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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Jun 25. 2017

책읽기에 대하여

김이경, <책 먹는 법>

1.

책방을 하고 싶어졌다.

바람처럼 잠시 스쳐가는 또 하나의 흥미일지,

겨우 찾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일지,

정말로 어딘가 가게를 임대하고 책을 들여놓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한 건 내 요근래의 꿈은 세계일주도, 현모양처(이건 써놓고도 웃음이 나온다)도 아닌 동네서점 주인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내 꿈은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2.

아직 서점"업"에 대해 일자무식하지만,  

무료배송해주는 온라인 서점도,

모든 책이 다 있는 대형 서점도 아닌

조그만 동네서점의 본질은 잘 선택된 좋은 책에 있다는 게 내 가설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책 리스트를 작성하고, 책을 읽고, 책을 평가하고 있다.


3.

그러한 이유로 평소보다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그러다보니 좀 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 따위가 과연 책을 평가할 눈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그러한 의문을 가지고 망원동의 '어쩌다 책방'에서 어쩌다 <책 먹는 법>이라는 (크기가) 작은 책을 만났다.

사소한 일이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것은 이렇듯 삶을 변화시킵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요리법이 궁금하면 요리 책을 읽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를 때는 철학 책을 펼치듯이, 책이란 알고 싶은 것,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도움을 얻으려 읽는 것입니다. 즉 독서란 살아가면서 구체적인 물음에 실용적인 해법을 찾는 수단이지요. 그러니 질문이 있을 때 읽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독서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31p


인용하고 나니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전까지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재밌어보여서, 누가 추천해줘서, 읽으면 더 똑똑해질 거 같아서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이유로 읽은 책들도 있지만,

수많은 책들 중 내게 울림을 준 책들은 그 당시 내가 가지던, 내가 가지고 있는 줄도 모르던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책들이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독서에 막막함을 느끼던 나의 질문에 하나의 답이 되어준 책이었다.


책을 읽는 방법이야 사람에 따라 책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지만 제가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기 안에 질문이 있을 때 읽으라는 겁니다. 책이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삶이 던지는 질문에 집중하는 독서를 하라는 것이지요. - 30p


Not 책이 던지는 질문
But 삶이 던지는 질문


4.

종종 "글쓰기가 힘들지요?" 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책 읽기가 힘들지요?" 하고 묻는 경우는 없습니다. - 37p
한데 그간의 경험에 비춰 보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조차 자신이 책을 못 읽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문자해득력과 문장해득력은 똑같다고 보고 글자를 읽을 줄 알면 당연히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독서를 싫어한다'거나 '책은 골치 아프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책을 잘 못 읽는다'거나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직 어렵기로 소문난 철학서나 전문 학술서의 경우에만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 37~38p


부끄럽지만 문자해득력과 문장해득력이 똑같다고 생각했다.

한국어로 쓰여진 책 중에 내가 못 읽는 책은 없다고 여겼다.

그래, 읽을 수는 있었지만 이해는 하나도 못하거나 남는 게 하나도 없었지.

인정해야 한다. 책 읽기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읽기 뿐만 아니라 남기기도 어려운 일이다.

감응. 영향을 주는 것뿐 아니라 영향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5.

프란츠 카프카는 "만일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때려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 ...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 63p


모두가 카프카처럼 독서를 한다면 두통약이 참 잘 팔리겠다.

그렇게까지 어렵게 독서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읽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책은 가능한 피하고 싶다.

도끼같은 책으로만 가득한 책방을 만들고 싶다.

뭐, 안되면 서재라도.



*이 글의 모든 인용구는 <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김이경, 유유 출판사)에서 인용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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