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트, <도망가지마>
맘에 안 드는데 넌 왜 아직까지
내 옆에 있어
이러다 밤이라도 만날까 걱정돼
몇 번을 부딪혀봐도
난 네가 좋은 걸 어떡해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
1.
간주 하나 없이 시작되는 가사 첫 구절이 참 좋다.
"맘에 안 드는데 넌 왜 아직까지 내 옆에 있어"라는 문장은 주어가 없어 중의적이다. 누가 누굴 맘에 안 들어하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맥락으로 파악해보려 해도 둘 다 말이 된다.
1) 넌 내가 맘에 안 드는데 왜 아직까지 내 옆에 있어-
2) 내가 네가 맘에 안 드는데 왜 아직까지 내 옆에 있어-
둘 중 뭐가 되었든, 암튼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상대가 맘에 안 드는데 아직 떠나지 않고 상대 옆에 있다. 두 번째 줄에서 나오는 '밤'은 관계의 암흑기를 의미하는 거 아닐까. 쉽게 말해, '이러다 우리 싸울까 걱정돼'
그 뒤 바로 맘에 들지 않아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나온다.
몇 번을 부딪혀봐도, 치고받고 싸워도 나는 네가 좋으니까.
너도 그렇지? 같은 마음.
I believe you and you believe me
이제 네 마음을 보여줘도 돼
더 숨기지 마
I believe you and you believe me
지나간 일은 모두 놓아주러 갈까
더 도망가지 마
2.
노래 안에서 반복되는 후렴구.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믿는다.
우리 숨기지 말고 솔직해지자.
우리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다 지나갔잖아. 이만 놓아주자.
더 도망가지 말고.
사랑하는 사이에서 서로 믿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안 좋은 갈등이 생기더라도, 그게 누구의 잘못이었든 붙잡고 있으면 답이 없다. 계속 싸우는 건 에너지가 달리는 일이고, 대부분은 그 관계에서 도망쳐버린다. 상처를 놓아버리거나, 극적으로 해결하거나, 도망칠 수밖에 없다.
우린 서로 다가가면
더 멀어지는 게 이상해
이러다 혼자 남게 될까 난 걱정돼
몇 번을 부딪혀봐도
난 네가 좋은 걸 어떡해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
3.
서로 다가갔을 때 더 멀어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가갈수록 서로에 대해 기대하는 게 많아진다.
하지만 그 기대는 높은 확률로 배반된다.
기대한 사람은 배신당해서 화나고
기대받은 사람은 황당해서 화가 난다.
그리고 각자 혼자 남게 된다.
좀 서투른 내 말이 널 아프게 한 건
진심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너가 더 날 잘 알고 있잖아
분주해진 하루에 널 담고 가면
난 정말 괜찮을 텐데
너는 어때 너는 어때
4.
많이들 상처 주는 말을 해놓고 진심이 아니었다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나 역시 누구보다 그런 말을 많이 했다.
그런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서투르게 말하는 것 역시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불편한 사람들한테는 정신 차리고 서툴게 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싫어하는 사람들한테는 의도적으로 서투른 말투를 쏟아내기도 한다.
내가 다시 실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편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실수해놓고, 언감생심으로 바라본다.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누구보다 너는 알아주길.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1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어려운 사이도 있지만
그래도 어쩌다 생각나서 카톡 몇 번 주고받아도 뭔가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 네 하루는 어땠어
맘에 안 드는 일들도
털어놓자 서로의 품에
길을 걷다 넘어지면 내가 찾아갈게
그렇게 있어주면 안 될까
5.
오늘 너의 하루는 어땠는지, 아마도 별 일이 없었겠지만, 너에게는 별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일어났던 건 아닌지 궁금해지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도 맘에 안 드는 점은 분명 있다.
그리고 그건 '잘못'의 영역이 아니라 '서운함'의 영역이다.
그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닌데, 뭔가 묘하게 서운하다.
말하자니 내가 쪼잔하게 느껴지고, 말하지 않자니 마음속에 서운함은 쌓인다.
그래도 이건 내가 너한테 서운한 거고.
다른 사람이 너한테 서운한 짓을 하면 용서할 수 없지.
어디야? 넘어졌어? 내가 갈게. 거기 그냥 있어.
I believe you and you believe me
이제 네 마음을 보여줘도 돼
보여줄래 숨기지 말고
I believe you and you believe me
지나간 일은 모두 놓아주러 갈까
놓아줄까 도망가지 말고
I believe you and you believe me
이제 네 마음을 보여줘도 돼
보여줄래 숨기지 말고
I believe you and you believe me
지나간 일은 모두 놓아주러 갈까
놓아줄까
도망가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6.
서로에게 필요한 믿음은, 내 서툰 마음을 보여줘도 네가 도망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아닐까.
우리가 싸울 때 싸우고 얼굴 붉힐 때 붉히더라도 관계의 끈을 놓지는 않겠다는 믿음.
그 믿음이 깨지면, 그냥 도망치는 게 낫다.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섣불리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 게 낫다.
서로 도망치지 않는 관계의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의 관계는
그게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다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위 글 속 박스 안의 가사는 모두 가수 모트의 노래 <도망가지마> 가사입니다.
<끝>
글/김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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