 알려줄 것입니다. 궁금한 건, 네이버 지식인에 검색하지 말고 본인의 의사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우울증 수기집 <우울한 주인공 시점>을 독립출판해서 판매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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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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