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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Aug 03. 2017

D-87. My Minor Way

마이너 중에 메이저

1.

대학 4학년이던가, 본격적으로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쯤 나는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하나의 슬로건을 만든다.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흥미로운 사람이 되고, 흥미로운 사람을 연결시켜 흥미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것


이 문장만 놓고 봤을 때 가장 적합한 일은 기자가 되어 많은 사람을 만나거나, 아니면 어딘가의 커뮤니티 매니저가 되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것일 거다.


그런데 나의 졸업 후 나는 UX 디자이너가 되었다.

이유는 UX라는 분야에 흥미가 많아서, 그리고 인턴을 했던 UX 컨설팅 에이전시에서 정말 흥미로운 사람 2명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을 다니다가 또다시 흥미로운 인물을 따라 이직을 했다.

이직은 한 곳은 문화기획을 하는 작은 회사였는데, 여기서 나는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위치까지 빠른 시간 안에 승진했다.

그리고 큰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우울증의 심화로 도망치듯 퇴사를 했다.


한동안 회복기를 가지다가 무료함을 견딜 수 없어 레스토랑 알바를 했고, 일주일도 안되어 육체노동에 지치게 되었을 때 바로 전 직장에서 오퍼를 받아 갑작스럽게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주 전, 백일의 백수 생활을 하겠다며 퇴사를 한다.


이게 지난 4년간의 내 발자취에 대한 요약이다.


3.

지난번 '개인 구성 개념' 글에서 나는 똑똑하다, 솔직하다, 성실하다 3가지 특성을 스스로 멋진 나로 보는 특성으로 꼽았다.

그리고 '똑똑하다/능력 있다'가 내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핵심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처음부터 어떻게든 유명한 대기업에 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나의 핵심 특성이 더 있었다.

그건 '나만의 길을 뚜벅뚜벅 간다'였다.


4.

남들이 좋다고 해서 하는 거 말고, 정말 내가 좋아하고 나랑 딱 맞는 길을 가고 싶었다. (My way)

그리고 그 길이 남들이 많이 안 가는 길이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Minor way)


My way + Minor way = My Minor way


경영학을 전공하고 박봉의 UX에이전시에 취업한 것이나, 

경기도 외곽의 작은 문화기획 회사로 이직한 선택 모두 이 'My Minor way'의 방향을 따라갔던 것이다.


하지만 이 욕망은 '남들보다 능력 있음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것 같다.

회사 내부에서는 인정받았을지 모르나, 외부로 봤을 때는 두 회사 모두 들으면 '우와'하는 유명한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5.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내가 더 이상 My minor way가 아닌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는 길을 간 사람이 되면 어떨까?

편할 것 같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다 쓰지 못한 열정이 남아 있어 나를 괴롭게 할 것도 같다.


6.

오늘 만난 선배는 안 경험해보고는 모르는 일이니, 다음 직장은 일단 유명하고 남들이 선망하는 곳으로 가보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래 봤자 어차피 차선일 뿐 최선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선배는, 자기도 친구한테 들은 건데, 너 같은 사람은 마이너한 환경(남들이 잘 가지 않는 / 규모가 크지 않은 환경)에서 메이저(중요한/능력을 펼치는)가 되기를 바라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간단히 말하면 나는, 

나만의 방식(마이너)으로 성공(메이저)하고 싶은 것 같다.


그 어려운 일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오늘도 역시,

잘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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